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언제나 설레고, 만나는 모든 것들이 즐겁습니다. 회사에 갇힌 신세가 된 요즘 매일같이 여행을 꿈꾸다가, 지난 제주 여행을 떠올리며 오랜만에 여행과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첫 번째로 꼽은 것은 여행에 빠질 수 없는 예쁜 카페 소개 그리고 그 곳에서 담은 사진들입니다. 여름 지나 가을을 맞이할 이 때쯤 다녀오면 좋을 곳이기도 하고요.
지난 제주 여행에선 올림푸스의 PEN-F와 17mm F1.8, 7-14mm F2.8 PRO 렌즈로 단촐하게 장비를 구성했습니다. 보통은 17mm 단렌즈 하나만 챙겨 떠나지만 풍경이 좋은 제주다보니 광각이 필요할 것 같아서 7-14mm 초광각 렌즈를 하나 더 챙겼죠. 다녀와보니 여행용으로 이 둘에 25mm 또는 45mm 단렌즈 정도만 추가하면 부족함이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동영상까지 함께 고려한다면 PEN-F는 추천하기 어렵겠습니다만, 사진만이라면 충분합니다.
2박 3일간의 짧은 일정동안 날씨는 좋지 못했습니다만, 도착한 첫 날만큼은 기가 막히게 맑고 화창한 오후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열대 기후 도시를 떠올리게 하는 공항 밖 풍경, 차를 타고 달리는 해안 도로의 풍경이 아주 멀리 떠나온 것처럼 이색적이라 점점 신이 났죠. 이 날 간단히 점심 먹고 도착한 곳은 봄날 카페였습니다.
제주 카페 거리로 유명한 애월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곳 중 하나입니다. 과거엔 게스트하우스로도 운영했다고 하는데, 최근에는 카페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덕분에 과거 여행객들이 묵었을 것으로 보이는 다양한 공간들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물론 가장 큰 매력은 마음만 먹으면 당장 바다로 뛰어들 수 있는 위치고요. 인기가 워낙 많은 곳이라 질서를 위해 입구에서 음료를 주문한 고객만 내부로 입장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가장 마음에 든 자리는 가게 끝자락에 있는 야외 테이블이었습니다. 장애물 없이 쭉 뻗은 바다를 볼 수 있는 테이블에 앉아 아이스 커피를 마시니 그냥 웃음이 나오더군요. 이 날 오후 햇살이 꽤 따가워서 야외 테이블에 사람이 많지 않았고, 덕분에 잠시나마 독차지 할 수 있었습니다. 선선한 가을날에는 아마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붐비겠죠?
근사하게 낡은 테이블과 해를 가려주는 지붕, 그리고 애월 바다를 한 번에 담기에 7-14mm F2.8 PRO 렌즈가 무척 좋았습니다. 위 사진은 7mm 최대 광각으로 촬영한 것인데 눈 앞은 물론이고 머리 위와 양 옆 풍경까지 부족함 없이 담을 수 있었습니다. 이래서 초광각 렌즈가 여행용으로 사랑받는 것이겠죠.
7-14mm 렌즈의 14mm 구간을 사용하면 제가 가장 사랑하는 17mm 못지 않은 편안한 프레임을 만들 수 있습니다. 35mm 환산 약 28mm로 스냅 촬영에 선호도가 높은 초점거리죠. 리코 GR 시리즈나 후지필름, 라이카 등의 P&S 디지털 카메라에서 28mm 단렌즈를 사용한 것만 봐도 이미 충분히 검증됐다 할 수 있겠습니다. 직접 촬영해보니 7-14mm 렌즈는 풍경 촬영에서 극적인 연출이 가능한 7mm 렌즈와 여행 스냅용 14mm 렌즈 두 개를 사용한다는 생각으로만 챙겨도 제 몫을 충분히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 챙긴 17mm F1.8 렌즈는 이렇게 배경 흐림을 이용해 좋아하는 것들을 담으면 되고요.
다시 카페 이야기로 돌아와서, 애월의 다른 카페와 비교해 봄날 카페가 갖는 매력은 각각 다른 분위기로 꾸며진 크고 작은 공간들이었습니다. 마치 그 자체로 여러 개의 작은 카페들이 모여있는 카페 거리같았다고 할까요. 어떤 곳은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션뷰 카페 같았다면, 또 다른 곳은 갤러리 같기도 했고, 다락방처럼 작고 아늑한 곳도 있었습니다. 저는 야외 테이블에서 커피를 반쯤 마시고 카페를 나오기 전에 한 곳씩 둘러봤는데 각각의 공간들이 매력있어서 진작에 둘러보지 못한 것들이 아쉬웠습니다.
이 공간들은 제가 보고 느낀, 그리고 영감을 받은 장면들을 효과적으로 담기 위해 초광각 렌즈가 아닌 17mm F1.8 렌즈를 이용해 제 시선 그대로 담았습니다. 꽤나 오랜 시간동안 켜켜이 쌓인 흔적들이 마음에 들더군요. 그보단 그 안에 깃든 사람들의 시간과 생각, 노력들에 감탄했다고 하는 게 맞겠습니다.
물론 좁은 공간을 담을 때는 7mm 초광각이 효자입니다. 진작 선점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던 창가 옆 테이블 역시 7-14mm F2.8 렌즈를 이용해 원하는 구도로 담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 방문하면 바다가 보이는 커다란 창 옆 테이블에 앉아 다음 일정 걱정 없이 실컷 수다 떨고 싶어요.
봄날 카페 옆에는 그 못지 않게 핫한 몽상 드 애월 카페도 있습니다. 두 카페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걸으면 금방 갈 수 있으니 한 곳에만 머무르기보다는 애월 카페 거리 전체를 여유있게 둘러보며 가장 마음에 드는 뷰, 맛있는 커피, 아늑한 공간 등 각자의 기준에 맞는 최고의 카페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네요. 요즘 애월에 새로 생긴 카페들도 많아서 종일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를 것 같아요.
별다른 목적 없이 그저 바다 보고, 맛있는 것 먹고, 좋은 카페에서 수다나 떨다 오자며 떠난 여행. 그래서 장비도 제가 가진 가장 작은 카메라와 가벼운 렌즈, 그리고 욕심 부려 챙긴 초광각 렌즈로 가볍게 떠났습니다. 때문에 무거운 장비에 치이지 않고 가볍고 즐겁게 보낼 수 있었어요. 요즘 여행용으로 액션캠이나 휴대폰을 많이들 선호하지만 그럼에도 추억을 담는 도구로서 미러리스 카메라가 갖는 장점과 매력은 여전합니다. 두고두고 열어봤을 때 다시금 그 때로 돌아갈 수 있는 선명하고 깨끗한 사진들이 있거든요. 이 날은 멋진 날씨와 좋은 공간, 그리고 카메라가 있었던 덕분에 이렇게 다른 이들에게 소개할만한 사진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조만간 제주를 다시 다녀올 생각인데, 그 때도 역시 미러리스 카메라와 가벼운 렌즈 몇 개를 챙기게 될 것 같습니다. 그래야 좋은 공간들을 더 만끽할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