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아이폰 못지 않은 애플의 새로운 캐시 카우로 떠오른 아이패드 프로 시리즈의 신제품이 발표됐습니다. 아이 패드 프로 라인업으로서는 3세대에 해당하지만, 외형과 시스템이 완전히 새로운 라인업의 탄생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지난해 아이폰 X이 아이폰 시리즈의 재탄생을 이야기했던 것처럼요.
얼마 전 아이폰 Xs, Xs Max, XR 시리즈가 발표되며 아이폰이 홈 버튼과의 이별을 고했을 때, 모두들 그것이 아이패드 시리즈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예상대로 새로운 아이패드 프로 시리즈는 홈 버튼을 제거하고 베젤을 줄인 형태로 재탄생했습니다. 버튼 없이 전면 대부분을 화면으로 채운 디자인이 처음엔 어색해 보이지만, 그 간결함이 어쩌면 이전 제품보다 애플이 추구하는 디자인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근사하네요.
10.5인치와 12.9인치 두 모델이었던 아이패드 프로 시리즈는 11인치와 12.9인치로 재편됐습니다. 11인치 모델은 10.5인치 모델에서 홈버튼과 베젤을 줄인만큼 화면을 늘렸고, 12.9인치는 베젤이 줄어든 만큼 크기가 작아져 휴대성이 크게 향상됐습니다. 기존 12.9인치 모델이 휴대성과는 거리가 먼 거치형 아이패드 느낌이 강했는데, 이제 전천후로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홈 버튼이 제거된 자리는 당연히 Face ID가 차지합니다. 이것 역시 아이폰 시리즈의 변화에서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일이죠. 다만 아이폰 시리즈의 Face ID가 세로로만 인식이 가능한 데 반해 아이패드는 가로 모드에서도 인식이 가능해졌습니다. 홈 버튼의 Touch ID를 이용한 언락, 결제 모두 Face ID가 대신합니다.
- 가로 모드에서 얼굴 인식이 가능해졌습니다. 아이폰은 업데이트 안 해줘? -
- 결제 역시 Face ID로 -
새로운 시스템 채용과 함께 하드웨어 완성도 역시 전보다 높아졌습니다. 두께 5.9mm로 역사상 가장 얇은 아이패드의 자리를 새롭게 차지했고, 디스플레이 성능 역시 전작보다 향상됐습니다. 그러면서도 10시간의 긴 배터리 지속 시간을 유지한 것을 높이 평가합니다.
그 외에도 600니트의 밝기, P3 색 영역, 트루 톤 디스플레이 지원 등 언제나 현세대 최상위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아이패드 프로 시리즈의 전통을 이어갑니다.
- 트루 톤 디스플레이는 한 번 접해 보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죠 -
프로세서는 아이패드 프로 시리즈를 위해 개발된 A12X Bionic 프로세서로 그래픽 성능이 크게 향상돼 기존 시리즈보다 약 2배 가량 빨라졌다고 합니다. 내장 메모리 역시 4GB에서 6GB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이패드 프로 시리즈만큼은 성능 논란에서 늘 자유로운 편이었고, 아이폰과 비교하면 유난히 초고성능 정책을 유지하고 있죠.
제가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USB Type C 포트 채용입니다. 기존의 라이트닝 포트를 USB Type C 포트로 교체했는데, 이 변화를 통해 애플이 아이패드 프로 시리즈의 위치를 이전과 다르게 설정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말만 새로운 시대의 랩톱 컴퓨터가 아닌, 실제로 랩톱 컴퓨터의 지위를 부여했다는 인상이 들더군요. USB Type C 포트의 장점인 확장성이 아이패드 시리즈에 접목되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더욱 많아졌습니다. 어댑터 없이도 모니터와 쉽게 연결할 수 있게 됐고, 다양한 주변 기기와의 연결도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USB C-라이트닝 케이블을 사용하면 아이패드로 아이폰의 배터리를 충전할 수도 있다고 하네요. 여러모로 반가운 변화입니다.
