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면 전체가 화면인 iPhone을 만드는 것, 우리가 늘 추구하던 비전이었습니다. 사뭇 기기의 물리적 실체는 사라지고 경험만 남는 몰입감, 그리고 탭 한 번, 목소리, 심지어는 눈길 한 번에도 반응하는 똑똑함, 그 모두를 갖춘 그런 iPhone을 말이죠. 이제 iPhone X에 이르러 그것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지금 미래가 당신을 온전히 마주합니다.
어쩌면 이것은 스티브 잡스가 처음 떠올린 아이폰의 형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아이폰 디자인을 보며 기술의 발전이 그의 상상을 따라오지 못해 이제서야 현실이 된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플이 오늘 새로운 아이폰 시리즈인 아이폰 X(10)을 정식 발표했습니다. 신사옥 애플 파크에서 개최된 첫 번째 이벤트이자 아이폰 1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제품이 발표된다는 소식에 관심이 대단했었죠. 이 날 애플 워치 시리즈 3와 아이폰 8, 8 플러스, 그리고 애플 TV 4K 등 다양한 신제품이 발매됐지만 사실 모든 행사는 이 제품을 위해 기획됐을 것입니다.
iPhone X
- 5.8' Super Retina HD 디스플레이 (OLED 패널)
- 2436 x 1125 픽셀 해상도(458ppi)
- True Tone / HDR / 3D 터치 지원
- A11 Bionic 칩(64비트 아키텍처)
- 1200만 화소 듀얼 카메라, F1.8 (광각) / F2.4 (망원) 조리개
- 듀얼 광학 이미지 흔들림 보정 (OIS)
- 700만 화소 전면 카메라
- 4K 해상도, 60/30/24fps 동영상 촬영
- Full HD 해상도, 120/240fps 슬로우 모션 동영상 촬영
- 얼굴 인식 Face ID
- iOS 11
- 통화 21시간 / 인터넷 12시간 / 음악 60시간 사용 가능한 배터리
- 고속 충전 지원 (30분에 최대 50% 충전)
- 무선 충전 지원 (Qi 표준 규격 지원)
- IP67 등급 생활 방수 및 방진 설계
- 143.6 x 70.9 x 7.7 mm
- 174 g
- 스페이스 그레이 / 실버 컬러
- 64GB (999달러) / 256GB (1149달러)
최초의 아이폰부터 10년간 아이폰의 상징과도 같았던 홈 버튼을 제거하고 5.8인치 OLED 디스플레이가 전면을 가득 채운 아이폰 X의 디자인은 시리즈 탄생 이래 가장 큰 디자인 변화입니다. 애플은 기존 아이폰 라인업을 업데이트한 아이폰 8/8 플러스와 함께 새로운 폼팩터 아이폰 X를 내놓으며 제품군을 더욱 넓혔습니다. X(10)라는 이름은 10주년을 맞은 아이폰 시리즈의 기념작으로, 그리고 앞으로 10년을 이끌 새로운 패러다임 등 여러 의미가 있겠습니다.
5.8인치 수퍼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역시나 가장 눈길을 끕니다. 기존 아이폰 플러스 모델보다 크기는 작지만 베젤을 극도로 줄여 더 큰 화면을 탑재한 것이 아이폰 X의 가장 큰 차별화 요소입니다. 해상도 역시 2436 x 1125 픽셀로 아이폰 8 플러스의 1920 x 1080보다 높아졌습니다. 패널은 아이폰 시리즈 최초로 OLED 패널이 적용돼 OLED가 갖는 장,단점을 어떻게 보완/해소했을지 주목됩니다. 홈 버튼과 함께 지문 인식 Touch ID가 삭제되며 얼굴 인식 Face ID가 채용됐고, 카메라는 아이폰 8 플러스보다 사양이 좀 더 높은 듀얼 카메라가 탑재됐습니다. 그 외에도 고속 충전과 무선 충전 지원, 무엇보다 아이폰 역사상 가장 비싼 999달러 (64GB 모델 기준)이 충격적으로 다가옵니다.
