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름엔 빙수를 달고 살았는데, 요 몇 해간은 소홀했더군요. 상수동 어딘 카페 입구에 붙은 빙수 사진을 보고 오랜만에 빙수괴수의 본색이 나타나 먹을만한 빙수집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마침 먹고싶던 홍차 빙수 하는 곳이 연남동에 있다고 하여 다녀왔습니다.
이름도 정겨운 연남살롱은 연남동 끝자락에 있는 작은 가게입니다. 워낙에 작은 가게라 테이블이 몇 개 없어 대기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큰 테이블이 없어 5인 이상은 한 번에 방문할 수도 없습니다. 가게 내부를 보니 만화책이며 피규어 등 덕내 폴폴 풍기는 소품들을 좀 빼 내면 될 것도 같은데, 그럼 또 이곳만의 매력이 사라지겠죠.
빙수와 푸딩 등 디저트류로 유명한 곳이고 떡구이 사진도 SNS를 통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날 목표는 홍차빙수였고, 힘들게 온 김에 다른 빙수도 맛을 보기로 했습니다. -여름엔 1인 1빙수-
이 날의 디저트 파티는 2빙수 1푸딩으로 소금 캬라멜 빙수와 아쌈 밀크티 빙수 그리고 말차 푸딩입니다. 빙수는 1인분이라고 하는데 디저트임을 감안하면 혼자 먹기는 조금 많고 둘이 먹기는 아쉬운 정도라고 하겠습니다. 우유얼음을 곱게 간 빙수에 시럽을 뿌려 먹는 방식으로 소금 캬라멜 빙수에는 부드러운 크림이 올려져 있고 아쌈 밀크티 빙수는 얼음 자체가 밀크티를 얼린 것 같더군요. 시럽은 리필이 된다고 하네요.
얼음 위에 시럽을 뿌리는 장면을 보며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여름은 끔찍하게 싫지만 빙수가 맛있다는 건 큰 위로입니다. 얼음이 봉긋하게 쌓여 있기 때문에 시럽을 조금씩 뿌려가며 먹는 것이 좋겠습니다.
마무리는 말차 빙수, 맛도 맛이지만 깔끔하고 예쁜 모양새가 눈을 사로잡습니다. 함부로 수저를 넣기 어려운 비주얼입니다. 말차푸딩은 역시나 달지만 그래도 말차 특유의 쌉싸름한 맛 덕분에 균형은 좋은 편입니다. 다만 이 날 빙수 둘까지 함께 먹은 터라 속이 좀 쓰렸죠.
한바탕 오후의 디저트 파티를 하고 났더니 당분간은 빙수 생각이 좀 덜 날 것 같습니다. 다행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