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서울 낮기온이 14도까지 올라갔다고 합니다. 몇 번의 혹한이 있었지만 다른 해보다 빨리 겨울이 지나간 것 같습니다. 벌써 3월도 중순을 향해 가고 있으니 꽃샘 추위도 더 이상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새로 출간된 책의 원고를 정리하며 겨울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더 빠르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원고 완성을 목전에 두고 하루 휴식을 보낼 겸 카메라를 들고 경복궁과 삼청동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겨울부터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는 OM-D E-M10 Mark III와 17mm F1.2 PRO 렌즈 조합을 중심으로 45mm F1.2 PRO 렌즈를 하나 더 챙기니 광각/망원 촬영이 모두 가능해졌습니다. 두 렌즈의 무게를 합해도 1kg이 되지 않고, 크기가 작아 재킷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원할 때 교체해 촬영할 수 있는 점이 좋았습니다.
얼마만의 외출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제대로 해도 못 보고 은둔 생활을 했는데, 오랜만에 걸으니 금방 땀이 나는 게 봄이 꽤 가까이까지 다가왔더군요. 오랜만에 좋아하는 사진을 찍으며 서울에 다가온 봄소식을 담아 보았습니다. 그 짧은 산책의 기록들을 보며 17mm 프레임의 매력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 해 보고자 합니다.
17mm 단일 프레임의 힘
제가 단렌즈를 좋아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람의 눈이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게 맞는 렌즈 그리고 프레임을 찾으면 그 이상의 렌즈를 찾을 때까지 하나의 렌즈로 여행하고 기록하려고 합니다. 얼마 전까지는 PEN-F 카메라와 17mm F1.8 렌즈가 외형이나 휴대성, 프레임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조합이었지만 그보다 훨씬 크고 좋고 비싼 17mm F1.2 PRO 렌즈가 출시 되었으니 직접 사용해 보며 두 렌즈 중 제게 적합한 렌즈를 결정하는 중입니다. 두 렌즈의 공통점은 역시나 17mm라는 초점거리. 일반적인 35mm 포맷 환산 약 34mm의 초점거리는 기본적으로 광각 성향을 띱니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넓고, 때문에 주변부 왜곡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합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보다 넓은 시선이 장면을 보는 각도에 따라 평면적인 연출과 입체적인 연출을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는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소실점을 이용한 의도적인 원근감 표현이 대표적입니다. 정작 저는 수직/수평을 강조한 평면적인 연출을 좋아하지만요.
크기와 무게 등 휴대성이 중요한 여행 장비에서 하나의 렌즈만 사용할 때의 이점도 분명 있습니다만, 제가 17mm 렌즈 하나만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저만의 고유한 시선을 갖기 위함입니다. 꽤 오래된 시도인데, 때문에 지금은 줌 렌즈는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됐습니다. 광각/표준/망원 초점거리 중 어느 것을 사용할지 고민하는 과정이 번거롭거든요. 한 렌즈에 시선이 맞춰졌다면 생각하는 프레임에 맞춰 직접 다가가고 물러서는 편이 제게는 더 맞습니다. 그런 면에서 광각과 표준 초점거리 중간쯤에 위치하는 17mm 렌즈는 현재까지 제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풍경>
<스냅>
물러나면 풍경, 다가가면 주 피사체를 부각 시키는 스냅 촬영에 최적은 아니라도 양쪽 모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점이 이 렌즈를 단 하나의 주력 렌즈로 사용하게 합니다. 이 날 촬영한 이미지 역시 경복궁의 풍경을 촬영할 때는 장면에서 몇 발짝 떨어지거나 계단에 올라가 넓은 시선으로 담고, 거리에 있는 피사체를 담을 때는 짧은 근접 촬영 성능을 이용해 가까이 다가가서 담았습니다. 같은 렌즈로 촬영한 이미지이지만 다양한 피사체에 어느정도 대응하고 있습니다. 특히 17mm F1.2 PRO 렌즈는 기존 17mm F1.8 렌즈보다 최단 촬영 거리가 더 짧아 근접 촬영에 유리합니다. 이 특징은 이전 포스팅에서 테스트한 바 있습니다.
올림푸스 M.ZUIKO DIGITAL ED 17mm F1.2 PRO - 20cm 근접 촬영
<정물>
특히 소품 등 정물을 촬영할 때에는 F1.2의 밝은 조리개 값이 갖는 심도 표현의 이점이 십분 발휘됩니다. 최대 개방에서도 이미지 품질이 충분히 뛰어나기 때문에 F1.2 조리개 값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 얕은 심도 덕분에 피사체 부각 효과가 뛰어납니다. 이점은 이전에 17mm F1.8 렌즈를 사용할 때 느꼈던 가장 큰 아쉬움 중 하나라 인상깊었습니다. 하지만 17mm F1.2 PRO 렌즈가 만능이라고만 할 수 없는 것이, 17mm F1.8 렌즈에 비해 크고 무거워서 휴대성 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아쉬움을 화질과 F1.2 개방 촬영만이 가능한 표현으로 보완하는 셈인데, 이 차이가 두 배가 넘는 크기와 무게 그리고 가격을 감수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사용자마다 의견이 다르겠습니다. 저는 가능하다면 두 렌즈를 모두 사용하고 싶습니다. 같은 17mm 초점거리를 갖지만 종종 완전히 다른 렌즈로 느껴지거든요.
추가로 함께 챙긴 45mm 렌즈로 담은 장면들도 덧붙입니다. 17mm 렌즈와는 완전히 다른 45mm 렌즈만의 프레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게 꼭 맞는 프레임을 찾는다면 하나의 렌즈로 여행하고, 일상을 담아보는 것이 사진가의 표현력과 상상력을 넓힐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전에 줌렌즈를 사용했다면 단렌즈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앞/뒤로 움직여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더라고요.
다음 외출때는 봄이 더 가까이 와 있을 것 같아 기대됩니다. 원고도 거의 마무리 됐으니 다가오는 봄에는 여행을 많이 다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