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에어팟을 갤럭시 s8에 사용할 수 있을까?”
2017년에 작성한 이 포스팅은 3년이 지난 현재도 제 블로그에서 가장 인기있는 게시물로 꾸준한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괴상한(?) 모양새로 처음엔 조롱의 대상이 됐지만 뛰어난 편의성과 압도적인 개성(?)으로 에어팟 시리즈가 잇템이 됐고, 노이즈 캔슬링이 탑재된 에어팟 프로로 인기가 이어지면서 ‘아이폰은 싫지만 에어팟은 쓰고 싶어’라던지 ‘지금은 갤럭시지만 다음엔 아이폰을 살 거니까 에어팟을 미리 사야겠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늘어난 때문이겠죠. 자연스럽게 에어팟의 안드로이드폰 사용 여부와 연결/사용법에 대한 검색과 컨텐츠도 늘어났고요. 제 포스팅이 많은 분들의 궁금증을 약간이나마 해소했고, 여전히 도움이 되고 있어 기쁩니다.
https://mistyfriday.tistory.com/2990
제가 에어팟 1세대를 갤럭시 S8에 연결해 테스트 할 당시만 해도 시스템과 앱 지원이 없어서, 안드로이드폰에 에어팟을 연결할 수는 있었지만 단순 페어링과 미디어 재생/통화 정도만 가능했습니다. 사실상 오천원짜리 블루투스 이어폰들과 똑같은 이 연결은 에어팟만의 장점을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당시에는 ‘안드로이드폰에서도 에어팟을 쓸 수 있다’는 것 외에는 장점이 없다고 평한 바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에어팟 시리즈의 강점은 사운드 품질보단 쉬운 연결과 터치 컨트롤, 배터리 확인 등 애플 제품과의 연동과 편의 장치거든요.
하지만 안드로이드폰에서 에어팟을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여러모로 지원이 확대됐습니다. 경쟁사 제품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없기 때문에 OS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다양한 개발자들이 관련 앱을 개발해 간편한 연결과 배터리 잔량 확인, 음장 효과 등 에어팟의 장점들을 상당 부분 안드로이드폰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 포스팅 후 3년, 이번엔 에어팟 프로를 갤럭시 Z 폴드 2에 연결해 보았습니다.
애플 에어팟 프로를 갤럭시 Z 폴드 2에 사용할 수 있을까요?
그때보다 사용하기 편해졌을까요?
애플과 삼성, 긴장감 넘치는 이 조합
사용 중인 에어팟 프로와 갤럭시 Z 폴드 2를 나란히 놓으니 이질적인 듯 그런대로 어울립니다. 카테고리는 다르지만 두 제품 모두 최고 기업의 최신 기술이 집약된 터라 그로부터 나오는 매끈한 아우라에서 그럭저럭 어울림을 느끼는지도 모르겠어요. 몇 년째 아이폰-에어팟 조합을 사용하고 저는 안드로이드로 기변하지 못하는 이유를 에어팟과 애플 워치 시리즈에서 찾는데, 혹 Z 폴드 2로 기변하게 된대도 노이즈 캔슬링과 맥/아이패드와의 연동 때문에 이어폰은 에어팟 프로를 계속 사용할 것 같아요. 저와 같은 분들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에어팟 프로와 갤럭시 Z 폴드 2가 나란히 놓인 테이블 위에는 어딘지 모를 긴장감이 느껴지는 듯 하지만, 두 제품 모두 욕심나는 제품인 것은 분명합니다. 특히나 Z 폴드 2의 태블릿 못지 않은 저 시원한 화면은 애플 생태계를 일부 포기하고 싶게 만듭니다.
본격적으로 애플 에어팟 프로와 삼성 갤럭시 Z 폴드 2를 연결해 보겠습니다. 아이폰/아이패드에서는 케이스를 열면 자동으로 연결/설정 화면이 나오지만 안드로이드에선 물론 그런 소프트웨어 지원이 없습니다. 3년 전과 같이 블루투스로 두 제품을 연결합니다.
안드로이드에서도 이렇게 쉽고 편하게 에어팟을 연결할 날이 올까요? 저는 안 올 것 같습니다.
에어팟 시리즈 케이스 뒷면에 있는 원형 버튼을 길게 눌러 페어링 모드로 진입합니다. 그 후 안드로이드폰의 설정에서 블루투스 메뉴를 열면 연결 가능한 디바이스 목록에서 에어팟 프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해당 항목을 누르면 간단하게 두 기기가 연결됩니다. 아이폰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렵지 않죠?
음성 통화/미디어 재생,
노이즈 캔슬링까지 됩니다.
이렇게 에어팟 프로는 여느 블루투스 이어폰처럼 갤럭시 Z 폴드 2에 연결됐습니다. 아이폰에서야 특별한 존재지만 갤럭시 그리고 안드로이드폰에서는 수많은 무선 이어폰 중 하나에 불과하죠. 사용법 역시 다르지 않아서, 음성 통화와 미디어 재생, 볼륨 조절 방법까지 똑같습니다.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을 리 없고 마이크가 정상 동작하지 않을 리 없죠. 볼륨 버튼을 눌러 음량을 조절하면 블루투스로 연결된 것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말 궁금한 것은 에어팟 프로의 터치 컨트롤과 노이즈 캔슬링의 정상 동작 여부였습니다. 에어팟 1,2세대가 유닛을 톡톡 두드려 곡 탐색과 Siri 호출을 실행하는 것은 이미 확인했습니다만, 에어팟 프로의 새로운 컨트롤 방식도 지원하는지 확인하고 싶었어요.
