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때 챙기는 것이 언뜻 보아선 비슷비슷해 보입니다만, 여행의 목적 그리고 각자가 느끼는 즐거움에 따라 굵직한 것들에서 차이가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여행에서 사진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저는 여행 준비물 리스트의 두 번째 줄이 언제나 촬영 장비죠. -첫 번째는 당연히 여권-
촬영 장비 중 카메라, 충전기, 여분의 메모리 카드 외에도 찍은 사진들을 백업할 스토리지 제품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고 관심도 많은 편입니다. 삼 년 전 막 여행을 시작할 때는 500GB 용량의 외장 하드 디스크 제품을 들고 갔었는데 오래된 모델이라 충격과 진동에 각별히 유의해야 했고, 혹 제품에 이상이 생기지 않을까 구동 소음에 귀를 기울여야 했습니다.
- 얼마나 마음을 졸였던지요 -
하지만 최근에는 포터블 SSD 제품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가격도 그럭저럭 현실화돼서 이런 걱정이 많이 줄었습니다. 저는 삼성의 초창기 제품인 T1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데, 최근 샌디스크의 익스트림 포터블 SSD를 영입해 총 두 개의 제품, 750GB의 저장 공간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둘을 합쳐도 그옛날 외장 하드보다 훨씬 작고 가볍고요.
- 샌디스크 익스트림 포터블 SSD(왼쪽)과 삼성 포터블 SSD T1(오른쪽) -
두 제품은 당연하게도 많은 공통점과 차이점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하드 디스크보다 훨씬 작고 가벼운 외형과 빠른 속도, 진동/충격에 상대적으로 강한 내구성 등 포터블 SSD 제품 고유의 매력은 두 제품 모두 가지고 있는데 조금 더 세부적으로 비교하면 생각보다 개성이 뚜렷한 것이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현재 사용중인 포터블 SSD 두 제품을 실 사용자 입장에서 간단히 비교해보려 합니다. 물론 삼성 T1은 출시한 지 삼 년이 지난 구기종이며 이미 T3,T5까지 후속 제품이 출시된 상태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보단 신제품인 샌디스크 제품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두 시리즈의 개성과 차이에 대해 이야기 해 보려 합니다. 이거 비교 하겠다고 T5를 살 순 없으니까요.
1. 디자인
작고 가볍다는 것은 두 제품이 마찬가지지만 생각보다 크기 차이가 나는 편입니다. 샌디스크 제품의 길이가 더 긴데 이것은 내장된 SSD나 칩셋의 차이라기보단 스트랩 홀을 배치하기 위한 디자인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맞겠습니다. 두께는 두 제품이 큰 차이가 없어 길이의 차이가 휴대성을 좌우한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무게는 삼성 제품이 26g, 샌디스크 제품이 39g으로 차이가 좀 나지만, 40g 미만의 제품 무게 차이를 체감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다만 외장재와 컬러의 차이로 두 제품의 인상은 확연히 다릅니다. 표면을 펀칭 패턴으로 마감하고 고무 느낌의 플라스틱 소재를 덧댄 샌디스크 제품은 흠집에 강하고 외형상으로도 아웃도어용 제품처럼 보이지만 삼성 제품의 플라스틱 소재는 그보다 약해 보입니다. 유광 플라스틱 부분은 흠집에 취약하고요. 외형 역시 아웃도어보다는 사무용 제품의 느낌이 듭니다. 최신 제품인 T5는 금속 케이스를 사용해 내구성에 대한 우려를 해소했지만 외형에서 보이는 분위기는 동일합니다.
