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가을이면 단풍이다 불꽃놀이다 매일이 축제같다죠. 저한테는 매년 요맘때마다 돌아오는 축제가 또 하나 있습니다. 물론 작년엔 참석하지 못했지만요.
2019년 아이폰 11 시리즈를 얼마 전 구입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다른분들보다 조금 일찍요. 그간 수많은 스마트폰을 쓰면서 2년을 가득 채운 건 아이폰 X이 처음이라 후속을 무척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2018년 아이폰 Xs는 완전히 동일한 디자인에 아이폰 X 사용자로서는 성능 향상이 큰 매력을 느낄 수 없었죠. 아이폰 X 발매 당시 애플이 말했던 '미래와의 조우'가 제게는 어느정도 들어맞았던 셈입니다.
그래서 2년간 아이폰 X을 사용하며 고대한 2019년의 아이폰. 몇몇 부분이 바뀌었고 그게 사실 꽤 중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풀 체인지를 기대했던 제게는 그리 반가운 제품은 아니었습니다. 초광각 카메라를 추가해 후면 카메라를 총 3개로 늘리고 딥퓨전 기술 등 카메라 성능 향상에 총력을 기울인 모양새지만 매일같이 카메라를 휴대하는 제 입장에선 '그래봐야 폰카가'라며 별 감흥이 없었죠.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새 아이폰의 상자를 들고 엉덩이를 씰룩이는 제 모습은 혹 누가 봤으면 꽤나 우스꽝스러웠을 거예요. 이유를 대자면 아이폰X을 삼 년이나 쓸 생각을 하니 너무너무 지루했고 사진으로 입가에 풀칠하는 입장에서 '그래 디자인을 포기하고 선택한 카메라가 얼마나 좋은지 보자'라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지난 아이폰 X은 북미판으로 구매했지만 이번엔 동경의 지인을 통해 일본판으로 구매했어요. 다행히 이번 모델은 한국과 일본 모델이 같아서 국내 수리 접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아이폰 11 시리즈는 국내 구매시 주요 부품의 보증 기간이 2년으로 늘어나니 그 점에서는 정발 이후 구매하시는 것이 이득입니다. 혹시 해외판 구매를 고려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참고하세요.
저는 아이폰 11 프로 64기가 스페이스 그레이 모델을 구매했습니다. 신상인 미드나잇 그린은 인기가 많은지 품절이라 2순위였던 스페이스 그레이 모델을 구매했는데 스페이스 그레이 컬러의 아이폰 11프로, 아이패드 프로 그리고 맥북 프로까지 나란히 놓고 보니 오히려 더 나은 선택이었구나 싶습니다.
이번 아이폰 11 프로 시리즈의 패키지는 검정색이며 제품의 뒷면이 프린트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아이폰 X,Xs 시리즈와 전면부 디자인이 동일하다보니 신제품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후면 디자인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컬러도 화이트에서 블랙으로 바뀌었고요.
이번 아이폰 11 프로 시리즈의 뒷면은 무광 처리된 유리를 채택했습니다. 실물 느낌에 대해 저도 구매전 많은 사진과 영상을 보며 가늠해 보았는데, 아이패드나 맥북 프로와 같은 느낌은 아니고 맥북의 트랙패드와 흡사합니다. 유광 재질인 아이폰 X와 비교하니 마치 케이스를 씌운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 아름다움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인지 기존 아이폰은 제품을 보호하는 비닐이 전/후면으로 붙어 있었지만 아이폰 11 프로의 경우 후면이 보호비닐 없이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덕분에 상자를 여는 즉시 그 완성도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죠.
카메라부의 크기와 디자인이 바뀌면서 후면 디자인 전체가 변했습니다. 3구 인덕션이라는 놀림을 받고 있는 카메라야 이미 많은 분들이 아실테고, 애플 로고가 중상단에서 정중앙으로 이동을 했고, 하단의 iPhone 레터링이 삭제됐습니다. 카메라 면적이 커지면서 디자인의 균형을 위해 이동한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 적응이 덜 된 탓인지 저는 기존 배치가 더 좋습니다.
아이폰 11 시리즈의 최대 화두, 초광각 카메라
아이폰 11 시리즈의 가장 큰 화두는 역시 초광각 카메라입니다. 이번 시리즈에선 가장 저렴한 모델이자 아이폰 XR의 후속격인 아이폰 11도 듀얼 카메라를 채용했는데, 아이폰 X,Xs 시리즈가 광각, 망원 카메라로 듀얼 카메라를 구성한 것과 달리 광각과 초광각 카메라가 탑재됐습니다.
아이폰 11 프로 시리즈는 기존의 광각/망원 카메라를 유지하면서(물론 성능은 향상됐습니다) 초광각 카메라를 추가해 총 3개의 후면 카메라를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아이폰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초광각 카메라는 기존 광각 카메라의 0.5배 줌에 해당하는 35mm 환산 13mm 초점거리에 F2.4의 조리개 값을 갖습니다. 화각은 약 120도로 DSLR/미러리스 카메라에서도 보기 쉽지 않은 초광각에 해당합니다. 화소는 다른 두 카메라와 동일한 1200만이며 특이사항으로는 자동 초점을 지원하지 않는 고정 초점 카메라입니다. 야외 원거리 풍경, 즉 여행지 풍경 사진 정도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실내 사진이나 근거리 사진에선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물을 받을 확률이 높겠네요.
