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구매한 맥북입니다. 2년만이니 그리 빠른 기변도 아닙니다만 랩톱 없이 기다린 기간이 길어서인지 다른때보다 더 반가웠어요. 크리스마스 이브에 선물처럼 도착해서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요. -다음달의 나야 고마워-
요즘 핫한 2020년형 맥북 에어가 도착했습니다. 애플이 인텔 프로세서와의 이별을 선언한 후 처음으로 발표한 애플 실리콘 맥 제품들 중 하나로, 맥북 라인업에서 가장 저렴하지만 상위 제품인 맥북 프로 13인치와 동일한 프로세서를 탑재한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12월 5일 국내 판매가 시작된 날 구매했고, 가장 저렴한 기본형에 키보드만 영문 키보드로 변경했어요. 원래 배송 예정은 12월 29일이었지만 그보다 좀 빠른 12월 24일 수령했습니다.
애플 실리콘 그리고 M1 칩
올 초 애플 맥 제품이 인텔 프로세서에서 애플 실리콘으로 전환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만큼 기대했던 분들이 얼마나 있었을까요. 아이패드 프로 제품군을 통해 A 시리즈 칩셋의 성능은 충분히 검증됐지만 모바일에 국한된 것이라는 이야기도 많았으니까요. 하지만 연말에 정식 발표된 애플의 첫 통합 칩셋 M1은 성능과 전력 소모 등에서 기존 데스크톱 프로세서와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였고, 함께 발표된 맥 미니, 맥북 프로, 맥북 에어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M1 칩과 함께 발표된 첫 제품군은 모두 엔트리급에 해당합니다. 가장 저렴한 맥북 시리즈인 맥북 에어 13인치, 프로 라인업 중 가장 저렴한 13인치 2포트 모델, 그리고 엔트리급 데스크톱 모델인 맥 미니까지. 아직 아이맥, 맥북 프로 16인치 등 상위 모델에 대응하기 힘든 M1 프로세서의 성능과 구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가장 많이 판매되는 엔트리급 모델로 애플 실리콘 제품을 널리 보급하고 새로운 생태계를 확장하는 것이 애플 실리콘의 미래에도 더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낮은 성능이 불만이었던 12인치 인텔 맥북을 일찌감치 처분하고 실리콘 맥을 기다린 저는 13인치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칩셋은 동일하지만 디스플레이와 키보드, 사운드, 배터리 그리고 가격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둘의 주요 사양 중 눈여겨 봐야 할 비교 포인트를 정리한 것입니다. 저처럼 둘 사이에서 고민 중인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디자인은 개인 취향이니 차치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끝부분이 날렵한 맥북 에어를 좋아합니다. 외형에서 볼 수 있는 차이는 컬러가 되겠죠. 맥북 에어는 실버/스페이스 그레이/골드 세 가지 컬러가 있고 맥북 프로는 실버/스페이스 그레이 두 컬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나는 꼭 골드 모델을 사야겠다'는 분이 아니라면 큰 차이가 되진 않겠네요.
가장 고민했던 것은 디스플레이였습니다. 동일한 13.3인치 디스플레이지만 과거부터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 시리즈의 디스플레이의 품질 차이는 명확했거든요. 이 추세가 현재까지도 이어지긴 하지만 그 차이가 많이 줄었습니다. 이번 맥북 에어/프로의 디스플레이는 밝기의 차이 외에는 패널 종류와 해상도, 색영역 지원, 트루톤 지원까지 기본적인 사양이 동등합니다.
키보드는 모두 가위식 풀 사이즈 키보드가 탑재됐습니다. 차이는 맥북 에어의 F키와 맥북 프로의 터치 바. 개인적으로 터치바가 재미있고 활용하기에 따라 꽤 유용하기도 하지만 가격 차이를 상쇄할 정도의 매력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오히려 조금 더 큰 트랙패드가 좀 더 욕심이 났어요. 터치바는 호불호가 크게 갈려서 오히려 터치바가 마이너스 요소라는 분들도 상당 수 있더라고요. 저는 같은 가격이면 터치바쪽을 선택하겠지만요.
