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와 점심을 먹은 날, 얼마 전부터 먹고 싶었던 스키야키로 메뉴를 정하고 명동 주변을 검색했습니다.
술보다는 음식 먹는 것을 좋아하고, 드물게 카페에서 만나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하는 남자 둘은 그 때문에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늘 만나는 장소가 된 명동의 한 카페에서 적당한 집을 찾다가 마침 얼마 전 오픈한 곳이 있어서 방문했습니다. 샤브샤브와 스키야키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더군요.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지도 앱에서도 검색이 되지 않았는데, 명동 밀리오레 건너편 명동 주민센터에 인접해 있습니다. 손님이 드문 오후 늦은 시간에 방문했는데 다행히 브레이크 타임이 아니라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아담하지만 깔끔한 실내는 인상이 좋았습니다. 연인끼리 데이트 하기에도 나쁘지 않은 분위기더군요.
친구와 저는 스키야키 2인분을 주문했습니다. 마무리 볶음밥 or 우동이 포함된 세트가 1인분에 15000원 선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친구는 스키야키를 처음 먹는대서 이렇게 저렇게 아는대로 설명을 해줬지만 저도 사실 두어 번 각기 다른 집에서 먹어본 것이 전부라 잘 알지는 못했습니다. 소스에 고기와 채소를 볶고 육수를 자작하게 넣어 전골과 볶음의 중간쯤 되는 방법으로 요리했다는 기억뿐.
역시 주문 직후 채소와 버섯, 두부, 곤약 등 고기와 곁들일 재료들이 나오고 주가 되는 소스와 육수가 함께 놓였습니다.
채소가 푸짐한 편이라 두 명이서 먹기에 부족함은 없었지만 메뉴에 고기 추가 말고 채소 추가 메뉴도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매번 고기 먹으러 가지만 채소와 버섯을 더 맛있게 먹었거든요.
개인적으로 날달걀에 익힌 재료를 찍어 먹는 스키야키의 방식을 무척 좋아합니다. 이거 고안한 사람은 상 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요. 식감과 맛이 무척 좋아지거든요. 달걀은 추가 주문이 가능해서 친구와 저는 한 번씩 추가해서 먹었습니다.
달궈진 팬에 버터를 녹인 뒤 채소를 볶다가 소스와 육수를 부어 자작하게 끓이고 끓어오르면 고기를 익혀 먹습니다. 버터 냄새가 테이블에 진동하고, 고기와 채소의 색들이 눈을 즐겁게 하는 게 스키야키의 매력입니다. 샤브샤브와 비슷해보이기도 하지만 소스 때문에 맛은 완전히 다르다죠.
그렇게 익힌 고기를 날달걀에 찍어 먹습니다. 식감이 부드러워지고, 고소한 맛이 배가됩니다. 달콤 짭쪼름한 소스의 맛과도 잘 어울립니다. 느끼한 음식을 싫어하신다면 날달걀과의 조합이 어색하고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무척 좋아합니다. 이 맛에 스키야키 먹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렇게 친구와 2인분의 고기와 채소를 먹은 후에는 볶음밥/죽/우동면 중 하나를 선택해 마무리하게 됩니다. 남은 소스에 익힌 우동면을 볶아 먹는데, 채소와 고기 맛이 밴 소스/육수는 감칠맛이 더해져 간이 강한데도 자꾸 당기는 매력이 있습니다.
명동 옥소반은 제가 기대했던 스키야키의 매력을 경험하기에 부족함 없는 곳이었고,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실내도 깔끔했습니다. 식사 후 웃으며 맛있게 드셨냐고 물으시는 사장님 인사까지, 덕분에 기분 좋게 식사를 하고 나왔습니다. 제가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식당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명동에서 또 스키야키 생각나면 한 번 더 찾게될 것 같습니다.
아, 제 돈 내고 사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