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어폰, 헤드폰 시장에 무선 트렌드가 빠르게 가속화되면서 하이엔드 사용자를 위한 유선 리시버, 편의성을 강조한 무선 리시버로 뚜렷하게 양분되고 있습니다. 그 중 아무래도 대중성과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무선 리시버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밖에 없는데요, 과거 무선 리시버와 달리 올해는 스테레오 유닛 사이의 선까지 완전히 제거한 코드리스(cordless) 제품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애플과 삼성, 소니 등 IT 브랜드에 이어 최근에는 사운드 전문 기업까지 잇따라 코드리스 무선 이어폰을 내놓고 있습니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뱅앤올룹슨 Beoplay도 자사의 첫 번째 코드리스 무선 이어폰을 발표했습니다.
뱅앤올룹슨의 첫 번째 코드리스 무선 이어폰의 이름은 Beolplay E8입니다. Beoplay H5에 이은 두 번째 무선 이어폰 제품이자 첫 번째 코드리스 무선 이어폰입니다. 양 쪽 유닛이 완전히 분리된 형태가 최신 트렌드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고, Beoplay 로고로 차별화를 뒀습니다. 사실 이러한 형태의 제품은 디자인에 한계가 있어 얼핏 보면 비슷비슷해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전면을 화면으로 가득 채운 최근 스마트폰의 '베젤리스' 디자인 역시 디자인의 개성이 사라지는 아쉬움을 자아내는 것처럼요.
- 소니 WF-1000X(왼쪽)와 삼성 기어 아이콘X 2018(오른쪽) -
2017년 9월 1일, 오늘부터 개막하는 유럽 최대 디지털 오디오비디오(AV) 멀티미디어 전시회 IFA 2017을 맞아 소니와 삼성도 코드리스 무선 이어폰을 발표했습니다. 소니는 디지털 노이즈 캔슬링 기능으로, 삼성은 스마트폰과 연동된 피트니스 특화 기능으로 차별화를 뒀는데 디자인만 보면 대동소이하죠?
Beoplay 라인은 예전 뱅앤올룹슨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가져오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같은 제품군에서 디자인 그리고 사운드 튜닝에 대한 평가가 경쟁 제품보다 높아 대중적인 인기는 오히려 전보다 더 높아진 것 같습니다. 무선 리시버 시장에서도 IT 기업 못지 않은 발빠른 트렌드 반영으로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디자인 차별화가 힘든 이번 E8은 어떤 반응을 얻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사실 제 눈에도 디자인이 그리 좋아보이지 않아서요-
독차적인 콩나물 디자인의 애플 이어팟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코드리스 무선 이어폰은 비슷한 보청기 디자인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선으로 지지를 할 수가 없는 제품이다보니 제품을 최대한 작고 가볍게 만들기 위해 군더더기를 뺀 디자인을 선택하게 되는데, E8 역시 전형적인 코드리스 무선 이어폰과 같은 디자인으로 제작됐습니다. 밖으로 돌출되는 유닛 외부에 메탈 링을 두르고 Beoplay 로고를 새긴 것은 H5를 비롯한 Beoplay 제품들의 패밀리 룩을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제품의 조작은 로고가 새겨진 유닛 바깥쪽을 터치하는 방식입니다. H5에서는 유선 리모컨을 채용했지만 코드리스 무선 이어폰으로 형태가 변화하면서 인터페이스를 더욱 간결하게 바꾼 것인데, 터치 횟수에 따라 재생/정지와 통화 연결, 곡 탐색 등의 조작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상세한 내용은 구입 후에..?-
충전 역시 다른 코드리스 무선 이어폰과 같이 충전/보관 겸용 케이스를 통해 이뤄집니다. 디자인에 차별화를 둘 수 있는 몇 안되는 요소라 기대를 했는데, 여기서는 확실히 Beoplay만의 감성이 묻어나네요.
케이스는 두 개의 유닛을 각 두 번씩 충전할 수 있는 배터리가 내장돼 있다고 합니다. E8의 재생 시간이 약 4시간이니 총 재생시간이 약 12시간 정도인 셈입니다. H5 역시 불편한 충전 방식과 넉넉하지 못한 배터리 타임이 불만이었는데 E8 역시 평이한 수준입니다.
다만 가죽 느낌의 파우치 형태로 제작된 케이스만큼은 제가 보았던 어떤 제품보다 멋지네요. 애플 에어팟의 치실통 디자인보다는 확실히 이쪽에 스타일과 내구성 모두에서 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겠습니다.
다음으로 Beoplay E8의 스펙을 간단히 살펴보면,
- 5.7mm 구경 스피커
- 블루투스 4.2 / AAC 코덱 지원
- 터치 인터페이스
- microUSB 방식 충전
- 한 번 충전으로 약 4시간 재생
- 배터리 용량 88mAh(오른쪽 유닛), 60mAh(왼쪽 유닛)
- 각 유닛을 두 번씩 충전 가능한 충전 케이스 (365mAh 배터리 내장)
- 유닛 크기 23 x 20 x 25 mm
- 케이스 크기 73 x 47 x 33 mm
- 유닛 무게 7 g(오른쪽) / 6 g(왼쪽)
- 케이스 무게 : 45 g
애플 에어팟이 배터리 타임에서 좋은 사양을 보이며 '이 바닥의 기준'의 세워버린 터라 4시간의 재생 시간과 2회 완충 가능한 케이스 성능이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H5보다 더 작고 간편해진 코드리스 구조에 동등한 배터리 타임을 유지한 것만으로도 환영할만한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애플 외 제품 중 아이폰과의 매칭이 가장 좋은 편인 Beolplay의 신제품으로서 에어팟을 선호하지 않는 분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는 것도 반갑습니다. 그 외에는 사실 Beoplay라는 이름 말고는 디자인과 성능에서 큰 인상을 주지 못하지만 H5가 무선 리시버로서는 매우 만족스러운 사운드를 들려줬던 만큼 E8도 실제 사용하며 느끼는 만족감이 더 클것으로 생각됩니다. 편의성 때문에 에어팟에 만족하고 있지만 확실히 관심이 가는 제품입니다.
Beolplay E8의 가격은 299유로로 H5보다 50유로 높게 책정됐습니다. 경쟁 제품들에 비해 상당히 비싼 가격이기도 합니다. 색상은 블랙과 차콜샌드 두 가지 컬러로 발매되고요.
몇 가지 아쉬움은 있었지만 Beoplay H5를 만족하며 사용했던만큼 이번 E8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디자인과 사양을 뛰어넘는 음감의 만족감으로 지금 이 아쉬움을 채워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