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홍대에 다녀왔습니다. 얼추 두어달 만인 것 같아요. 은둔 생활이 생각보다 길었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그는 역시나 새로운 밥집으로 저를 인도했습니다. 동교동 삼거리쪽에 있는 '구씨네 부엌'. 작은 골목 안에 있어서 이렇게 누가 인도해주지 않으면 제가 먼저 찾기는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이유 때문에라도 좀 더 자주 오고 싶은데, 그럼 너무 티가 나잖아요. 그러고보니 항상 얻어먹기만 했네요. 다음엔 제가 밥을 사야겠습니다.
테이블이 많지 않아서 점심 시간에는 꽤나 북적이더군요. 다행히 점심 시간이 끝난 한시쯤 방문해서 기다리지 않고 식사를 했습니다.
저는 이런 소박하고 아담한 식당을 좋아하는데, 유일한 단점은 테이블 수가 많지 않아서 많이 기다려야 할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곳 역시 구석구석 작은 소품들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름만큼 어딘가 정겹고 소박한 분위기입니다. 파스타와 피자, 카레 라이드 등이 주메뉴입니다. 오랜만에 식당 파스타를 먹을 생각에 설레더군요. 크림 파스타와 오리엔탈 파스타 등 종류가 다양한데, 좋아하는 알리오올리오는 다른 메뉴보다 가격이 비싸서 크림을 살짝 넣은 오리엔탈 머쉬룸 스파게티를 주문했습니다.
사람은 셋, 메뉴는 넷. 스몰 사이즈의 단호박 피자를 시키길 정말 잘했습니다.
가격대비 담음새도 양도 훌륭한 만찬입니다.
제가 주문한 오리엔탈 머쉬룸 (크림 살짝) 스파게티. 오리엔탈 머쉬룸과 오리엔탈 머쉬룸 크림 살짝 이렇게 두 메뉴가 있는데 크림 살짝 넣은 것이 별미라고 적혀 있길래 시켰습니다. 간장 베이스의 짭쪼름한 소스인데, 버섯과 크림 때문에 구수한(?) 맛이 나더군요. 예상 외로 입맛에 꼭 맞았습니다.
함께 간 이들의 메뉴 - 까르보나라, 크리미커리 리조또입니다. 이 식당에서 가장 마음에 든 것은 '양'이었어요. 다른 곳에서 이 가격대의 파스타를 먹으면 도통 배가 차지 않았는데 여긴 제법 든든하더군요. 파스타가 담긴 모양새로는 많지 않아 보이지만 그릇이 깊어서 양이 꽤 됩니다. 카레라이스는 밥을 무료로 추가해준다고 하고요.
함께 주문한 스몰 사이즈의 단호박 피자도 기대 이상. 단호박도 푸짐하게 올려져 있고 도우의 양과 쫄깃함도 제 취향에 맞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통인시장 빚짜의 작은 피자가 생각나더군요.
파스타의 가격이 8000원대니 근처 다른 식당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충분한 양, 받으면 기분 좋아지는 담음새까지. 만족스러운 점심식사였습니다. 근처에 약속이 있으면 함께 갈 생각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