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상수에 있는 앤트러사이트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카페입니다. 신발 공장이었던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특유의 인테리어도 마음에 들지만 일단 커피 맛이 제 취향과 가장 잘 맞아서 좋아하는데, 제주에 마침, 그것도 숙소 근처 한림에 앤트러사이트가 있다고 해서 모닝 커피를 마시고 왔습니다. -사실은 보말 칼국수 가게가 문을 열지 않았어요-
내비게이션을 찍고 갔는데도 목적지 앞을 몇 번이나 지나친 후에야 겨우 카페 위치를 찾았습니다. 건물 입구를 식당과 같이 사용하고 있는 데다 길가에 표지판 같은 것도 없어서 도통 카페 건물로는 보이지 않는 폐공장을 알아채고 들어서기엔 제 내공이 부족했습니다.
영업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 아침 식사에 실패하고 카페에 도착한 시간이 아홉시 반 조금 넘은 시각이라 오픈 때까지 주변을 구경했습니다.
과거에 제분공장으로 사용되던 건물은 부지가 제법 넓어서 오픈 전까지 주변을 둘러보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물론 보기 좋게 조경이 된 것은 아니고 버려지다시피 해서 잡초가 무성했지만 그런대로 이 카페와 어울렸습니다. 합정점도 그렇지만 이 카페의 인테리어는 '이렇습니다.'
오전 열 시, 고목으로 만든 여닫이문이 열리고 카페 영업이 시작합니다. 얼마나 오래된 나무인지 색깔이며 못자국에서 세월이 묻어납니다. 방법 시스템 말고는 온통 낡은 것들 뿐인 입구가 어딘가 정겹기도 하고요.
내부로 들어서면 한 번 더 놀랍니다. 합정점의 경우에는 공장 건물 내부를 그런대로 잘 활용해 카페에 맞게 사용하고 있는 느낌인데, 한림점은 그보다 더 불친절합니다. 분명 동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제분기가 그대로 놓여있고, 흙과 잡초가 자란 풍경도 그야말로 방치돼 있는 느낌입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마주치는 풍경이 이러니 저도 모르게 '우와 이게 뭐야.'라는 말이 나오죠.
내부 공간이 제법 넓은데, 테이블 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신 테이블이 크고 좌석이 많아서 웬만한 단체 아니면 커피를 마시기 위해 합석이 꼭 필요하겠습니다. 이것 역시 제가 보기엔 카페에 적합하기보단 잠시 빌린 장소에 임시로 테이블을 놓아 영업하는 모양새에 가까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합정점을 처음 방문했을 때보다 좀 더 신선했어요.
- 오토바이 무엇?-
물론 이곳은 커피를 마시러 오는 곳입니다. 가슴 높이로 돌을 쌓아올린 뒤 판자를 올린 카운터에는 커피 드립 도구들을 비롯해 이곳을 카페로 보이게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입구쪽에는 원두도 판매하고 있고요. 저는 나쓰메 소세끼를 가장 좋아합니다.
친구와 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따뜻한 라떼를 주문했습니다. 아침을 못 먹었으니 요기할 겸 후르츠 파운드 케익을 추가했는데, 이게 또 별미더군요.
이 날은 나쓰메 소세끼가 주문이 되지 않아서 다른 원두로 라떼를 주문했는데, 산미 없이 구수한 느낌이 모닝 커피로 마시기에, 그리고 파운드 케이크에 곁들이기에 아주 좋았습니다. -원두 이름이 '공기의 꿈'이었던가, 공기가 들어갔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하루 일과를 시작할 때까지 느긋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후에 들으니 여름에는 더위와 벌레 때문에 오래 있기에는 편치 않은 곳이라고 하는데 가을엔 무척 쾌적하더군요. 오픈 30여분 만에 테이블이 얼추 다 채워질 정도로 인기도 많았습니다.
서울에서도 그랬지만 제주에서도 앤트러사이트가 가장 마음에 든 카페로 남았습니다. 다음 제주행에서도 아침마다 어김없이 들리게 될 것 같아요.
아, 여기 파운드 케이크도 좋지만, 근처에 있는 '이익새' 파운드 케익이 정말 맛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