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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가을 오후와 앤트러사이트 서교점, 그리고 공기의 꿈


날이 무척 적당했습니다(?). 근처에 늘 있으면서도 그 유명한 망리단길을 이제서야 가 본 뒤 기세를 이어 앤트러사이트 서교점에도 가 보았습니다. 망원역 근처에 있어서 망원점일 줄 알았는데, 서교점입니다. 동교동에서 근처에 있는 줄 알고 지도를 보며 걷다 곧 포기했던 기억이 나네요.


시끌벅적한 망리단길과 망원역 인근을 지나 골목길에 들어서니 삽시간에 고요해졌습니다. 망원동은 이런 매력인가보다, 생각하며 조금 더 걸으니 정원이 있는 근사한 건물이 보입니다. 입구에 있는 작은 간판을 유심히 보지 않았으면 그냥 지나칠뻔했습니다. 얼마 전 제주에서는 아예 근처를 몇 바퀴 돌며 헤맸었죠.



폐공장을 그대로 사용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합정점, 거기에 제주만의 여유를 더한 한림점, 좁고 복잡한 길 사이에 끼어 어쩐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듯한 한남점에 이어 앤트러사이트 서교점에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이전에 방문했던 곳과는 분위기에 놀랐습니다. 이번에도 반쯤 쓰러져 가는 구닥다리 건물을 생각했는데 웬걸, 근사한 전원 주택이 있더군요.




아마도 주택을 개조한 것이겠죠. 3층짜리 건물은 빨간 기와와 흰 벽이 어렸을 때부터 흔히 보던 일반적인 다세대 주택과 같았습니다. 거기에 창을 크게 트고 통유리를 달아 멋을 냈는데, 카페보다는 갤러리 느낌이 강했습니다. 자갈 가득 쌓인 마당도 소규모 미술관의 그것을 연상시키더군요. 개인적으로는 그 정갈함 덕분에 다른 지점보다 첫인상이 좋았습니다.


1층에 들어서니 놀랍게도 아무도 없습니다..! 잘못 들어왔나 했는데 주문은 2,3층이더군요. 1층 중앙에는 세미나실처럼 긴 탁자가 놓여있고, 양 옆으로 작은 방이 있었습니다. 가정집 시절의 구조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인기척이 없어서 더 근사하게 느껴졌고, 정말로 갤러리에 들어온 것 같았습니다. 괜히 목소리도 발자국 소리도 줄이게 됐습니다.




실제로 1층의 왼쪽에 있는 방에는 커다란 액자가 걸려 있어서 커피를 마시기 전에 들리면 정말로, 정말로 갤러리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방에는 테이블과 의자도 없습니다. 그림에 대한 소감은 뭐 음, 액자도 그림도 참 크구나?




2층에 올라가기 전에도 구경 거리가 많습니다. 물론 1층이 내내 비워져 있는 것은 아니고 제가 방문했을 때가 평일 오후라 사람이 드물었고, 시간이 좀 지나니 1층까지 채워지더군요. 1층의 선반에는 원두들이 놓여 있습니다. 저는 주로 나쓰메 소세끼를 마시는데, 얼마 전 제주 한림점에서 공기의 꿈을 마시고 반해버렸죠. 라떼로 마시면 정말 맛있습니다.




가장 전망 좋은 3층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벽면의 노출 콘크리트는 다른 곳과 같지만 테이블과 의자가 다른 곳보다 훨씬 정갈합니다. 바닥도 나무 바닥이라 제가 방문했던 다른 지점과는 실내 분위기가 많이 달랐습니다. 최근에 생긴 곳이라 그런지 깨끗하고, 조용하고, 고급스럽고, 기타 등등 좋은 말들을 여럿 갖다 붙이게 됩니다.



3층에선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습니다. 따뜻한 오후에는 즐겨볼 만 합니다. 하지만 곧 겨울이 오고, 저 문은 닫히겠지요.



앤트러사이트에서 원두를 구입하면 테스팅 용 커피가 한 잔 제공됩니다. 공기의 꿈 원두를 구입한 뒤 테스팅용 커피는 아이스 커피로 부탁했습니다. 심플한 유리잔에 커다란 얼음을 넣은 것이 위스키 같기도 하고, 콜라 같기도 하고.


공기의 꿈은 산미가 강하지 않고 향이 좋은데, 아이스 커피보다는 라떼로 마시는 것이 훨씬 매력적입니다.




사람 없고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카페에서 음악을 듣고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냅니다. 이토록 평화로울 수가 없고, 해가 잘 들어 사진도 잘 나옵니다.

저녁이나 주말에는 많이 붐비겠지만 그렇지 않은 시간에 종종 찾아 시간을 보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공간이었습니다.


찾아보니 앤트러사이트가 서울에 네 곳, 제주에 한 곳 있더군요. 이제 남은 곳은 연희점 하나입니다.

다음엔 연희점 가보려고요. 원두는 역시 공기의 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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