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행도, 포스팅도 뜸하니 무슨 낙으로 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지난여행 사진들을 들춰 보며 제가 좋아하는 여행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아래 사진은 제가 무척 좋아하는 사진들 중 한 장입니다. 아이패드의 잠금 화면이기도 하죠.
장난감처럼 작은 차? 혹은 오토바이가 눈 앞에 지나가는데 흐린 날씨 때문에 회색처럼 보였던 도시에서 노란색의 '그것'이 얼마나 강렬하게 보이던지요. 그래서 이 사진은 보정 과정에서 노란색만 살리고 나머지 컬러는 모두 채도를 낮춰 주제를 확실히 부각시켰습니다. 컬러 대비로 이미지를 더욱 다이내믹하게 연출하고 주제를 강조하는,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진 촬영/연출법이죠.
예를 들면 같은 장면에서도 아래와 같이 서로 다른 이미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왼쪽 사진은 빨간색, 오른쪽 사진을 파란색만을 남기고 나머지를 흑백 처리한 것입니다. 동일한 사진이지만 컬러가 있는 피사체의 위치 때문에 사뭇 다른 느낌이 들죠. 컬러와 흑백의 경계 때문에 입체가 또는 공간감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보통은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을 통해 이런 사진을 만들어내지만, 올림푸스 카메라에 손쉽게 이 포인트 컬러 효과를 줄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아트 필터의 '셀렉티브 컬러' 모드. 사실 제가 좋아하는 기능이라 이전에 포스팅으로 정리해 둔 적이 있습니다.
셀렉티브 컬러 기능을 사진에 적용하는 방법으로 세 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가장 먼저 아트 필터를 통해 직접 포인트 컬러를 설정하고 촬영하는 방법, 두 번째는 RAW 파일 촬영 후 카메라의 이미지 보정 기능을 이용해 적용-JPG 변환하는 방법. 간편하긴 첫 번째가 편하지만 JPG 이미지 특성상 나중에 다른 컬러를 되살릴 수 없으니 조금 번거롭더라도 RAW 촬영 후 변환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인 Olympus Workspace를 통해 RAW 파일에 아트 필터를 적용하는 방법입니다. 카메라의 내장 편집 기능을 이용하는 것과 같은 원리인데, 카메라의 컬러 보정, 아트 필터 옵션을 모두 제공하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이론적으로는 RAW 촬영을 할 경우 카메라의 컬러/아트 필터 등의 설정을 신경 써서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되겠죠.
셀렉티브 컬러 기능에 대한 이전 포스팅은 일상의 장면들을 색다르게 연출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조금 확장해서 여행 사진에 이 셀렉티브 컬러로 강한 인상과 입체감, 생동감 등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을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위 이미지는 RAW로 촬영한 이미지로 다양한 셀렉티브 컬러 옵션을 적용해 JPG 이미지로 변환한 것입니다. 모든 컬러가 있는 왼쪽 위 사진과 빨강, 파랑, 노랑이 강조된 세 장의 사진은 느낌이 제법 다르죠? 같은 장면도 이렇게 완전히 다르게 연출할 수 있는 것이 이 기능의 장점입니다. 그리고 다양한 컬러가 있는 피사체, 풍경이면 그 효과가 배가되겠죠.
아래는 제주, 부산 여행을 하며 PEN-F로 담은 이미지에 셀렉티브 컬러 옵션을 적용한 것입니다.
각 풍경에서 주가 되는 피사체, 그리고 눈을 사로잡은 컬러를 강조하니 촬영 당시의 의도대로, 또는 그때와 전혀 다른 느낌의 사진이 됐습니다.
[ 셀렉티브 컬러 - 빨강 ]
빨강은 가장 쉽게, 그리고 강렬하게 셀렉티브 컬러 기능의 특징과 장점을 보여줄 수 있는 옵션입니다. 흑백 사진과 가장 강렬한 대비를 보이는 컬러이기도 하고, 다양한 색상 사이에서 유독 존재감을 뽐내는 컬러니까요. 아무래도 여행 사진 중 가장 많은 사진들이 이 셀렉티브 컬러 빨강 옵션의 수혜를 받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셀렉티브 컬러 - 파랑 ]
바다가 여행의 중심이 되는 제주와 부산에선 파란색을 포인트 컬러로 사용해도 마음에 드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흑백 사진과의 대비가 강하지 않아서 자주 사용하는 옵션은 아닙니다만, 바다와 하늘이 마치 하나처럼 이어진 화창한 날의 사진에는 셀렉티브 컬러 - 파랑 옵션을 한번씩 써보게 됩니다.
[ 셀렉티브 컬러 - 노랑 ]
빨강 못지 않게 흑백 사진과 좋은 대비를 보이는 것이 노란색입니다. 빨강보다 눈에 자주 띄지는 않습니다만, 그만큼 더 강렬한 대비를 만들어 낼 수 있죠. 특히 해운대에서 찍은 아래 사진은 구도, 그리고 백사장과의 대비가 제 맘에 드는 사진인데, 셀렉티브 컬러 기능을 적용하니 또 다른 느낌입니다.
[ 셀렉티브 컬러 - 초록 ]
초록색은 흑백 사진 속에서도 청량하고 편안한 느낌을 줍니다. 특히 풀과 이파리에 셀렉티브 컬러를 적용했을 때의 효과는 대단해서, 일부러 아래 사진처럼 낡은 건물 또는 폐허와 녹색의 조화를 찾아 다니기도 합니다. 셀렉티브 컬러 또는 이러한 연출에 관심을 갖게 된 분들은 한번 활용해보길 추천하는 옵션입니다.
[ 셀렉티브 컬러 - 기타 컬러 ]
그 외에도 다양한 색들을 의도에 맞춰 포인트 컬러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게 영감을 줬던, 그리고 마음을 사로 잡았던 현장의 컬러를 이 기능을 통해 다른 이에게 직접적으로 보여준 적이 종종 있습니다. 굉장히 직접적이고 솔직한 방식의 표현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행 사진을 조금 더 재미있게, 그리고 색다르게 찍고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면 이러한 포인트 컬러를 활용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올림푸스 카메라 사용자라면, 셀렉티브 컬러 기능을 사용하면 되겠죠.
지금은 손에 없지만 올림푸스 PEN-F는 제가 써 본 카메라 중 여행용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카메라였습니다. 결과물에서 100% 만족한 것은 아니었지만 특유의 스타일과 가벼움, 그리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 기능들이 그 못지 않은 매력이 있었죠. 가장 좋은 카메라는 아니었지만 가장 매력적인 카메라였다고는 할 수 있겠네요.
아쉽게도 PEN-F의 후속 제품은 출시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지배적이지만 또 다른 이름 또는 다른 시리즈로 이 카메라의 철학을 계승한 제품이 나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