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7일 미국 애플 홈페이지에서 주문한 아이폰 X이 델라웨어의 배송대행지를 거쳐 드디어 인천 그리고 서울의 우리집까지 도착했습니다. 11월 17일 금요일에 도착했으니 3주만입니다. 저는 모처럼 아침부터 얌전히 집에서 택배를 기다렸고, 초인종 소리에 맨발로 현관으로 달려나갔습니다. 지난해 아이폰 7 제트 블랙 모델도 이만큼 간절히 기다리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 이순간 저는 잠시 이성을 잃었던 것 같습니다 -
완전히 새로운 아이폰
아이폰 6가 2014년에 출시 됐고, 최근 아이폰 8까지 네 개 제품이 같은 디자인을 이어오고 있으니 정말이지 오래간만에 새 디자인의 아이폰을 만나게 된 셈입니다. 그래서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번 아이폰 X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저는 애플 제품을 특별히 선호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실제로 올해 가장 마음에 든 스마트폰은 갤럭시 S8이었습니다- 책상 위에 매일 사용중인 애플 제품들을 몇 개 늘어놓고 보니 폐쇄적인 애플 생태계에 빠져들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당장 안드로이드폰에서는 그 매력이 반감되는 무선 이어폰 에어팟과 아예 사용조차 불가능한 애플 워치, 환상적인 연동을 보여주는 아이맥/맥북 환경 역시 어쩔 수 없이 아이폰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면에서 에어팟은 정말 잘 만든 상품입니다.
패키지
저 혼자 감격하는 게 샘이 났는지, 친구가 꼭 환희를 함께 느끼고 싶다고 하여 급만남을 가졌습니다. 이때까지 패키지를 뜯지 않고 잘 참은 제가 기특합니다.
아이폰 X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디자인을 채용했지만, 제품 패키지는 기존 아이폰과 동일합니다. 제품의 실제 크기가 프린트 된 깔끔한 상자, 제품과 구성품이 가장 돋보이도록 배치된 구성품들이 그렇습니다. 이번에도 상자 뚜껑을 열면 바로 제품을 보여주지 않고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문구가 새겨진 매뉴얼 뭉치로 가려 놓았습니다. 아이폰 X의 패키지는 실버/스페이스 그레이 모델 모두 흰색이며 프린트 된 제품의 배경 화면의 차이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제가 구매한 모델은 스페이스 그레이 64GB 모델입니다.
다음으로 아이폰 X 본체와 그 아래 이어폰/충전기/케이블/라이트닝-이어폰 어댑터가 있습니다. 본체 외 구성품은 지난해 구매한 아이폰 7 시리즈와 완전히 동일합니다. 다행히 이번 제품에서도 일반 3.5mm 이어폰을 아이폰의 라이트닝 포트에 연결할 수 있는 어댑터를 제공합니다. 저는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이 이어폰 잭의 부재를 아이폰의 단점으로 꼽는 분들이 많습니다.
구성품을 좀 더 상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기존 아이폰 사용자들은 대부분 알고 계신 것들입니다. 아, 충전기가 110V 규격인 것은 제가 구매한 제품이 북미 출시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정식 출시 제품에서는 220V 규격으로 제공되겠죠.
이것이 아이폰 X
홈버튼이 없는 아이폰은 마치 둥글고 넓적한 유리 공예품 같았습니다. 여러 시리즈의 아이폰 언박싱을 경험했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입니다.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는 유심히 보지 않으면 위/아래를 구분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전작보다 확연히 커진 오른쪽 전원 버튼을 살짝 누르니 반짝 하고 반가운 사과 그림이 표시됩니다. AMOLED 특유의 '리얼 블랙' 화면이라 흰색 애플 로고가 더 돋보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뒤이어 손에 쥔 유리판 전체가 하얗게 밝아졌습니다. 화면 위 'Hello'라는 메시지를 보고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쳤다'
아이폰의 새 아이덴티티 노치
아이폰 X의 전면에서 발견하게 되는 가장 큰 특징은 두 가지. 그동안 아이덴티티와도 같은 홈 버튼이 사라진 것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습니다. 10년 전 첫 번째 아이폰이 탄생할 때부터 아이폰 하단에 자리잡은 동그란 홈 버튼은 iOS 시스템 변경과 터치 ID 채용 등에 따라 그 모양은 조금씩 변했지만 최근 발매된 아이폰 8까지 거의 그대로 유지 됐는데, 이번 아이폰 X를 통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대신 새로운 실루엣 '노치'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죠.
상단 카메라와 센서부 좌,우를 스크린으로 가득 채우기 위해 마치 귀처럼 솟은 이 스크린 형태는 최근 트렌드인 풀 스크린 & 베젤리스 디자인의 스마트폰 사이에서 아이폰 X에 차별화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노치 디자인이 탄생한 것은 센서부까지 모두 화면으로 채우고자 한 애플의 꿈이 현재의 기술로는 실현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겠지만, 애플은 아이폰 X의 이 독특한 스크린 실루엣을 홈 버튼을 대체할 아이폰의 아이덴티티로 향후 몇 년간은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 노치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는 크게 갈립니다만.