1. 디자인
전면을 가득 채운 5.8인치 OLED 디스플레이는 아이폰 X의 아이덴티티입니다. 홈 버튼과 상/하단 베젤을 여전히 유지한 아이폰 8/8 플러스와 달리 아이폰 X는 일부분을 제외하면 모서리까지 꼼꼼하게 화면을 채운 디자인을 채택했습니다. 크기는 5.8인치, 해상도는 2436 x 1125 픽셀로 그동안 화면 크기와 해상도에 불만을 느낀 아이폰 사용자들에겐 더없이 반가운 소식입니다. 아이폰 플러스 모델이 대화면에 대한 욕구를 어느정도 해소해 줬지만, 기기 크기 자체가 무척이나 크기 때문에 이번 아이폰 X가 휴대성과 대화면 트렌드 모두를 만족시키는 제품으로 쭉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홈 버튼이 사라진 자리는 4개의 아이콘이 배치된 독 바가 차지했고, 화면을 위에서 아래로 또는 아래서 위로 스와이프하는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채용됐습니다. 여전히 재미없는 아이콘 나열 방식의 홈 화면이지만 화면이 더 커진 것과 한 화면에 배치할 수 있는 아이콘 수가 늘어났다는 것에서 위안을 삼아야겠습니다.
이미 'M자 탈모'라는 별명이 붙은 상단 디스플레이 마감은 호불호가 크게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과 LG 제품과는 달리 모서리까지 최대한 화면을 꼼꼼하게 채우려는 노력이 가상하기도 한데, 양쪽 귀(Ears) 부분이 검정색이 아니라면 중앙 카메라/센서부와 이질감이 있어 그리 좋아 보이진 않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저 부분까지 꼼꼼하게 상태 알림바로 활용한 것을 높이 평가합니다. 다만 늘 블랙 색상으로 표시되는 옵션이 있었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아이폰 X의 디자인은 '혁신적이다'라는 반응부터, 상단 디스플레이 마감이 보기 흉하다, 타사의 베젤리스 디자인에 비해 베젤 부피가 크다는 등 여러 평가가 있습니다만, '아이폰 X의 디자인을 본 이후 아이폰 8,8 플러스 디자인을 보니 순식간에 구닥다리처럼 보인다'라는 반응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절반 이상의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저는 플러스 모델보다 더 큰 화면을 작은 크기의 기기로 휴대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외형의 만족감은 높습니다.
최근 아이폰 시리즈가 본체를 알루미늄 소재로 제작한 것과 달리 아이폰 X 그리고 아이폰 8/8 플러스는 모두 후면을 유리로 마감했습니다. 무선 충전 지원이 가장 큰 이유라고 예상하지만, 3년이나 끌고 갔던 아이폰 6 디자인이 아이폰 8/8 플러스 모델은 같은 실루엣임엗 다르게 인식될 수 있도록 한 것은 후면 유리 마감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저도 아이폰 4/4S 시리즈의 디자인을 가장 좋아해서 이번 아이폰 시리즈의 후면 글라스 마감이 반갑습니다. 아이폰 X의 경우 측면 프레임을 스테인리스 스틸로 변경해 또 하나의 차별점을 뒀습니다. 애플 워치 스테인리스 모델의 가공을 보아서는 이미지보다 실물이 좀 더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일 것 같아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실 아이폰 X는 전면보다는 측면과 후면 디자인이 더 마음에 듭니다.
아이폰 7 시리즈에 처음 도입된 생활 방수/방진 설계가 이번에도 적용됐습니다. 다만 IP67 규격으로 경쟁사의 IP68보다는 조금 부족한 스펙입니다. 뭐 일반적인 사용에서는 큰 차이를 느낄 수 없겠지만요.