결과는 성공, 에어팟 프로의 유닛 아래 돌출된 다리(?), 목(?), 콩나물(?) 부분을 누르는 조작 역시 정상 동작했습니다. 한 번 눌러 재생/정지, 두 번 눌러 이전 곡/다음 곡 탐색을 하거나 구글 어시스턴트를 호출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죠, 이어폰 바꿨다고 갤럭시에서 Siri가 나올 리 없죠-
에어팟 프로의 핵심 기능인 노이즈 캔슬링도 정상 동작합니다. 연결할 때 따로 설정하는 과정은 없고 이전에 아이폰에서 사용한 설정이 적용돼 연결과 동시에 주변 소음이 슥 사라지는 감격(?)을 느낄 수 있습니다. 유닛부를 길게 눌러 노이즈 캔슬링을 on/off하는 컨트롤 역시 지원합니다. 하지만 iOS 기기처럼 설정에서 노이즈 캔슬링 관련 메뉴가 표시되진 않습니다.
그래도 안드로이드폰에서 에어팟 프로의 핵심 기능인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어딘가요. 노이즈 제거 성능 역시 아이폰에서 사용할 때와 차이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우리같은 사람들이 많아요.
다양한 앱이 있습니다.
에어팟 프로와 Z 폴드 2를 연결해 보니 기본적인 연결 방법과 활용 용도, 컨트롤 방식 역시 3년 전 첫 에어팟과 갤럭시 S8을 연결했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안드로이드에서 애플 에어팟 시리즈를 좀 더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앱들의 존재입니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사용해 본 적은 없어서, 이번에 Z 폴드 2에 에어팟 프로를 연결하면서 두 개의 앱을 설치해 보았습니다.
1. MaterialPods
관련 앱 중 가장 발빠르게 대응한, 덕분에 인지도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몇몇 포스팅을 통해 이름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10만 이상 다운로드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있습니다. 그만큼 안드로이드폰에 에어팟 시리즈를 사용하는 분이 많다는 뜻도 되겠죠?
사실 MaterialPods와 다음에 소개할 앱 모두 만족스럽진 않습니다. iOS-에어팟 연결의 특징인 팝업 화면이라던지 배터리 잔량 확인 등의 기능을 안드로이드폰에서 구현하기 위해 노력한 점은 엿보이나 인터페이스나 그래픽 아이콘이 다소 조악하고 안내문은 제대로 번역이 되지 않아 오히려 혼란스러웠어요. 에어팟의 케이스를 열면 블루투스로 폰과 다시 페어링 되는데 이 때 MaterialPods 앱이 팝업 화면을 띄워 에어팟 유닛의 배터리 잔량을 표시합니다.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구현했네’싶은데 창 윗쪽의 광고 화면이 몹시 거슬립니다. 프로 버전을 구매하면 없어질테니, 단순 배터리 잔량 확인을 위해 유료 구매하기엔 망설여집니다.
물론 알림창에서 위젯 형태로 배터리 잔량을 실시간으로 표시하고 3D 음장 효과를 지원하는 등 부가 기능이 있지만 특별히 장점이 있는 것으로는 판단하지 않습니다. iOS에서의 미려한 그래픽과 매끄러운 사용자 경험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2. NotificationPods
검색 순위 2위였던 NotificationPods 역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연결과 배터리 등 에어팟 상태를 안드로이드 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알림 기능 정도를 제공합니다. 거기에 자체적으로 몇몇개의 음장 효과를 지원하는 점 역시 MaterialPods와 동일합니다. 사실 스크린샷과 메뉴 구성만 보면 두 앱을 구분하기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다만 이 앱이 조금 더 나았던 것은 팝업과 알림창에 표시되는 에어팟 그림이 덜 조악했고, 케이스의 배터리 잔량까지 표시하는 점이었어요. 위젯을 홈 화면에 배치할 수 있는 것도 그랬고요. 역시 팝업 화면에서 광고가 표시되고 프로 버전을 구매하면 제거할 수 있습니다. 가격은 1400원부터 시작하니 그리 부담되는 가격은 아닙니다만, 역시나 지원되는 기능들을 보면 망설여집니다.
가격 만큼의 만족도라면 글쎄요,
하지만 에어팟이 쿨해 보인다면 사야죠!
3년 전 호기심으로 에어팟을 갤럭시 S8에 연결해 본 그때보다 에어팟 시리즈는 다양해졌고, 훨씬 대중적인 아이템이 됐습니다.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도 탐낼만한 잇템이 됐고요.
2020년에도 갤럭시 Z 폴드 2를 포함한 최신 안드로이드폰 사용자 중 에어팟 프로에 관심을 갖고 두 기기의 연결과 활용 폭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여전히 ‘에어팟을 갤럭시에서 사용할 수 있을까요?’라고 분들에게 한 번 더 답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연결과 사용에 문제가 없습니다. 핵심 기능인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도 문제 없이 쓸 수 있어요. 안드로이드에서 에어팟 프로를 사용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전혀 없는 셈입니다. 하지만 정가 기준 30만원이 넘는, 요즘 많이 저렴해진 가격이라도 여전히 20만원이 넘는 가격만큼의 만족감을 안드로이드폰에서도 느낄 수 있느냐 물으면 저는 ‘글쎄요’라고 답하겠습니다. 삼성에는 버즈 시리즈가 있고, LG와 보스, 뱅앤올룹슨 등 쟁쟁한 회사들의 최신 기술이 담긴 무선 이어폰을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거든요. 더러는 에어팟 프로보다 더 나은 소리, 우월한 노이즈 캔슬링 성능을 보이기도 하니까요.
그래도 에어팟에, 에어팟 프로에 꽂혔다면 사야죠, 별 수 있나요.
저 역시 한 손에 갤럭시 Z 폴드 2, 다른 손에 에어팟 프로를 쥐고 있으니 세상 부러울 게 없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