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일본식 샤브샤브에 빠져 지냈는데, 요즘은 그보단 중국식 샤브샤브인 훠궈를 더 선호합니다. 깔끔한 맛은 없어도 매콤하고 얼얼한 홍탕과 담백한 백탕의 매력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점, 그리고 마장 소스의 매력적인 맛이 종종 떠오르더군요.
저와 같은 분들이 많은지 최근에 훠궈 레스토랑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데, 얼마 전 중국 현지 프랜차이즈인 마카오도우라오가 명동에 점포를 오픈했다고 하여 다녀왔습니다.
마카오도우라오는 현재 명동과 건대입구 총 두 곳에 점포가 있으며 제가 방문한 곳은 명동점입니다. 명동 성당 앞 대로변에 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이전에는 제가 좋아하던 불고기 브라더스가 있던 그 위치더군요.
이곳에선 세트 메뉴를 많이들 추천하시더군요. 평일 오후 네 시까지 판매되는 런치 메뉴가 괜찮다고 해서 주문해 보았습니다. 가격은 1인당 12800원, 고기와 채소, 면사리에 셀프 소스바까지 이용할 수 있는 것을 고려하면 괜찮은 가격입니다.
육수는 홍탕과 백탕 두 가지가 준비됩니다. 선호도에 따라 재료를 넣고 즐기면 되겠습니다. 그 외에 세트 구성인 고기와 채소, 두부와 호박 등이 테이블에 놓입니다. 가격대비 양이 상당히 푸짐한 편입니다. 특히 제가 좋아하는 숙주와 건두부가 나와서 만족..! 부족한 것들은 추가로 주문할 수도 있습니다.
훠궈를 즐길 소스는 매장 중앙에 있는 셀프 소스바에서 직접 제조합니다. 소스에 넣는 것들이 이렇게 다양한가 싶을 정도로 많은 향신료와 각종 장이 준비돼 있는데, 친절하게 몇 가지 소스 제조법이 적힌 안내문이 있어서 이곳에서 추천하는 마카오 도우라오 전통샤브 소스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추천하는 조합입니다. 고수 향 때문에 깔끔하고 개운해서 홍탕과도 잘 어울리더군요. 다만 저처럼 깨장과 땅콩소스의 고소한 맛을 좋아하시면 매운 소고기장은 조금만 넣는 것이 좋습니다. 아, 소스바에는 방울 토마토와 수박, 황도 등 간단한 디저트도 준비돼 있습니다.
세트 구성은 대략 이렇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우삼겹과 채소, 버섯과 두부 등의 재료들에 마무리로 먹을 면과 만두, 떡이 더 있습니다. 2인분인데 제가 양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먹고 나니 상당히 배가 불러서 마지막 면 사리를 먹는 것이 고민될 정도더군요. 가격대비 맛과 양에서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현지 맛을 충실히 재현했다는 훠궈 레스토랑 몇 곳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향신료를 즐기지 않는 이들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울 정도로 홍탕의 향과 매운맛이 강한 곳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 곳은 그보다는 조금 더 대중적이라 훠궈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도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합니다. 그래서 주로 홍탕에 손이 갔는데, 식사 마무리 때쯤 진하게 졸여진 백탕의 감칠맛도 괜찮더군요. 훠궈를 먹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처음에는 자극적인 홍탕을 찾다가 마무리엔 담백하고 시원한 백탕에 더 손이 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1인 12800원의 점심 세트를 한정으로 평가하자면 명동에서 먹을 수 있는 식당 중 가격 대비 맛과 양이 만족스러운 곳이라고 하겠습니다. 건두부나 기타 사이드 재료들의 양은 조금 아쉬웠지만 다 먹고 난 후의 배부름을 보니 욕심인 것 같습니다.
나중에 훠궈의 세계를 아직 모르는 친구 녀석과 함께 다시 가 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