얼마 전 영입한 라이카 X Typ 113을 데일리 카메라로 잘 쓰고 있습니다. 전에 사용했던 후지필름 X100보다는 휴대성이 조금 떨어져도 겨울철 외투에 간신히 들어가긴 해서 외출 때마다 챙기려고 합니다. 걱정했던 대로 성능은 꽝에 가깝지만 일상 스냅 사진에는 아직까지 크게 무리가 없어서요. -작고 빠른 스냅 카메라 욕심이 또 생기긴 합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라이카 X용 필수(?) 액세서리 비조플렉스 Typ 020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제가 이전에 사용했던 라이카 Q를 재영입할까 고민하던 중에 X Typ 113를 선택하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역시나 이런 카메라에서 '보는 맛'이 더해진다는 건 커다란 매력이거든요.
아래는 라이카 비조플렉스 Typ 020의 간단한 사양입니다.
LEICA VISOFLEX Typ 020
- 찰탁식 전자 뷰파인더
- 240만 화소 LCD 디스플레이
- 상단 90도 틸트 조작
- GPS 센서 내장
- 디옵터 -3 ~ +3m
- LEICA M10, X, T, TL 시리즈 호환
카메라의 핫슈에 연결해 사용하는 외장 뷰파인더입니다. 안에 든 LCD 디스플레이를 통해 촬영 화면을 볼 수 있습니다. 라이카 카메라 대부분이 그렇든 X Typ 113 역시 후면 디스플레이 품질이 좋은 편이 아니라서 밝은 야외에서 보이지 않을 때가 많은데 이럴 때 유용합니다.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장점도 있고요. 화소는 240만으로 요즘 보급, 중급형 미러리스 카메라의 내장 EVF와 비슷합니다. 라이카 Q에 탑재된 내장 EVF보다는 해상도가 떨어지고요.
아, 이 비조플렉스의 큰 장점 중 하나는 GPS 모듈을 내장해 이미지에 위치 정보를 기록할 수 있는 점입니다. 사실 사용자 유저층이나 주 용도를 고려할 때 GPS 탑재는 활용도가 그리 높지 않으면서 가격만 높아지는 부정적인 면이 있습니다만, 저는 지오 태깅을 좋아해서 이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비조플렉스의 가장 큰 단점은 부피나 해상도, 내구성도 아닌 가격입니다. 스토어 판매가 기준 775,000원의 가격은 X Typ 113 카메라의 중고 가격에 맞먹습니다. 정가로 사기엔 굉장히 부담스러워서 중고 매물이 나오면 금방 판매가 되죠. 그도 그럴 것이 이 액세서리의 활용도는 꽤 높거든요.
저는 X Typ 113 구형 카메라에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비조플렉스는 라이카의 최신 M, TL 시리즈와 함께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초광각 렌즈를 사용하는 M 사용자들에게 유용하죠. 광학 뷰파인더가 다 보여주지 못하는 프레임을 시도차 없이 모두 볼 수 있어서요. 뷰파인더가 없는 TL 미러리스 카메라 시리즈에는 필수에 가까운 액세서리고요. 이렇게 생각하니 나온 지 오 년이 넘은 노인 카메라 X 에 사용하기엔 무언가 사치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게 없으면 저는 X를 사용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핫슈에 장착한 외형은 이렇습니다. 이전에 X2, M Typ240 시리즈에 EVF2 뷰파인더를 사용한 적이 있는데, 디자인은 구형쪽이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그 모델은 올림푸스에서 제조한 것이라 전면 LEICA 각인만 포기하면 저렴하게 올림푸스 모델을 사용할 수도 있었죠.
검정색 플라스틱 액세서리가 카메라 위로 솟아있는 형태입니다. 카메라가 블랙 색상이면 위화감이 덜하겠습니다만 실버 컬러의 X 카메라와는 영 어색합니다. 디자인에선 상당히 감점입니다, 높이도 상당히 높은 편이라 약간의 편의성을 얻고 상당 부분 휴대성을 상실한다고 평해야겠습니다.
단순 뷰파인더라면 이 가격에 구매하는 일이 없을텐데, 틸트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적이더라고요. 전작을 사용해 본 입장에선 이 맛을 알고 있으니까요. 특히 거리 스냅 사진에서 이 틸트 뷰파인더가 빛을 발합니다.
이런 식으로 말이죠. 이게 생각보다 꽤 편해서 대부분의 촬영을 뷰파인더를 보고 촬영하고 있습니다. 요즘 저렴해진 가격 때문에 라이카 X를 입문용 그리고 가벼운 서브 카메라로 추천할 만한데, 그 때 조금 무리해서라도 비조플렉스를 함께 들이면 훨씬 즐겁고 편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후지필름 X100 시리즈의 내장 뷰파인더가 성능은 더 좋지만 이 틸트 뷰파인더의 매력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단점도 명확합니다. 앞서 언급한 무시무시한 가격 외에도, 플라스틱 소재의 형편 없는 내구성, LCD에서 뷰파인더로 전환될 때의 딜레이, 유명무실한 GPS 지오태깅 등을 꼽을 수 있겠네요. 이 가격에도 외부 소재가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는데 금방 사용감이 눈에 보입니다. 모서리는 옷이나 가방에 쓸려서 생긴 브라이트 마크가, 그 외 부분에도 스크래치가 쉽게 발생하고 눈에도 잘 띕니다.
딜레이도 많은 분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는 부분입니다. 아이 센서를 탑재해서 파인더에 눈을 가져갈 때 화면이 LCD에서 뷰파인더로 전환되는데 이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립니다. 사실 저는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하지만 옵션에서 어느 한 쪽을 고정할 수 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GPS를 이용한 지오태깅은 기능도 있고 메뉴에서 설정/해제도 가능하지만 신호를 잡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마저도 오락가락해서 요즘은 마음의 평화를 위해 그냥 꺼놓고 있어요. 이 두 가지는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이 가능한데도, 라이카는 이 X Typ 113에 아직 한 번도 펌웨어 업데이트를 지원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없을 테고요.
그래도 눈으로 보는 즐거움 하나로 아직까지는 후회가 없습니다. 카메라와 뷰파인더의 중고 가격을 생각하면 비조플렉스는 중고로 방출하는 게 여러모로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당분간은 더 사용해 보려고요. 그리고 다시 후기 남기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