2. 사양
샌디스크 익스트림 포터블 SSD
용량 : 250GB / 500GB / 1TB
전송 속도 : 최대 550MB/s (읽기 기준)
인터페이스 : USB 3.1 Gen 2 (Type C) 인터페이스
내구 설계 : IP55등급 방수/방진 내 충격 및 내 진동
크기 : 97 x 49 x 8 mm
무게 : 38.9 g
보안 : SanDisk SecureAccess 앱을 통한 저장 공간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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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포터블 SSD T1
용량 : 250GB / 500GB / 1TB
전송 속도 : 최대 450MB/s (읽기 기준)
인터페이스 : USB 3.0 (2.0 호환)
크기 : 71.0 x 9.2 x 53.2 mm
무게 : 26g
보안 : 암호 설정 가능 (AES-256bit 암호화)
주요 사양을 훑어보면 역시나 속도의 차이가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두 제조사가 발표한 최고 속도는 읽기 기준으로 약 20% 가량 차이가 나는데, 역시 같은 SSD 제품이더라도 세대에 따라 성능 차이가 제법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외에 눈여겨 볼 점은 샌디스크 제품은 IP55 등급의 방수/방진 설계와 내 충격 및 내 진동 설계가 적용된 것입니다. 여행과 아웃도어 활동에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장치들인데, 덕분에 제품 신뢰도에서는 아무래도 샌디스크 제품의 손을 들어주게 됩니다. 삼성 제품은 크기와 무게에서 이점이 있으니 일상적인 용도, 예를 들어 사무용으로 활용하기에는 삼성 제품이 디자인과 사양에서 조금 더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최신 제품인 삼성 T5를 사용해 보지 않았지만 큰 틀에선 T1의 특징들을 공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3. 속도
관건은 역시 속도죠. 샌디스크 제품의 전송 속도는 읽기 기준 최대 550MB/s, 삼성 제품의 속도는 최대 450MB/s로 생각보다 차이가 나는 편입니다. 두 제품 모두 하드 디스크와는 비교할 수 없는 빠른 속도를 자랑하지만 SSD 제품간에도 세대, 기술 수준에 따라 속도 차이가 제법 나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수치상 약 20%의 속도 차이가 난다고 하는데, 보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 측정 프로그램으로 테스트 해 보았습니다.
- 샌디스크 익스트림 포터블 SSD -
- 삼성 T1 -
테스트 PC는 SSD를 탑재한 5K 아이맥 2017년 모델, 측정 프로그램은 Blackmagic의 Disk speed test를 사용했습니다. 샌디스크 익스트림 포터블 SSD의 속도는 읽기 약 527MB/s, 쓰기 약 340MB/s였고, 삼성 T1의 속도는 읽기 약 427MB/s, 쓰기 약 390MB/s의 속도를 기록했습니다. 아무래도 신제품인 샌디스크 익스트림 포터블 SSD가 모든 면에서 앞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읽기 속도는 샌디스크 제품이 월등히 빠르지만 쓰기 속도는 삼성 제품이 작게나마 앞서는 수치가 나왔으니까요. 두 제품, 즉 두 회사가 제조한 SSD의 특성에 따른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것을 제 주 용도인 사진 백업에 적용하면, 현지에서 사진을 백업하는 효율은 삼성 제품이 뛰어나고, 저장된 사진을 확인하거나 외장 미디어 센터 등으로 활용하는 데는 샌디스크 제품이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겠네요.
4. 보안 / 소프트웨어
데이터를 휴대/관리하는 포터블 스토리지 제품으로서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는 것이 보안 시스템입니다. 두 제품 모두 암호화를 통한 데이터 보호 시스템을 탑재했는데, 비슷하면서도 지향하는 바가 다릅니다. 삼성 T1의 경우 드라이브 전체를 암호화 디스크로 구성하지만 샌디스크 제품의 경우에는 전체 저장 공간 내에 데이터 보호가 필요한 보안 공간을 할당하는 방식입니다.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자유로운 공유 공간을 함께 운영할 수 있는 샌디스크 방식을 선호합니다. 다만 샌디스크의 암호화 소프트웨어는 2018년의 것이라기엔 UI가 다소 촌스럽고 폴더 생성과 복사/이동 등을 프로그램 내에서 실행해야 하기 때문에 맥 OS의 파인더, 윈도우즈의 탐색기로 자유롭게 접근/관리할 수 있는 삼성 제품이 간편합니다.
- 샌디스크의 Secure Access 앱, UI가 다소 촌스럽고 불편합니다 -
오직 개인적인 용도로만 사용한다면 삼성 제품이 편할 것이고, 포트폴리오 등의 데이터를 공유하는 포터블 스토리지 용도를 함께 원한다면 샌디스크 제품이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총평
두 제품 모두 작고 가벼우며, 속도 역시 쾌적합니다. 하지만 한 쪽은 SSD의 장점인 휴대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다른 한 쪽은 방수/방진 등의 내구 설계를 더해 아웃도어 활동을 배려하는 등 최신 트렌드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서로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속도 역시 쓰기,읽기 속도에서 서로 다른 우위를 보이니 어느 한 쪽의 손을 쉽게 들어주기 어렵습니다.
여행이 주 목적인 저는 내구성이 뛰어난 샌디스크 제품에 좀 더 매력을 느껴 주력으로 사용하게 될 것 같지만, 구형 제품인 삼성 T1을 이제 방출하기도 애매하니 샌디스크 제품의 부족한 용량을 보조하는 용도로 함께 사용해야겠습니다. 두 시리즈는 각기 다른 장단점을 가지고 있고, 동일 용량 기준 가격이 비슷하니 외장 스토리지 구매를 고려하시는 분들에게 참고가 됐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