- 없으니까 허전한 것 같기도 하고요, 아직까지는. -
스페이스 그레이 컬러
아이폰 X은 실버와 스페이스 그레이 두 가지 색상으로 출시됐습니다. 아이폰 3GS 부터 줄곧 블랙/그레이 계열 컬러만 구매해 온 저는 이번에도 망설임 없이 스페이스 그레이 색상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주변 반응을 보니 실버 컬러가 인기가 있더군요.
아이폰 5를 시작으로 몇 년간 이어진 '금속 마감' 시대가 끝나고 아이폰 8과 아이폰 X은 뒷면을 유리로 마감했습니다. 아이폰 X의 색상은 아이폰 8의 실버/스페이스 그레이와 같습니다. 조명과 보는 방향에 따라 색이 조금씩 달라 보이는데, 스페이스 그레이 색상의 경우 기본적으로 중후한 톤의 회색을 띄지만 검정색으로 보일 때도 있습니다. 측면 프레임까지 어두운 색으로 마감해 전면 스크린과의 일체감이 뛰어난 것이 장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실버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이 통일감에 매우 만족합니다.
- 아이폰 X 스페이스 그레이와 아이폰 7 플러스 제트 블랙 -
시리 호출과 앱 구매 등 사라진 홈 버튼의 일부 기능을 떠맡은 오른쪽 전원 버튼은 그 중요도가 반영돼 전보다 크기가 확연히 커졌습니다. 볼륨 버튼과 진동 전환 레버는 기존 아이폰과 같고요. 측면 프레임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됐습니다. 어두운 톤으로 마감한 스페이스 그레이 모델과 달리 실버 모델은 애플 워치 스테인리스 스틸 모델처럼 빛나는 은색 프레임을 둘러 실버 모델의 인기를 이끌고 있습니다.
FACE ID
새 아이폰을 셋업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페이스 ID. 아이폰에 홈 버튼이 사라지면서 기존 지문 인식 터치 ID가 사라지고 사용자의 얼굴을 인식하는 페이스 ID가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됐습니다. 요즘 아이폰 X에 탑재된 페이스 ID의 보안 취약성에 대해 말이 많고, 은행에서도 페이스 ID를 생체 인식 지원에서 제외하면서 평가 자체가 좋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저 역시 금융 관련 앱에서는 빠르게 대응한 것이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터치 ID와 페이스 ID의 장단에 대해 여러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그 중 순전히 아이폰의 '언락 편의성'에 대해 이야기하면 제가 느끼기에는 사실 크게 차이 없습니다. 아이폰을 주머니에서 꺼내며 홈 버튼에 손을 올려 놓으면 바로 잠금이 해제되는 터치 ID도 그동안 편리하게 사용했지만 아이폰을 눈 앞에 들고 화면을 쓸어 올리는 과정에서 얼굴을 인식해 언락이 이뤄지는 페이스 ID 역시 동작의 차이만 있을 뿐 편의성에서는 어느 한 쪽이 확연히 편하고 그렇지 못하다는 평가를 내리기가 어렵더군요.
다만 아이폰을 바닥에 내려 놓았을 때나 침대에 누워 있을 때는 이야기가 많이 다릅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페이스 ID의 인식은 생각보다 번거로운 일이 됩니다.
트루톤 디스플레이
개인적으로 아이폰 X에 기대한 것 중 하나로 트루톤 디스플레이를 꼽습니다. 주변 조명에 따라 화면의 색온도를 조절해 눈의 피로를 줄이는 시스템인데, 아이패드 프로 제품군에 탑재돼 좋은 평가를 받았죠. 새롭게 AMOLED 패널을 탑재한 이번 아이폰 X은 디스플레이의 색온도나 눈의 피로감 등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만큼 트루톤 디스플레이가 꼭 필요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사용해 본 바로는 기존 아이폰 대비 분명히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페이스 ID나 애니모지처럼 눈에 드는 임팩트는 크지 않지만 많은 시간을 보는 스마트폰 화면을 더욱 편안하게 해줬다는 점에서요.
Something New 말고 All New iPhone
아이폰의 10년 역사에서 가장 큰 변화입니다. 때문에 비싼 가격에도 아이폰 X의 만족도는 매우 높고, 단순히 화면 잠금을 풀고 화면을 밀어 멀티 태스킹을 하는 평범한 동작 마저 즐겁습니다. 무엇보다 큰 화면을 사용하기 위해 부담스러웠던 플러스 모델을 사용했던 저는 화면 크기와 휴대성을 모두 잡았다는 점에서도 아이폰 X를 높게 평가합니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그리고 아이폰 X는 여태까지의 어떤 아이폰보다 새로운 것들이 많습니다. 앞으로 아이폰 X를 사용하며 인상적인 것들을 포스팅을 통해 남겨보겨 합니다.
이번주 금요일 정식 발매돼 많은 분들이 손에 쥐실 텐데, 제가 지금 느끼고 있는 이 즐거움을 많은 분들이 느끼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