애플 A11 칩
아이폰 X에는 애플의 새로운 통합 칩 A11 Bionic이 탑재됐습니다. 2+4 형태의 6 코어 프로세서로 기존 A10 Fusion 칩보다 약 25%의 성능 향상이 이뤄졌다는 것이 애플의 설명입니다. 4개의 리틀 코어 채용으로 배터리 효율 역시 향상된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어느새 퀄컴 스냅드래곤, 삼성 엑시노스 시리즈와 비교해 차이가 꽤 벌어진 애플의 프로세서 성능이 A10 Fusion보다도 큰 폭으로 향상되면서 A11 Bionic 칩이 탑재된 아이폰 X와 아이폰 8 시리즈에 대해 기대하게 합니다. 동시에 반대편으로는 이미 성능으로는 아이폰 6S 시리즈조차 충분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 감흥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분들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애플이 차세대 플랫폼으로 주목하는 증강현실(AR) 활용에는 이 높은 성능의 프로세서가 큰 역할을 하겠죠?
얼굴 인식 Face ID
A11 칩에 Bionic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아이폰 X의 새로운 보안 시스템 Face ID와 큰 상관 관계가 있습니다. 홈 버튼이 삭제되면서 애플은 아이폰 X에 지문 인식 Touch ID를 대체할 Face ID를 탑재했습니다. 이미 삼성 갤럭시 시리즈가 얼굴 인식을 통한 언락을 선보인 바 있지만 애플은 그보다 보안성을 더욱 강화한 시스템으로 애플 페이와 각종 앱 활용 등 터치 ID를 대체할 장치로 Face ID를 채용했습니다.
전면 센서부에 Face ID를 위한 카메라와 센서, 일루미네이터 등이 탑재됐습니다. 애플은 이 시스템을 TrueDepth 카메라로 명명했습니다. 얼굴을 3D 스캔해 지문 인식보다 약 20배 더 높은 보안 수준을 달성했다고 하는데, 현 터치 ID에 대한 사용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 새로운 언락, 보안, 결제 방식이 어느정도 완성도를 갖췄는지에 따라 아이폰 X에 대한 평가가 크게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스마트폰을 직접 보아야 하는 등 지문 인식보다 언락 동작에 제약이 있어 기대보다는 우려가 큽니다.
반면 TrueDepth 카메라를 활용한 새로운 이모지 시스템 애니모지(Animoji)는 대단히 흥미로웠는데요, 실시간으로 사용자의 표정과 움직임을 인식해 캐릭터의 얼굴로 전송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인식 정확도가 매우 높고 일반 이모지보다 역동적이라 여성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모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대부분은 아이메시지보다는 메신저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한다는 것이 장벽이지만요. 개인적으로 스페셜 이벤트 현장의 시연 장면까지 무척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1200만 화소 듀얼 카메라
아이폰 X에는 아이폰 7 플러스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듀얼 시스템이 적용됐습니다. 광각, 망원의 두 개의 카메라 모듈이 나란히 배치된 형태로 화소는 1200만으로 동일합니다. 아이폰 7 플러스보다 망원 카메라 성능이 좋아졌는데, 화소가 800만에서 1200만으로 늘었고 렌즈 역시 조리개값이 F2.8에서 F2.4로 밝아졌습니다. 밝은 야외 촬영과 인물 모드 사용 외에는 큰 매력이 없었던 망원 카메라가 광각 카메라와의 성능 차이를 좁히면서 전보다 좀 더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카메라 디자인 역시 가로 배치에서 세로 배치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이는 풍경과 동영상 촬영 등 스마트폰을 가로로 쥐고 촬영할 때를 배려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정확한 발표는 없었습니다. 두 개의 카메라 사이에 LED 플래시가 위치합니다.