아래는 애플 홈페이지에 있는 아이폰 11 시리즈의 초광각 카메라 샘플입니다.
그리고 아래는 광각 카메라와 초광각 카메라로 찍어본 테스트샷입니다.
그동안 아이폰을 쓰면서 기존 광각도 충분히 넓다고 생각했습니다. DSLR/미러리스 카메라를 사용하면서는 주로 35~50mm 초점거리의 렌즈를 사용했거든요. 하지만 아이폰 11프로의 13mm 초광각 카메라를 활성화시키니 그 차이가 확연히 느껴집니다. 왜 요즘 스마트폰에서 초광각 카메라가 대세가 되고 있는지, 애플이 왜 디자인을 버려(?)가면서까지 초광각 카메라를 추가했는지 알만한 부분이고요.
광활한 시야는 확실히 만족스럽습니다. 특히 사진 속과 같이 큰 건축물 또는 광활한 풍경을 찍을 때 그야말로 빛을 발하겠죠. 하지만 사진을 확대해 보니 초광각 특유의 한계들 역시 보입니다. 주변부 화질이 광각,망원 카메라보다 확연히 떨어지고 고정 초점이다보니 선명함도 조금 부족하게 느껴지고요. 물론 이 광각 카메라가 주로 충분한 광량이 확보된 야외 촬영에서 활용될 것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대부분 이보다는 훨씬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받을 것입니다.
카메라의 디자인에 대해선 여전히 말들이 많은데, 제가 보기에 실물은 그럭저럭 괜찮지만 이제까지 아이폰에서 느꼈던 세련미나 쿨한 느낌같은 건 이제 없어졌다고 해야할 것 같아요. 넙대대한 면적도 그렇지만 렌즈 주위에 두른 링, 주변 소재 등이 제법 긱하게 보입니다. 마치 전문가용 카메라를 보는 것처럼요. 카메라 디자인 자체만 보면 저는 지난 아이폰 X, Xs 시리즈가 더 좋습니다.
물론 저는 이 뒷면을 볼 일이 많지 않을테고, 실제로 며칠간 사용하며 아이폰 X을 사용하는 것과 큰 차이를 못 느끼고 있습니다.
구성품도 조금 바뀌었습니다. 충전기가 18W USB-C 어댑터로 바뀌었고 케이블 역시 그에 맞춰 USB-C to Lightning -Lightning to USB-C인가요?-가 들어 있습니다. 지겨운 5W 어댑터에서 18W USB-C 어댑터로 바뀐 건 어쩌면 트리플 카메라 못지 않은 큰 변화죠. 이어폰은 포장을 열어보지 않았지만 분명 라이트닝 이어팟일겁니다. 이젠 3.5mm 어댑터도 주지 않는다죠.
스페이스 그레이 컬러는 개인적으로 대만족입니다. 기존 애플 제품의 스페이스 그레이 컬러 특히 아이패드 프로와 맥북 프로의 그것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아이폰 11 프로의 스페이스 그레이 컬러도 분명히 좋아하실 거예요. 아니 매트한 유리의 질감과 촉감 때문에 오히려 이쪽을 더 좋아하실지도 모르고요. 저 역시 실물을 보고 미드나잇 그린 컬러에 대한 아쉬움이 상당부분 해소됐습니다.
아이패드 프로와 나란히 놓으니 제법 패밀리룩이죠?
아이폰 X과 비교해보면 컬러와 질감 차이가 뚜렷합니다. 같은 스페이스 그레이지만 아이폰 X은 보다 블랙에 가깝고 빛에 따라 그레이 컬러가 비치는 정도라면 아이폰 11 프로는 어디서 보더라도 매끈한 회색입니다. 그래서 기존 아이폰 X의 컬러와 흡사한 유광 유리의 카메라부와 이질감이 있긴 해요. 둘 중 어느쪽이 낫냐고 하면 지금 당장은 '신상이 좋아요!'겠지만, 지문이 심하게 묻는 것을 제외하면 저는 아이폰 X쪽이 좋습니다.
대강 세팅을 마치고 나란히 두 폰을 놓으니 현타가 옵니다. '아,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전면만 봐서는 아이폰 X와 11 프로를 구분하기 불가능합니다. 어느쪽이 신상일까요? -정답은 왼쪽-
동일한 전면 디자인, 아직까진 크게 체감하기 어려운 앱 구동 성능 등 아이폰 X에서 아이폰 11 프로의 기변은 체감할 요소가 아직까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렇다면 새로운 트리플 카메라의 성능이 정말 만족스럽지 않은 이상, 기존 아이폰 X, Xs 유저들에게는 신제품 구매를 추천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 카메라 위주로 두 스마트폰을 비교해보려고 합니다. 오랜만에 스마트폰 포토그래퍼가 되어 보는 거죠!
아이폰 11 프로의 카메라 또는 기타 여러가지 것들에 대해 궁금한 사항이 있으시면 댓글 남겨 주세요. 제가 할 수 있는 한에서 테스트 해 보고 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