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사이의 짬에 습관처럼 장터 검색을 하는데, 기대하지 않았던 렌즈가 때마침 딱 나타날 때의 기분은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요? 잘 생각나지 않지만 어제 저는 찾던 렌즈를 영입하게 돼 무척 기뻤습니다. 실버 컬러의 M-P에 조합할 SUMMILUX-M 35mm F1.4 ASPH 렌즈가 그것입니다. 한 달만에 드디어 손에 쥐었습니다.
LEICA SUMMILUX-M 35mm F/1.4 ASPH (FLE)
- 초점거리 35.6mm
- 5군 9매 구성
- 조리개 F1.4 - F16
- 초점거리 0.7m ~ ∞
- 필터 규격 E46
- 스크류 타입 스틸 후드
- 56 x 46 mm
- 320g
당분간 라이카 M-P에 이 렌즈 하나만을 사용하기로 하고 카메라와 같이 영입한지 이제 한 달이 됐습니다. 그동안 한여름 무더위와 이런저런 일상에 치여 제대로 셔터를 누르지는 못했지만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됐다는 의미로 무척 든든합니다. 이미 M Typ240을 통해 익숙한 M-P Typ240보다 이 35mm 렌즈에 대한 기대가 훨씬 컸는데, 마음이 급하다보니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운 블랙 컬러의 렌즈부터 일단 구입해 사용하고 있었죠. 라이카 M 마운트의 대표적인 35mm 렌즈 SUMMILUX-M 35mm F1.4 ASPH에 대한 내용은 이전 포스팅에 기록해 놓았습니다.
단 하나의 렌즈, 라이카 SUMMILUX-M 35mm F1.4 ASPH FLE 첫인상
단 하나의 렌즈, 라이카 즈미룩스 35mm (LEICA SUMMILUX-M 35mm F1.4 ASPH FLE) 첫인상 - 촬영편
하지만 제가 가진 M-P가 실버 바디에 오렌지색 볼커나이트를 두른, 다소 화려한 외모다보니 블랙 렌즈와의 조합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렌즈 성능에는 충분히 만족하고 있으면서도 단순히 '외형'의 만족감 때문에 실버 렌즈를 계속 염두해두고 있었는데요, 발매 시기가 늦은 실버 버전 렌즈는 샵과 장터에서도 구하기 어렵고 연속된 가격 인상으로 신품 가격은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가 됐습니다. 얼마전 간발의 차로 샵에서 실버 렌즈를 놓친 후로는 절반쯤 포기한 상태였습니다만, 이번에 드디어 실버 구성을 완료하게 됐습니다.
M-P는 대한민국 광복 70주년 에디션으로 실버 프레임에 볼커나이트를 오렌지색으로 둘러 차별화를 뒀습니다. 검정색 볼커나이트의 일반 M-P 모델의 경우 블랙 렌즈가 이질감 없이 잘 어울리지만 저 볼커나이트 색상 때문에 블랙 렌즈와의 조합이 다소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단순히 외모만으로 가격이 더 비싼 실버 렌즈를 구매하는 것이 쉽게 이해하기 힘든 분들이 더 많으시겠지만, 이게 한 번 빠지면 또 포기가 쉽지 않습니다. :-/
실버 컬러 & 무게
SUMMILUX-M 35mm F1.4 ASPH 현행 FLE 버전은 전형적인 라이카 현행 M 렌즈의 외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렌즈 경통과 조리개 링, 초점링은 물론 후드까지 모두 실버 컬러로 같은 색의 카메라와 컬러 조합이 매우 좋습니다. 레터링은 블랙 모델이 노란색 페인트를 사용한 것과 달리 실버 버전은 빨간색으로 좀 더 강렬한 느낌을 줍니다. 라이카 렌즈는 실버 컬러 렌즈와 블랙 페인트 렌즈 등에 빨간색 레터링을 조합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노란색을 좋아하지만 이 강렬함이 라이카의 아이덴티티를 좀 더 효과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35mm 즈미룩스 렌즈의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은, 제가 과거에 사용했던 SUMMICRON-M 35mm F2 ASPH 렌즈가 블랙과 실버 모델의 재질을 달리해 무게가 약 100g 가까이 차이가 났었지만 이 렌즈는 블랙/실버 모델 모두 알루미늄 재질로 제작해 무게가 동일합니다. 개인적으로 황동 소재 렌즈의 묵직함을 좋아하지만 무게가 부담됐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황동 소재의 실버 컬러 SUMMILUX-M 50mm F1.4 ASPH 렌즈의 무게는 465g이나 되거든요.
패키지 및 구성품은 이전에 작성했던 블랙 모델과 동일합니다. 렌즈와 후드, 캡 등이 있고 캡을 제외한 렌즈와 후드, 어댑터 링 등은 모두 실버 컬러입니다. 색 말고는 블랙과 다른 것이 없습니다.
- 이 컬러가 뭐라고... -
지난번 M Typ240 모델을 실버 컬러로 사용해서 이번 M-P는 블랙 모델로 사용하고 싶었습니다만, 역시 저는 실버 프레임의 RF 카메라를 좋아하나봅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35mm SUMMILUX 렌즈는 후드까지 실버 컬러인 것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이전 35mm SUMMICRON 실버 모델은 검은색의 플라스틱 사각 후드가 아쉬웠거든요. 렌즈가 다소 길고 후드 끝단이 넓어 뷰파인더를 가리지 않도록 후드에 홈이 있습니다.
필터 규격은 46mm로 50mm SUMMILUX 렌즈와 동일합니다. 물론 필터와 후드를 함께 장착할 수 있고요, 메탈 후드는 전면에서 보면 에지있는 사각 실루엣을 갖고 있습니다.
사용중인 M-P 모델에 마운트 해보았습니다. 이제야 제짝을 찾은 모습에 마음 한구석이 후련해집니다. 블랙 렌즈와의 나쁘지 않았다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걱정했던 것보다'이지 역시 이 카메라는 실버 렌즈를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셔터 릴리즈 버튼 역시 오렌지 컬러로 볼커나이트와 색을 맞췄는데, 이로서 실버/오렌지 조합이 완성된 느낌입니다.
다만 사진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지만 카메라의 실버 프레임과 렌즈의 실버 컬러가 그 톤이 아주 미묘하게 다릅니다. 물론 유심히 보지 않으면 그 차이를 알아보기 어렵지만 같은 제조사에서 같은 시기에 제작한 같은 시리즈의 카메라, 렌즈의 컬러 톤이 다른 것은 못내 아쉽습니다. 아마도 알루미늄, 황동 재질의 서로다른 소재를 사용한 데 따른 것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전면에서 볼때는 블랙/실버 렌즈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거라 생각했지만, 슬쩍 보이는 후드 컬러 때문에 역시 주는 느낌이 꽤 다릅니다. 오리지널 70주년 세트에 포함된 렌즈는 없지만 이 정도면 차선책으로 부족함이 없습니다.
단지 색상만 다른 것 뿐이지만 실버 M-P 카메라와의 조화만으로도 만족감이 매우 높습니다. 이 오렌지색 볼커나이트 하나 살려보겠다고 렌즈부터 케이스, 스트랩 그리고 셔터 릴리즈 버튼까지 액세서리 전체를 구비하는 데 하지 않았던 고민들을 많이 했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한 달여 만에 완성된 실버-오렌지 컬러 조합. 이제 정말 멋진 곳으로 떠날 일만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