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년째 짬 날 때마다 서울 시내 라멘집을 훑으며 '라멘 로드'를 이어가는 제 인스타그램 페이지에 '좋아요'를 누른 계정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프로필 사진이 라멘이라 확인해 보니 라멘집 계정이더군요. 마침 홍대에서 멀지 않은 합정 인근에 있는 곳이었고, 담음새나 평을 보니 나쁘지 않아서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꽤나 만족했습니다.
상호는 길라멘. 당인리 발전소와 머지 않은 위치에 있습니다. 골목길 안쪽에 있어서 찾기가 무척 힘들고요. 올 해 오픈한 라멘집으로 보이는데 주방장님이 홍대 라멘 시대를 열었던 하카타분코와 인연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고보니 하카타분코는 아직 가 본 적이 없는데, 조만간 한 번 다녀와야겠군요.
어렵게 찾은 라멘집의 영업 시간은 저녁 10시까지입니다. 따로 브레이크타임은 없는 것 같습니다.
메뉴는 돈코츠 라멘과 매운 돈코츠 라멘, 차슈덮밥 정도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메뉴 간결한 곳을 좋아합니다. 왠지 더 잘 할 것 같은 느낌이 있거든요.
그리고 처음 방문했을 때는 그 집의 대표 메뉴를 주문합니다. 그래서 돈코츠 라멘과 미니 차슈동을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나온 음식들을 보고 담음새에 세심하게 신경 쓴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뽀얀 국물 위에 차슈와 파, 버섯을 담은 모양이 참 예쁩니다.
국물은 다른 돈코츠보다 조금 더 진해서 걸죽한 느낌이 들 정도인데, 또 과하게 기름지거나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습니다. 다만 염도는 좀 높은 편이라 국물은 다 먹지 못했습니다. 바로 직후에 먹은 나고미라멘이 돈코츠라멘보다는 순대국처럼 구수해서 조금 더 비교가 되는 것 같습니다. 면은 얇은 호소멘이고, 차슈도 매우 부드럽습니다. 식당에 있는 설명대로 토핑은 다양한 편이 아니었습니다. 대신 테이블에 마늘이 비치돼 있던 것은 무척 좋았고요.
라멘과 함께 먹기 좋은 미니 차슈동 역시 모양이 예쁩니다. 소스에 볶은 밥 위에 차슈를 몇 장 올리고 파를 푸짐하게 더했는데 이게 기대 이상으로 맛있더군요. 특히 밥에 스민 소스 맛이 입맛을 돋우는 매력이 있습니다. 다음엔 미니 차슈동 말고 큰 사이즈의 덮밥을 먹어야지 싶을 정도로요. 그래도 둘 중 비교하면 역시 저는 라멘이 조금 더 나았던 것 같습니다.
국물까지 다 먹고 나면 이렇게 웃는 얼굴이 나오도록 한 그릇 센스까지. 길라멘은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잘 정돈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카타분코 라멘을 먹어본 적이 없어 비교가 불가능하지만 진하면서도 부담 없는 돈코츠라멘이라는 점만으로도 많은 분들이 좋아할 것 같습니다. 재방문 의사 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