이 날 키노트에서 함께 발표된 아이패드용 포토샵 CC에서 달라진 아이패드 프로의 위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맥의 포토샵과 동등한 수준으로 구현된 새로운 포토샵 CC는 노트북을 따라하는 것을 넘어 아이패드만이 가능한 영역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출시를 무척 기다리고 있습니다. -근데 구형 제품에서 지원이 되지 않는 건 아니겠죠?-
물론 실제로 노트북 대용으로 아이패드 프로 시리즈를 사용하려면 제한된 멀티 태스킹과 마우스 등의 액세서리 활용 문제를 해결해야겠지만요. 그래도 애플이 제안하는 한정된 용도 내에서는 이미 노트북과 동등 혹은 이상의 효율을 보이고 있긴 합니다만. 처음 10.5인치 아이패드 프로와 키보드, 애플 펜슬을 구입할 때까지만 해도 이제 노트북 챙기는 날이 줄어들겠다며 기대했지만, 지금은 노트북과 아이패드를 모두 들고 다니고 있죠. 적어도 제게는 아직까지 한계가 있습니다.
새로운 액세서리도 함께 출시됐습니다. 생산성의 핵심인 스마트 키보드는 2단계로 각도 조절이 가능해졌고 전,후면 모두를 보호하는 폴리오 케이스 형태가 됐습니다. 그 외에는 큰 변화 없이 새로운 아이패드 프로에 맞춰 리디자인 된 모습입니다.
반면 애플 펜슬의 변화는 눈부십니다. 기존 애플 펜슬과 완전히 다른 디자인이 되었고, 조작 체계를 보완했습니다. 무엇보다 후면 커넥터로 아이패드와 연결해 페어링과 충전을 하는 우스꽝스러운 형태에서 마그네틱으로 아이패드 옆면에 붙이면 연결과 충전이 동시에 이뤄지는 쿨한 모습이 매력적입니다. 거기에 탭 조작을 추가해 드로잉 작업에서 브러쉬 선택을 할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기존 아이패드 프로 시리즈에는 당연하게도 호환이 되지 않으니 이 미려한 사용자 경험을 위해 새 아이패드 프로 시리즈를 구매하는 분도 있겠다 싶더군요.
새로운 아이패드는 깜짝 변신과 함께 깜짝 놀랄 가격을 선보입니다. 11인치 64GB Wifi 엔트리 모델 기준 가격이 799달러, 한국 판매 가격 999000원으로 지난해 아이폰 X에 이어 백만원 시대를 활짝 열었습니다. 애플의 고가 정책이 이제 더 이상 놀랍지 않지만, 이제 애플 제품의 장벽이 정말 높아졌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새로운 디자인에 성능 향상에 블라블라 해서 이 정도면 납득할 만한 가격 상승 아니냐고 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향상된 성능과 새로운 패러다임을 매년 같은 가격에 선보였던 스티브 잡스 시절의 애플이 저는 더 근사해 보입니다.
이번에 새롭게 1TB 모델이 아이패드 프로 시리즈에 추가됐습니다. 역시나 가격을 용량에 따라 성큼성큼 뛰어 가장 비싼 12.9인치 셀룰러 1TB 모델의 경우에는 2479000원을 찍습니다.
다만 긍정적인 것은 새로운 아이패드 프로 출시와 기존 10.5인치 아이패드 프로 모델의 존속, 엔트리급 아이패드 9.7모델 그리고 리뉴얼이 요원한 아이패드 미니 4까지 태블릿 라인업이 5종으로 늘어나 가격대 별로 다양한 선택권이 주어졌습니다.
- 근데 너무 많고 복잡하죠? 아이패드 시리즈가 -
개인적으로 최초의 아이패드 이후 처음으로 ‘갖고 싶다’는 내면의 목소리가 들리는 모델이지만 높은 가격 때문에 기존 10.5인치 모델을 계속 사용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아, 언제까지 애플의 고가 정책이 이어질까요.
이제 지레 구매를 포기하게 만드는 단계에 이르렀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