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 여행을 기대하게 했던 것은 동경의 풍경만이 아니었습니다. 생일을 동경에서 맞는 제게 제법 큰 선물을 준비했었거든요. -나야 고마워-
평소 흠모하던 브랜드의 시계를 추가로 영입했습니다. 명품 브랜드의 시계는 아니지만 제 취향에 꼭 맞는 녀석이라 출국 전부터 두근거렸죠. 노모스의 클럽 캠퍼스 38 나이트 모델의 소개와 간단한 영입기입니다.
노모스의 스테디셀러인 탕겐테 35mm 모델을 가지고 있지만, 캐주얼한 시계를 하나 더 갖고 싶었고, 저렴한 라인업인 클럽 시리즈를 눈여겨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때마침 면세점에서 믿을 수 없는 가격으로 판매를 하기에 마지막 남은 하나를 구매했습니다. 앞으로 6개월간의 제게 양해를 구하면서요.
NOMOS Glashütte & CLUB CAMPUS 38 NIGHT
비싼 시계에 큰 관심이 없는 제가 그나마 늘 지켜보는 브랜드입니다. 바우하우스 기반의 디자인, 자사 무브먼트를 생산하는 기술력, 낮은 인지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등이 제 취향에 맞아요. 가장 유명한 모델은 탕겐테지만 최근에는 라인업이 꽤나 비대해져서 저도 몇몇만 알고 있는데, 클럽(Club)은 가장 저렴한 라인입니다.
제가 구매한 클럽 캠퍼스 모델은 이름대로 대학에 입학하는 청년들에게 기계식 시계의 가치와 즐거움을 선물해 보라는 의도로 기획된 제품입니다. 캐주얼한 디자인의 클럽 라인업에 가격 역시 1000유로 내외로 저렴한 편이죠. 사양은 아래와 같습니다.
노모스를 대표하는 알파 무브먼트를 탑재했고, 지름은 38mm입니다. 케이스는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며 후면은 스틸/사파이어 글래스 두 가지로 출시됐습니다. 일반적으로 시스루 백을 메인으로 내세우는 것과 달리 이 모델은 스틸백을 전면에 내세우는데, 이유는 선물 메시지를 스틸백에 각인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해당 서비스가 불가한 국내에는 사파이어 글래스백만 수입됐다고 합니다.
탕겐테에 사용되는 알파 무브먼트는 태엽을 감아 구동하는 핸드 와인딩 방식입니다. 10기압 방수는 다소 초라하지만 노모스 제품들이 방수 성능에는 전반적으로 인색한 편이니 감안해야겠죠. 밴드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20mm 규격입니다. 아쉽게도 18mm 밴드를 사용하는 탕겐테와는 호환되지 않네요.
클럽은 노모스에서 가장 저렴한 라인이지만, 그 가볍고 캐주얼한 인상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습니다. 탕겐테가 드레스워치의 성격이 강한 것과 달리 클럽은 데일리 워치로 다양한 옷차림에 매치할 수 있거든요. 전반적인 디자인은 오리지널 클럽과 같지만 몇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위 사진이 오리지널 클럽 모델입니다. 컬러링을 제외하면 기본 디자인은 동일해 보이죠. 실제로 그렇습니다만 클럽 캠퍼스 모델은 4와 8이 로마 숫자로 되어 있습니다. 아라비아 숫자와 로마 숫자를 병용하는 이 방식을 캘리포니아 다이얼이라고 한다는데, 유래에 대해선 여러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깊은 밤하늘 같은 다이얼에 푸른빛이 도는 캘리포니아 인덱스, 그리고 강렬한 주황색 초침까지. 제가 요즘 이 시계에 빠져있어서 그런지 컬러 조합과 다이얼 디자인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어두운 곳에 가면 이 녀석의 진가가 드러나죠. 슈퍼 루미노바를 사용한 인덱스가 푸른빛으로 빛나는 것이 그야말로 보는 사람 가슴 뛰게 해요. 이 모델은 확실히 밤에 더 근사합니다. 그래서 NIGHT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겠죠.
알파 무브먼트에 대해 이야기하면, 이 무브먼트가 클럽을 영입하게 된 첫 번째 이유이자 구매를 고민한 가장 큰 이유입니다. 탕겐테를 통해 이 무브먼트의 장점과 매력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같은 무브먼트를 사용하는 시계를 두 개나 보유하는 것이 망설여졌거든요. 사실 시계 뒷면을 볼 일이 없으니 케이스와 다이얼 디자인이 완전히 다른 두 모델을 번갈아 차는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만.
물론 결제 버튼을 누르게 하는 것은 가격입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노모스가 입점돼 있는 갤러리아 면세점이 영업을 종료하면서 노모스 시계도 큰 폭의 할인을 했거든요. 평소 노모스 클럽 모델을 눈여겨 보던 제게는 그야말로 눈이 반짝, 귀가 번쩍 뜨이는 소식이었고, 적립금과 각종 할인을 적용한 가격은 그야말로 꿈 같았습니다.
국내 정가의 절반 이하 가격, 심지어 독일 현지 리테일 가격 1000유로보다 저렴하니 사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결제를 마친 후에는 동경으로 떠나는 날을 몹시도 기다렸다죠. 면세점에서 시계를 수령한 뒤 생일까지 기다리는 시간도 무척 길었습니다.
국내 인지도는 아직 낮지만 노모스 시계는 가격 대비 충분한 가치를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브랜드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스타일이 있고요. 그리고 클럽 캠퍼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노모스의 매력인 알파 무브먼트, 모던한 디자인을 누릴 수 있는 시계라고 생각합니다. 대학교를 졸업한 지 십 년이 넘었지만 클럽 캠퍼스가 어색하지 않은 걸 보면 주변에도 추천할만 하고요.
시계에 대한 소개는 여기까지, 다음 포스팅에서 개봉기와 첫인상을 남겨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