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이 가장 뜨거운 가을, 올해는 새로운 아이폰8/X, 갤럭시 노트, V 시리즈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구글도 슬쩍 자사의 모델을 무대에 올려 놓았습니다. 넥서스 시리즈를 종료시킨 후 새롭게 출시한 구글 픽셀(Google Pixel) 스마트폰의 두 번째 세대인 픽셀 2/2XL은 퀄컴 스냅드래곤 835와 4GB 메모리, 5인치 FHD/6인치 QHD디스플레이, 안드로이드 8.0 오레오를 탑재해 새로운 '퓨어 구글' 사용자 경험을 제시하고 있는데, 사실 이 사양이 현재 판매중인 각 제조사의 플래그십 스마트폰보다 앞서지도 못한데다 제조사 편의 기능에서 오히려 뒤쳐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국내에선 정식 출시조차 불투명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단 하나, 카메라 성능으로 구글 픽셀 2 시리즈는 쟁쟁한 경쟁 스마트폰들 속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https://www.dxomark.com/google-pixel-2-reviewed-sets-new-record-smartphone-camera-quality/
구글은 픽셀 2 스마트폰 시리즈를 발표하면서, DxOMark의 카메라 테스트 결과를 인용해 역대 스마트폰 중 가장 뛰어난 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폰이라는 것을 내세웠습니다. 이전 픽셀 시리즈 역시 경쟁 제품보다 큰 이미지 센서를 탑재해 결과물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아이폰 8/8 플러스와 갤럭시 노트8, V30 등 경쟁 스마트폰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 눈에 띕니다. 이번 픽셀 2 시리즈의 메인스트림은 묘하게도 '카메라'가 되었네요.
싱글 카메라의 고군분투
구글 픽셀 2는 경쟁 스마트폰 중 유일하게 싱글 카메라를 탑재했습니다. -아이폰8이 싱글 카메라지만 아이폰8 플러스/아이폰X에 무게를 둬 설명하겠습니다.-
두 개의 카메라를 통한 광각/표준(or망원)의 다양한 촬영이 가능해지고 아웃포커스 효과 등 부가기능이 탑재되면서 듀얼 카메라는 최신 스마트폰의 중요한 트렌드가 되었습니다만, 구글은 반대로 싱글 카메라의 성능을 더 끌어올려서 이미지 품질로 승부를 건 모양새입니다.
픽셀 2의 카메라의 사양은 다음과 같습니다.
1200만 화소
1/2.6" 이미지 센서 (픽셀 크기 1.4 µm)
F1.8 렌즈
4.4mm 초점거리
듀얼 픽셀 위상차 검출 & 레이저 AF
광학 + 전자식 손떨림 보정
4K @ 30fps 동영상 촬영
이미지 품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이미지 센서와 렌즈 성능이 경쟁 제품보다 미세한 우위를 점하면서, 이미지 프로세스를 개선한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보입니다. 1/2.55" 규격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갤럭시 노트8의 메인 카메라보다 미세하게 작지만 V30의 1/3.1" 이미지 센서, 아이폰 8 플러스의 이미지 센서와 비교하면 대형 이미지 센서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갤럭시 노트보다 미세하지만 더 작은 이미지 센서, F1.7:F1.8로 역시 미세하게 어두운 렌즈를 탑재했음에도 더 좋은 평가를 받은 점입니다.
역시나 실제 이미지를 봐야겠죠?
아래는 최근 구글에서 공개한 픽셀 2의 촬영 이미지입니다. 디테일과 컬러, 다이내믹 레인지 표현에 중점을 둔 이미지들이 주를 이루더군요.