그 외에도 내장 스피커와 배터리 성능에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내장 스피커 사용 빈도가 적은 제게는 크게 의미 없는 차이였고 무선 인터넷 기준 15시간, 17시간의 배터리 차이도 양쪽 모두 만족스럽기에 이점은 가격이 저렴한 맥북 에어쪽에 좀 더 점수를 줬습니다. 다만 '에어'라는 이름답지 않게 프로 모델과 고작 100g 남짓 가벼운 무게는 불만입니다.
기본형 기준 두 모델의 가격 차이는 40만원이지만, 디스플레이와 키보드, 사운드 등에서 느껴지는 차이가 그 가격만큼이냐 하면 사용자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40만원 저렴한 맥북 에어쪽이 대다수의 사용자에게 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제가 맥북 에어를 주문했고요.
여기에 더해, 스펙 시트를 잘 살펴봐야 알 수 있는 차이 두개가 있습니다. 동일한 M1 칩의 GPU 코어 차이와 쿨링팬의 유무입니다.
위는 맥북 에어 M1 모델 기본형/고급형의 M1 칩 설명입니다. 8코어 CPU는 동일하지만 GPU 코어가 기본형이 하나 부족한 7코어로 설명돼 있습니다. 생산 기준에 미달한 칩의 GPU 코어를 일부 비활성시켜 기본형에 탑재한 꼼꼼한 급나누기로 보이는데 성능이 크게 차이나는 것은 아니지만 부족한 코어 수만큼(1/8)의 성능 차이가 있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평가입니다.
또 하나는 쓰로틀링과 소음에 관한 것으로, 맥북 에어는 냉각을 위한 팬이 없는 팬리스 구조로 구동시 팬 소음이 없어 조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내부 온도에 따라 성능이 저하되는 현상이 수반되죠. 팬이 탑재된 맥북 프로는 고성능을 더 안정적으로 보여줄 수 있지만, 팬 소음이 거슬릴 수 있고요. 선택할 때 다른 것보다 이 두가지 차이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M1, 새로울 것 없는 Air
긴 설명이 끝나고 본격적인 맥북 에어 13인치 M1 모델의 개봉기입니다. 애플의 M1 칩은 기존의 컴퓨팅 경험을 잊게할만큼 완전히 새로운 칩셋이지만 정작 M1을 탑재한 첫 맥북 에어의 패키지는 기존과 다른 점을 찾기 힘듭니다. 몇 달 전 발매된 인텔 프로세서 탑재 맥북 에어와 패키지 디자인도 동일하거든요. 조금 더 새로운 맛이 있으면 좋았을텐데요.
상단에 맥북 에어 시리즈의 상징인 티어 드랍 실루엣이 프린트 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맥북 에어가 발매된 지 벌써 10년이 넘었는데, 여전히 매력적인 디자인입니다.
상자의 덮개를 열면 바로 제품이 노출되는 방식 역시 동일합니다. 제가 선택한 컬러는 스페이스 그레이입니다. 아이폰/아이패드 모델은 해마다 스페이스 그레이 컬러가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맥북의 그것은 육안으로는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현재 사용중인 아이폰 11 프로, 아이패드 프로 11 스페이스 그레이 모델과 비슷해서 좋습니다.
맥북 아래에는 30W USB C 어댑터와 C to C 케이블이 있습니다. 맥북 프로 13인치 모델에는 61W 어댑터가 기본 제공되는 것과 비교해 아쉽지만 그만큼 휴대하기 좋으니 이동이 많은 분들에겐 장점이 있겠습니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기존 맥북 에어와 동일합니다. 13.3인치 폼팩터는 가로, 세로 크기가 맥북 프로 13 모델과 동일하며 두께에만 차이가 있습니다. 왼쪽에 썬더볼트3/USB4 포트 두 개, 오른쪽에 3.5mm 헤드폰 잭이 있습니다.
