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영입한, 그리고 제게 선물한, 거기에 요즘 푹 빠져있는 시계에 대한 TMI 포스팅 두 번째. 노모스 클럽 캠퍼스 38 나이트 모델의 개봉기입니다. 벌써 한 달이 되어가는데, 다른 시계와 번갈아 차느라 매일 못 차는 게 아쉬울 정도로 사랑하고 있습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이 모델의 특징과 영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이 정리돼 있습니다. 노모스 클럽 시리즈에 관심을 갖게 되신 분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될 거예요.
동경 여행 7일째인 생일에 열어볼 요량으로 호텔에 포장째 잘 보관했는데, 결국 참지 못하고 약속된 날 하루 전에 선물을 개봉했습니다. 롯폰기의 어느 카페에서, 전망대에 오르기 전 늦은 오후였어요.
노모스 시계의 패키징은 나무를 사용합니다. 크기도 크지 않고 장식도 화려하지 않아서 수수한 느낌이 들죠. 이번이 두 번짼데, 처음엔 원목 케이스에 '와-'하는 탄성이 나왔지만, 그 후로 다른 고급 시계들의 패키징을 여럿 봐서 그런지 이제는 큰 감흥은 없습니다.
하지만 깜짝 선물이 나무 상자 안에 있더라고요. 기본 패키지 외에 여름에 많이 사용하는 페를론 스트랩이 추가로 들어 있었습니다. 아마도 국내 총판인 코스코의 증정품 같은데, 마침 비슷한 색상의 페를론 스트랩을 사용하고 있던 터라 더 반가웠습니다. 구성품은 스트랩이 체결된 시계와 부드러운 천, 그리고 메시지 카드, 코스코의 보증서입니다. 독자 무브먼트를 사용하는만큼 수리를 대비해서라도 노모스 시계는 코스코 정품을 사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사실 얼마 전에 제가 탕겐테 무브먼트를 40만원 주고 수리했거든요.
케이스를 보호하고 있는 완충재를 벗겨 내니 흠집 하나 없는 깨끗한 스테인리스 스틸이 맘을 사로잡습니다. 캘리포니아 인덱스와 짙은 회색 다이얼 그리고 주황색 초침까지 시계로 보던 것 그대로였습니다. 반짝반짝 눈 앞에서 빛나니 실물이 더 좋게 느껴졌고요.
스트랩은 회색 벨로어 소재입니다. 여름에 차기에는 그리 적합하지 않아서 함께 받은 페를론 스트랩을 유용하게 쓰고 있습니다. 다만 여름을 제외한 계절에는 기본 스트랩을 사용하려고요. 기본 밴드와 케이스의 조화가 무척 맘에 듭니다.
다음으로 마음을 사로잡은 사파이어 글래스 백. 알파 무브먼트는 탕겐테에서 늘 보던 것이라 익숙하지만 케이스가 다르니 느낌 역시 색다릅니다. 38mm로 케이스가 탕겐테 35mm 보다 크기 때문에 스틸 소재의 테두리가 더 넓습니다.
동봉된 카드는 독일에서 날아온 것입니다. 감사하다는 메시지와 함께 시계에 대한 소개들이 들어 있어요. 물론 자세히 보지는 않았습니다. 실질적으로 제게 중요한 건 코스코에서 수리를 받을 수 있다는 보증서지요.
개인적으로 40mm 미만의 작은 시계를 좋아해서 클럽 캠퍼스의 38mm 케이스 역시 마음에 듭니다. 탕겐테 35mm는 남성 손목에 조금 작은 느낌인데, 38mm가 제 손목에 가장 좋아 보입니다. 역시 번갈아 착용하고 있는 해밀턴의 카키 복각 모델 역시 케이스 지름이 38mm죠. 노모스 클럽은 그보다는 베젤이 좁아 날렵하고 세련된 인상입니다.
시계는 흰판과 검판만 생각했는데, 이 시계의 짙은 회색 다이얼도 마음에 듭니다. 밴드 색은 좀 가릴 것 같은 느낌이지만 옷차림은 어느 것이든 소화가 가능할 것 같아요. 그리고 회색 다이얼과 푸른색 인덱스, 주황색 초침이 이루는 조화도 마음에 듭니다.
이미 탕겐테를 통해 알파 무브먼트를 경험했지만, 클럽 캠퍼스의 핸드 와인딩은 그보다 조금 더 정숙하고 안정적인 느낌입니다. 탕겐테는 얇은 케이스 두께에 치중해서인지 핸드 와인딩이 조심스러웠거든요. 실제로 와인딩하던 중에 태엽이 부러지는 사고도 있었고요. 반면 클럽은 탕겐테보다 묵직하게 태엽이 돌아가고 끝까지 감았을 때 단단하게 걸리는 것이 마음에 듭니다.
갓 꺼낸 시계를 막 차고 롯폰기 힐즈 전망대에서 도쿄 풍경과 함께 시계 사진도 찍었습니다. 밤이 되면 야광이 밝게 빛나길 기대하면서요.
물론 촬영이 쉽진 않았습니다만,
노력 끝에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오토매틱보다 불편하다는 이야기가 많지만, 저는 아침마다 시간을 맞추고 태엽을 돌리는 시간을 즐기는 터라 시계를 고를때 가급적 수동 무브먼트를 채용한 모델을 고르게 됩니다. 지금 보유한 시계들 역시 대부분 핸드 와인딩 모델이고요. 오토매틱 무브먼트 모델보다 대체로 케이스 두께가 얇은 점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클럽 캠퍼스 모델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노모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취지에 정확히 부합하는 모델입니다.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는 케이스 디자인에 다이얼 역시 무난하면서 노모스의 철학이 적절히 녹아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구매한 100만원 내외의 가격이라면 브랜드와 무브먼트 등 이 정도 만족감을 줄만한 시계가 그리 많지 않겠죠. 앞으로도 인지도는 그리 나아지지 않을 것이니 나만 알고 차는 시계가 되겠지만, 이렇게 맘에 꼭 맞는 시계와 매일 함께 한다는 것은 무척 기분 좋은 일입니다. 아직 갤러리아 면세점의 미친 세일(?) 기간이 며칠 남아있으니 평소 노모스 시계를 맘에 두고 계셨다면 이 기회에 영입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 클럽 캠퍼스 모델에 대한 후기, 그리고 노모스와 클럽 시리즈에 관련된 이야기를 종종 포스팅하려고 합니다. 아마도 다음은 여름용 '줄질' 얘기가 될 것 같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