역동적인 장면을 촬영한 샘플에서 대형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픽셀 2의 장점이 발휘됩니다. 튀는 물방울을 선명하게 표현해 실제보다 더 고품질의 이미지로 보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명/암부의 차가 큰 이미지에서 넓은 다이나믹 레인지가 돋보입니다. 대형 이미지 센서의 장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것은 기술 좋은 사진가가 매우 좋은 환경에서 촬영한 이미지입니다. 다시 말해 이 이미지가 구글 픽셀 2의 카메라가 낼 수 있는 최대치의 능력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위 이미지들은 그동안의 스마트폰 카메라에 대한 인식을 바꿀 정도로 '매우' 좋습니다. 1/2.6" 이미지 센서는 과거 작은 컴팩트 디지털 카메라에도 사용됐던 규격인데, 이를 봐도 스마트폰 카메라가 디지털 카메라에 한층 더 가까워졌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1200만 화소 디테일
- 픽셀2 / 아이폰8플러스 / 갤럭시 노트8 카메라 디테일 비교 (출처 :https://www.dxomark.com)-
이미지를 최대로 확대해 보면 역시나 디지털 카메라보다 세부 묘사력이 부족한 것이 드러납니다만, 이전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입니다. 사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1200만 화소 이미지를 이렇게 크게 확대해 볼 일이 별로 없으니 스마트폰 혹은 PC 화면의 크기로 볼 때 매끈한 결과물을 안겨 준다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겠습니다. 이 정도면 대략 3-5년 전 컴팩트 디카 수준의 디테일은 충분히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F1.8 렌즈의 저조도 대응
사실 요즘 스마트폰은 환한 낮에 찍으면 어느 것이든 디카 뺨치게 좋습니다. 굳이 최신, 최고급 스마트폰을 사지 않더라도요. 하지만 빛이 부족한 실내/야간 촬영 능력에서 그 성능이 크게 갈립니다. 그래서 사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을 평가할 때 저조도 촬영 결과물, 고감도 이미지를 가장 눈여겨보게 됩니다. 공개된 구글 픽셀 2 사진 중 인상적인 저조도 촬영 이미지가 하나 있었는데요, 야간에 건물 외벽을 비친 조명에 의지해 촬영한 이미지는 생각보다 꽤 '그럴듯해' 보입니다. 촬영 정보를 확인해 보니 ISO 605로 촬영된 이미지더군요.
- 픽셀2 / 아이폰8플러스 / 갤럭시 노트8 카메라 저조도 이미지 비교 (출처 :https://www.dxomark.com)-
주로 ISO 100 이하로 촬영되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특성을 감안하면 ISO 605는 고감도에 속합니다만, 건물 외벽의 디테일과 바닥의 반영, 자전거의 윤곽이 기대 이상으로 매끄럽게 표현됐더군요. 물론 배경의 붉은 하늘과 가로등에선 역시나 스마트폰 카메라의 한계가 드러납니다만, 이 정도면 썩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F1.8의 밝은 렌즈와 대형 이미지 센서 조합이 상당히 좋은 야간 촬영 결과물을 만들어냈네요.
인물 모드(Portrait Mode)
최근 스마트폰의 또다른 트렌드인 인물 모드. 소프트웨어로 배경 흐림을 연출해 DSLR 카메라로 촬영한 듯한 이른바 '아웃 포커스'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인데요, 애플과 삼성이 듀얼 카메라를 이용해 배경 흐림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과 달리 픽셀 2는 하나의 카메라로 이 효과를 만듭니다. 소프트웨어 처리 방식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하나의 카메라로 어느 정도 효과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있었는데요, 우선 공개된 샘플 이미지들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아이폰의 그것보다 오히려 더 좋게 느껴지는 것은 더 큰 이미지 센서로 주 피사체인 인물이 보다 선명하게 표현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이 아웃 포커스 효과는 픽셀 2뿐 아니라 아이폰 8플러스, 갤럭시 노트8 등 비슷한 기능을 탑재한 카메라 모두 피사체와 배경의 위치와 형태에 따라 결과물의 차이가 큽니다. 거리와 상관없이 이미지 특정 부분이 흐려지는 등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배경 흐림이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때문에 가장 좋은 결과만 뽑은 위 샘플보다는 실제 사용자들의 이미지들을 봐야 정확한 평가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배경 흐림보다 오히려 디테일에 더 눈이 가는 샘플들이었습니다.
이 외의 샘플들도 구글이 공개한 페이지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픽셀2가 최고의 카메라폰?
올해 스마트폰 중 가장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스마트폰이 구글 픽셀 2라는 것은 자칫 별 특색도 매력도 없는 스마트폰이 될 뻔한 이 제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소식입니다. 아이폰 X의 무시무시한 가격에 대안을 슬쩍 찾아보고 있는 저도 구글 픽셀 2의 카메라 성능을 보고 순간 혹하게 됐으니까요.
하지만, 넥서스 시리즈의 후한 가격 정책과 다른 픽셀 시리즈의 고가 정책은 이 웰메이드 스마트폰을 '너무 먼 당신'으로 만드는 것 같습니다. 카메라 하나만 보고 픽셀 2를 구매하기엔 '이 가격이면' 이라는 대안이 너무 많거든요.
계속 이러다간 넥서스 시리즈보다 빨리 사라져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