포트 수가 아쉽긴 하지만 이것은 맥북 에어 모델의 공통적인 장점이고, 맥북 프로 13 모델 역시 동일하기 때문에 조금 더 사용해보고 평가하겠습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12인치 맥북에 비해 무려 2배나 되는 수이기도 하고요. 물론 늘 멀티 어댑터를 챙겨야겠죠. 개인적으로는 포트 숫자보다는 위치가 불만입니다. 양쪽에 하나씩 포트가 있는 게 좀 더 유연한 활용이 가능할테니까요.
덮개를 열면 자동으로 전원이 켜집니다. 몇 번의 언박싱(?)을 통해 익히 알고 있기에 놓치지 않고 기념 사진을 찍어 뒀습니다. 요즘 맥북 에어 모델의 디스플레이 불량 문제가 심심찮게 나오던데 제 것은 무사하길 바라면서요.
영문 키보드의 깔끔함을 좋아해서 배송이 며칠 늦춰지는 것을 감수하고 영문 키보드 제품을 구매했습니다. 역시 이쪽이 맘에 듭니다. 특히나 백라이트가 들어왔을 때 더 예뻐요.
맥북 프로 모델에 비해 어두운 디스플레이는 다행히 큰 불만이 없습니다. 최대 밝기로 사용할 때가 드물고 야외에서 사용할 일도 많지 않기 때문에 밝기보다는 컬러 표현을 중요시했는데 함께 사용하는 아이패드 프로, 아이폰, 아이맥 5K의 디스플레이와 비교해도 특별히 품절이 떨어진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볼수록 이번 맥북 에어 M1 모델은 가성비가 좋습니다.
맥북 프로만큼은 아니지만 트랙패드는 충분히 넓고, 터치 ID 버튼은 역시 편리합니다. 아이폰을 통해 경험했던 것만큼 인식률도 좋고 속도 역시 빠릅니다. M1 맥의 장점으로 깨어나기 속도가 아이패드처럼 빠른 것을 꼽는데, 터치 ID와 결합하니 정말 쾌적하게 느껴집니다.
과거 업무용으로 사용했던 2019 맥북 프로 15인치 모델의 가장 큰 단점이었던 esc 버튼의 부재를 맥북 에어에서는 느낄 수 없습니다. 물론 터치 바를 탑재한 맥북 프로 13인치 모델에도 물리 버튼이 탑재됐으니 이제 옛 이야기라고 해도 되겠네요. 최근 사용했던 맥북들이 나비식 키보드 모델이라 새롭게 바뀐 가위식 키보드도 궁금했는데, 전보다 깊이감이 있어서 힘은 좀 더 들어가지만 누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사실 저는 기존 키보드도 크게 불만이 없어서 큰 변경점으로 느끼진 못합니다.
새 맥이 오길 기다렸다 촬영한 오랜만의 맥북 개봉기인데 기대했던 것과 달리 외형의 변경점이 없어서 다소 싱겁게 끝났습니다. M1 칩과 함께 맥북/맥 미니 시리즈 모두 디자인 변경이 이뤄질 것이라 기대했지만 모두 기존 폼팩터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런칭을 시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저처럼 새로운 것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아쉽겠지만, M1칩이 가져온 속도와 저온(?)의 혁신에 집중할 수 있다고 위로해봐야죠.
주로 문서 작성을 하고, 사진과 간단한 영상 작업을 하는 제 용도에서 맥북 에어 깡통 모델이 어느 정도 성능을 보여줄지 앞으로 시험해보며 후기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당초 목적은 내년에 발표되는 고성능 맥북 프로를 기다리는 동안 맥북 에어로 M1을 경험하는 것이지만, 결과 여부에 따라 오래 함께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