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먹는 밥이 맛있긴 하지만 대체로 자극적이라 가끔은 담백하고 건강한 맛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요리라도 잘 하면 해 먹겠지만 그게 또 마음처럼 되지 않잖아요. 며칠 전 다녀온 호계식은 이름에서 느껴지듯 소박하고 담백한 음식을 하는 곳입니다. 메뉴도 오직 닭 온반 하나라 더 정갈하게 느껴졌습니다.
얼마 전에 TV에 나왔는데 메뉴도 맛도 괜찮아 보였다는 추천에 점심을 먹고 왔습니다. 망원역과 합정역 사이에 있고, 흔히 말하는 망리단길과도 약간 거리가 있습니다. -근데 아직 망리단길을 가 본 적은 없어요 몰라요 미안해요-
투박하고 어지러운 옛날 길에 정갈하게 서 있는 가게가 간판을 보기 전에 이미 ‘저 곳이구나’ 싶었습니다. 2017년에 오픈했으니 이제 막 시작한 곳이죠. 차별화 된 메뉴와 영업 방식이 인기의 비결일까 싶습니다.
일부러 점심 시간의 끝자락에 방문해서 식사가 나올 때쯤엔 가게가 한산해졌습니다. 열 석 내외의 바 좌석만 있는 식당이라 혼밥하기 좋은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고 하네요. 주 메뉴는 닭온반인데 순한맛과 얼큰한 맛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특 닭온반은 닭다리 하나가 추가된다고 합니다. 어쩐 일인지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았던 터라 닭온반 보통을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도라지 약술을 잔술로 하나 추가했어요. 여름이잖아요?
테이블에 앉아 주문하면 밥과 반찬이 담긴 쟁반이 앞으로 서빙되는 방식입니다. 닭온반과 함께 밑반찬으로 채소 무침과 깍두기가 제공됩니다. 닭온반은 닭곰탕을 연상 시키는 모양새인데, 맑은 닭육수에 잘게 찢은 닭고기와 구운 닭껍질이 올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반숙 달걀 추가. 닭과 달걀이 모두 있으니 오야코동이 연상되지만 국물이 있으니 전혀 다른 요리죠. 밥은 국물에 말아진 채로 나와 부드럽게 넘어갑니다.
닭온반은 국물이 매우 담백하고 간도 강하지 않아서 흔히 말하는 ‘사 먹는 밥’보다는 집밥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담백한 국물은 마실 수록 속이 따뜻해지는 기분이고, 쉽게 물리지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무척이나 삼삼해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는데, 함께 나온 무침이 새콤하게 입맛을 돋우고 빈 간을 채워 줍니다. 한 상으로 메뉴와 반찬의 조화가 좋게 느껴졌어요. 아, 도라지 약주 역시 마시면 후끈하고 건강해지는 느낌입니다. 생각보다 센 술이더군요.
한가지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매장에 들어설 때부터 주문, 식사를 하는 동안, 그리고 식사를 마치고 난 후에도 친절하게 응대한 사장님과 직원들의 친절이었습니다. 음식과 어울리는 포근함을 갖춘 식당과 사람들의 분위기가 훈훈하게 남았어요.
앞으로도 종종 담백한 음식이 생각날 때 찾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