아이폰 발표마다 늘 카메라 성능의 향상을 비중있게 다루던 애플이지만 이번 아이폰 X 발표에서는 인물 모드의 확대와 저조도 촬영 성능의 강화 등 일반적인 설명에 그쳤습니다. 때문에 아이폰 카메라 성능의 발전을 기대하는 저와 같은 분들은 또다시 불안감에 시달리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이미지 센서의 변화가 시급한데, 명확한 이야기가 없는 것으로 보아서는 극적인 카메라 화질,성능의 향상이 없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 애플이 공개한 아이폰 X 카메라 촬영 이미지 -
발표장에서는 최적화된 조건에서 촬영된 멋진 이미지를 몇 장 보여주지만, 이미 사용자들은 이런 마케팅에 속아 경쟁 제품보다 몇 세대 뒤진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아이폰 X 역시 카메라 성능을 가장 우려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아이폰 X를 구매할 계획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구매 전까지 카메라 성능과 화질 평가를 중점적으로 찾아볼 계획입니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고 자평(?)하는 인물 모드는 심도 효과 외에 인물 촬영에 특화된 필터 효과가 추가됐습니다. 그러고보니 저는 이 기능을 인물보다는 음식 촬영에 주로 사용하고 있어서 새로운 필터 효과는 그리 와 닿지 않는군요. 무엇보다 이미지 센서와 렌즈의 개선이 시급한 아이폰 카메라가 999달러의 아이폰 X에서 어떻게 발전했을지 앞으로 지켜봐야겠습니다.
무선 충전 / 고속 충전
이번에 발표된 아이폰 X와 아이폰 8/8 플러스는 모두 무선 충전을 지원합니다. 후면 유리 마감을 보면서 다들 예상했고, 거역할 수 없는 트렌드이기 때문에 그리 놀라운 소식은 아니지만, 애플이 독자 규격이 아닌 Qi 표준 규격을 지원한다는 것은 흥미롭습니다. 현재 시중에 판매 중인 Qi 규격 무선 충전 패드 대부분을 아이폰 충전에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MFi나 애플 워치 충전 방식 등에서 보았던 모습과 상반돼 반가웠습니다. 물론, 이대로 표준 규격에만 맡겨두는 것은 아니고,
Air Power라는 무선 충전 패드를 함께 발표했습니다. Qi 규격 무선 통신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애플 워치와 아이폰을 올려놓기만 하면 즉시 충전이 되는 편의성이 눈길을 끕니다. 더불어 무선 이어폰 AirPods 역시 무선 충전을 지원하는 새로운 케이스를 발매해 완전한 무선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하니, 아이폰/워치/에어팟을 모두 사용중인 제게는 가격만이 중요한 것이 되었습니다. 물론 저 크기나 활용도를 볼 때 상상을 뛰어넘는 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상 최고의 가격, 11월 출시
이전과 완전히 폼팩터이다 보니 그다지 새로운 것이 아님에도 흥미롭고, 할 이야기가 많습니다.
아이폰 X의 가격은 가장 큰 스크린에 걸맞게, 아이폰 역사상 가장 비싼 99달러로 책정됐습니다. 10월 중 예약이 시작돼 11월 3일 정식 발매된다는 소식입니다.
아이폰 8 시리즈가 이번 달 정식 발매되는 것과 달리 발표와 발매 텀이 길어 새로운 아이폰을 손에 쥐고 싶은 사람들의 경쟁이 10월 예약일에 일제히 몰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실 제가 방문하는 몇몇 커뮤니티를 보니 가격과 디스플레이 마감 등의 이유로 초반 평가는 그리 좋지 않지만, 새로운 폼팩터라는 의미만으로도 큰 화제와 인기를 얻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우선 저는 스페이스 그레이 모델을 구매할 예정입니다. 아이폰 8 시리즈는 현재 사용하는 아이폰 7 플러스와 비교해 뚜렷한 장점이 없어서요.
새로운 아이폰 X가 어떤 평가를 얻을지 기대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