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년 전으로 기억합니다. 똠얌꿍의 첫경험은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였지만, 수 년이 지나 이제는 태국 음식점을 즐겨 찾고 종종 똠얌꿍과 팟타이를 그리워하게 됐습니다. 여행을 하며 종종 제가 생각보다 외국 음식에 대한 적응력이 좋아 다행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쌀쌀한 가을 바람에 저도 모르게 똠얌꿍 생각이 났고, 근처 괜찮은 집이 없을까 찾던 중에 첫 똠얌꿍의 충격을 안겨줬던 그 집이 생각나서 다녀왔습니다. 동진시장 어느 건물의 지하에 있었던 집이 몇 년 새 근사한 건물 한 채를 쓰는 유명 레스토랑이 되었습니다.
이름은 툭툭 누들타이. 연남동에서 손꼽히는 맛집 중 한 곳이며, 비교적 현지 맛에 가까운 태국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6-7년 전 첫 태국 음식 경험을 이 곳에서 했었고요. 점심 시간을 지난 평일 오후에도 제법 대기가 있어서 2-30분의 기다림 끝에 입장했습니다. 메뉴판에는 시즌 3라고 써 있더군요. -뭐가 세 번째라는 걸까요? 사장님이 두 번 바뀌었다는 건가.-
대표 메뉴는 똠얌꿍과 푸팟퐁 커리, 팟타이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첫 방문때 먹었던 똠얌꿍은 매운맛과 신맛의 공존이라는 신세계를 알려줬는데(거기에 고수의 생소함까지) 몇 년만에 다시 맛 보기로 했습니다.
태국을 가 보지 않아서 어지러운 듯 정리된 실내가 현지의 그것과 비슷한지는 알 수 없지만 이국적인 분위기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건물의 2,3층에 테이블이 있고 1층을 조리실로 사용하는 구조더군요. 완성된 음식이 사진에 보이는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옵니다. 귀하신 몸이죠.
주문한 메뉴가 나왔습니다. 몇 년만에 재회한 똠얌꿍과 제가 가장 좋아하는 태국 음식 팟타이입니다. 거기에 똠얌꿍과 함께 먹을 샤프론 라이스를 추가했습니다. 유명한 식당인만큼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똠얌꿍이 16000원, 팟타이가 13000원 정도로 기억합니다. 태국 음식이 이렇게 고급이었던가요? 유독 한국에서 고급 음식으로 둔갑한 것들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재회한 똠얌궁의 국물을 한 수저 마셔 보고는 아- 하는 탄식이 나옵니다. 그 시절 저를 깜짝 놀라게 했던 이상한 맛이 아니라 시원한 감칠맛이 있는 근사한 수프였습니다. 몇 년 새 식당의 솜씨가 좋아진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단 제가 이 이국적인 맛에 적응을 한 거겠죠. 혹은 이 복잡 미묘한 맛을 받아들일 만한 나이가 됐다던지요.
바로 며칠전 프랜차이즈 타이 음식점에서 똠얌 국수를 먹은 터라 자연스레 비교가 됐는데, 확실히 이름값은 하는 좋은 수프입니다. 다만 가격 대비 양이나 구성이 조금 아쉬워서, 저는 밥이나 면을 필히 추가해야겠더군요. 아, 똠얌꿍과 라이스의 조화는 놀랍도록 좋았습니다.
달걀을 올린 팟타이는 비주얼부터 맛까지 제 스타일. 이전에 방문했던 다른 서울 내 음식점과 비교해 단맛이 강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물론 팟타이는 그 단맛에 먹는 거라고 합니다만은..
다만 이것도 가격 대비 양이 부족하게 느껴졌고요.
툭툭 누들타이 맛있습니다.
다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자주 찾기는 쉽지 않겠어요. 3만원이 넘는 식사 후에도 곧 배가 고파졌거든요.
꾹 참았다 현지에서 실컷 즐겨야 할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