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제 주변에선 올림푸스 카메라로 취미 이상의 영상 작업을 하는 것은 보도 듣도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올림푸스 카메라가 영상 트렌드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그야말로 마이너 중의 마이너로 차가운 반응을 얻고 있죠. 단편적으로 제가 사용하고 있는 미러리스 카메라용 짐벌에서 유일하게 케이블 연결을 통한 카메라 제어를 지원하지 않는 브랜드가 올림푸스입니다.
하지만 올해 출시한 E-M1X은 4K 동영상 촬영에 OM-LOG400가 추가돼 영상 작업용으로 제법 쓸만한 사양을 갖췄습니다. 거기에 최근에 E-M1 Mark II까지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OM-LOG400을 사용할 수 있게 됐죠. 사실 OM-LOG 지원 이전까지 올림푸스 카메라의 동영상 촬영 성능은 취미용 수준에 머물렀고, 이제야 좀 이런저런 시도를 해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실제 올림푸스 카메라 사용자로서 느끼는 장점 역시 있습니다. 4K 동영상 촬영에서의 AF-C 성능이 좋아서 MF 촬영이 필요한 적이 많지 않고 손떨림 보정 성능은 타사와 비교해도 최고 수준이라 결과물 자체의 만족도는 높은 편입니다. -10비트 영상과 비교만 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앞으로 남들 안 쓰는 올림푸스 카메라로 이런 저런 영상 작업을 시도하고 진행하면서 느낀 장단점과 어려움 그리고 가능성에 대해 포스팅을 연재해보려고 합니다. 이전에 몇 번의 포스팅을 통해 E-M1X의 동영상 촬영 기능을 테스트 해 보았는데 E-M1 Mark II 펌웨어 업데이트 이후 두 카메라가 대동소이한 성능을 갖췄기 때문에 두 카메라 모두에게 통용되는 이야기가 되겠네요.
https://mistyfriday.kr/3418?category=721094
https://mistyfriday.kr/3450?category=721094
얼마 전 업무차 촬영을 진행하며 생긴 짧은 클립에 컬러 교정과 보정을 적용해 화질과 보정 관용도 등을 테스트 해보았습니다. 귀여운 고양이가 주인공인 아래 영상에서 OM-LOG400의 보정 관용도와 LUT를 활용한 컬러 그레이딩 예를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RMA20-AisA&feature=youtu.be
한정된 실내 조명에서는 좋은 품질의 영상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특히 노출 부족으로 촬영된 영상은 후보정에서 색 손실과 왜곡이 심하고 고감도를 설정할 경우 노이즈가 문제가 될 수 있죠. 때문에 줌렌즈보다는 밝은 조리개 값을 가진 17/25mm F1.2 PRO 렌즈를 사용해 가급적 밝게 촬영했습니다. 일반적인 4K 30p 동영상보다 화질이 좋은 C4K 24p 포맷으로 촬영했고 OM-LOG400를 적용해 후보정을 더했습니다. 다행히 F1.2의 밝은 조리개 값이 큰 힘을 발휘해 실내에서도 괜찮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어요.
일반적으로 OM-LOG400을 사용할 경우 노출계가 +1.3-1.7EV를 가리킬 정도로 셔터 속도와 조리개 값, ISO 감도를 설정해 밝게 촬영합니다. 이래야 색보정을 했을 때 피부톤과 암부 디테일을 살려내기 용이하더군요.
WB를 4800K로 적용하고 촬영한 영상은 실내 조명에서 실제 색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가장 먼저 색 교정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파이널 컷 프로 X에서는 cmd+7 단축키를 눌러 편집 화면을 연 뒤, RGB 수준기를 참고해 실제 색과 같게 각 값을 조절하게 됩니다.
이렇게 하니 제법 비슷해졌습니다. 색 보정과 LUT 적용은 이후부터 진행하게 되고요.
색 교정 작업 전/후를 비교하면 그 차이가 확실히 납니다. WB 값을 변경해도 되고 컬러 휠, 컬러 보드 등의 툴을 이용해 변경해도 됩니다. 이후에 LUT를 적용하면 다양한 분위기의 영상을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adjustment layer를 이용해 컬러 교정 및 보정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영상에 직접 보정값을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차후 변경/취소가 간편하고 여러 영상에 일관된 컬러톤을 적용하기에도 유리하죠. LUT 적용은 제 경우에 무료 툴인 mLUT과 무료 LUT들을 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래는 영상에 나온 네 개의 LUT 적용 화면을 캡쳐한 것입니다.
조금씩이지만 컬러 톤과 필터 효과 등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다양한 유/무료 LUT을 사용하면 손쉽게 개성있는 톤의 영상을 만들 수 있죠. 이 작업을 하며 올림푸스 카메라의 4K 동영상 품질과 OM-LOG400의 표현 폭에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충분한 조명과 여건이 갖춰진다면 영상 작업에 충분히 사용할 수 있겠다고요.
아래는 조금 더 다양한 사례들에 컬러 그레이딩을 적용해 비교한 영상입니다.
대부분의 영상은 빛이 충분한 야외 촬영 결과물에 LUT만 적용한 것입니다. 태양광을 사용했기 때문에 별다른 색 교정이 필요하지 않고 노출만 적절히 설정해주면 간단한 작업만으로도 고품질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죠. 아래는 OM-LOG400 촬영 원본과 컬러 그레이딩 적용 후를 비교한 사진들입니다.
237Mbps의 C4K 동영상 품질은 24p라는 한계를 제외하면 상당히 만족도가 높습니다. 100Mbps 내외의 타사 카메라 4K 동영상과 비교해 더 많은 데이터를 담고 있기 때문에 동일한 8비트 영상이라면 보정 작업이 더 수월하기도 하겠고요. 물론 LOG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그들과 비교 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싶습니다.
LUT 외에도 컬러 레이어를 통해 필터를 적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teal 색상의 필터를 덧입혀 필름라이크한 느낌으로 영상을 연출하는 것인데 저도 취미용 V-LOG 영상에 자주 활용하고 있습니다.
여행에서 촬영한 영상 역시 OM-LOG400으로 촬영해 약간의 보정을 거치면 영화처럼 드라마틱하게 변신시킬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앞으로 올림푸스 카메라에 가장 기대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E-M5 시리즈의 후속작이 올해 발표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더 작고 가벼운 E-M5 시리즈에 4K 동영상 촬영과 OM-LOG400이 지원된다면 여행용으로 더 좋은 카메라가 될 것 같습니다.
아래는 여행 중 촬영한 OM-LOG400 영상에 컬러그레이딩을 적용한 뒤 비교한 사진입니다.
아무래도 영상 편집을 이제 막 배우면서 이런저런 시도들을 하고 있다보니 컬러 그레이딩 그리고 LOG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전문적인 영상 작업을 고려하고 있는 분들께 꼭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고요. 아직 쟁쟁한 경쟁사의 영상 전용 카메라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지만 실제 사용해보며 느낀 것은 OM-LOG400 추가로 올림푸스 카메라도 영상 작업에 충분한 가능성을 갖게 됐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것을 아직 누구도 모르기 때문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성능과 부가 기능을 보강하고 액세서리 환경 역시 개선해야겠습니다.
OM-LOG400을 통해 올림푸스 카메라로 영상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제 선택이 아주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며, 다음 포스팅에서는 손떨림 보정과 AF, 렌즈 선택과 주변기기 활용 등 다른 이야기들을 이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