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팅에서는 제 작업에 실제로 이 카메라를 활용하며 느낀 점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얼마 전, 제품 사진을 촬영할 일이 있었습니다. 보통 제품 촬영을 할 경우 조명이 갖춰진 스튜디오에서 DSLR 카메라와 렌즈를 사용하지만 이번 촬영의 경우 노트북 제품의 특성에 맞춰 실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자연스러운 장면을 요청 받았습니다. 사무실 근처 카페로 배경을 결정한 후에는 DSLR 카메라와 함께 올림푸스 미러리스 카메라를 챙겼습니다. 그동안 제품 촬영에는 이 카메라를 활용해 볼 기회가 없었는데, 다른 때보다 여건이 자유로운 촬영이라 이 카메라가 제품 촬영에서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일지 한 번 실험해보기로 했습니다. 이미 몇개월간 사용했던 카메라라 조작이나 특성은 충분히 알고 있었거든요. 렌즈는 어두운 실내임을 감안해 25mm F1.2 PRO 렌즈를 선택했습니다.
[ OM-D E-M1 Mark II + M.ZUIKO DIGITAL ED 25mm F1.2 PRO로 촬영한 이미지 ]
지난 겨울부터 봄까지 E-M1 Mark II와 25mm F1.2 PRO 렌즈를 사용하며 마이크로 포서드 카메라에 대한 제 선입견이 많이 사라졌고, 빠른 기동 속도와 AF성능 그리고 25mm F1.2 PRO 렌즈의 뛰어난 화질을 통해 다양한 영역에서 이 카메라를 활용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그동안은 이 카메라를 제가 사용하는 라이카 M시리즈나 DSLR 카메라에 비해 작고 가볍다는 이유로 주로 일상과 여행 등을 담는 데일리 카메라로 사용했지만 제품 촬영에도 시도해보게 된 것 역시 그동안 쌓인 신뢰 덕분이겠죠. 물론 아직 손에 익은 DSLR 카메라를 함께 챙겼지만 실제로 촬영 중에는 E-M1 Mark II를 더 많이 사용했습니다.
미러리스 카메라의 가능성
그동안 손에 익은 탓도 있지만 제품, 인물 촬영 등에서 여전이 DSLR 카메라를 사용하는 이유는 역시 오랜 세월동안 갖춰진 SLR 카메라의 인프라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조명과 주변기기 호환성이 여전히 우수하고, 어두운 실내 스튜디오 환경에서 미러리스 카메라의 전자식 뷰파인더는 광학식 뷰파인더에 비해 그 단점이 뚜렷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별도의 조명 없이 자연스러운 장면을 담는 데는 미러리스 카메라가 부족할 것이 없습니다. 이 날 촬영한 제품은 게이밍 노트북 제품으로 실제 사용하는 장면들과 제품 상세컷이 주를 이뤘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광량이 어느정도 확보된 환경에서 E-M1 Mark II의 2000만 화소 이미지 센서는 충분한 결과물을 안겨줬고, 25mm F1.2 렌즈는 프레임과 근접 촬영에서 제품 촬영용으로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1. 25mm 프레임
단렌즈를 선택하는 것은 꽤 많은 핸디캡을 안고 시작하는 것이지만, 결과물이 모든 것을 감내하게 합니다. 이날은 25mm F1.2 PRO 렌즈 하나로 모든 사진을 촬영했는데, F1.2의 밝은 조리개값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35mm 환산 약 50mm의 표준 초점거리가 갖는 프레임의 안정감이 만족스러웠습니다. 광각 렌즈에서 흔히 발생하는 주변부 왜곡이 없었고, 조리개를 충분히 조이면 광량 분포까지 균일해서 충분하지 않은 실내 환경에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제품 촬영의 경우 렌즈의 광학적 한계 때문에 발생하는 왜곡이 결과물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이럴때 다소 불편하더라도 단초점 렌즈가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25mm 렌즈의 프레임이 생각보다 타이트해서 제품을 상단에서 촬영할 때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럴 때 카메라의 가벼운 무게 그리고 자유롭게 앵글을 조절할 수 있는 LCD 모니터의 덕을 보았습니다. 위 이미지는 디테일한 보정을 거치기 전이라 얼룩이나 지문이 다소 눈에 띄는데, 동시에 2000만 화소 E-M1 Mark II와 25mm F1.2 PRO 렌즈 조합이 별도 조명 없이도 어느 정도 샤프니스를 결과물에 보여주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현장에서 몇 장의 이미지를 확인하고 촬영 전보다 좀 더 믿음이 생겼습니다.
2. 근접 촬영
25mm 렌즈의 근접 촬영에 대해 이전에도 좋은 평을 한 적이 있습니다. 최소 초점거리가 약 30cm로 일반적인 표준 화각대의 렌즈보다 짧은 편인데, 제품의 세부 디테일을 촬영할 때 이점이 유용했습니다. 다만 F1.2 최대 개방에서는 심도가 낮아 세부 묘사가 어렵고 화질도 가장 떨어지는 구간이기 때문에 주로 F2.8-F4 구간을 활용했습니다. 30cm 근접 촬영에서도 부족한 디테일 표현은 이미지 일부분을 추출하는 크롭 방식으로 해결했는데 E-M1 Mark II가 2000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채용해서 다행이었습니다. 평소 사용하던 DSLR 카메라가 2400만 화소라 이미지를 추출할 때 그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3. 실내 연출
실내 조명 아래 자연스러운 촬영에서는 낮은 심도를 활용해 제품을 돋보이는 사진도 종종 촬영하게 됩니다. 이 때 밝은 조리개값을 갖는 단초점 렌즈의 진가가 발휘되는데, 25mm F1.2 PRO 렌즈의 경우 F1.2 최대 개방 촬영에서도 주변부 비네팅이 심하지 않고 화질 저하 역시 크지 않아 개방 촬영을 적극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심도 활용에서 상대적으로 이미지센서 크기가 작은 마이크로포서드 포맷의 단점을 많이들 이야기하는데, 제품 촬영의 경우 극단적으로 낮은 심도가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E-M1 Mark II와 25mm F1.2 PRO 렌즈의 조합은 자연스러운 배경 흐림을 연출하고 제품을 충분히 표현할만큼의 심도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크게 단점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2. 저조도 대응
사실 제품 촬영에 E-M1 Mark II를 챙기며 가장 걱정한 것이 빛이 부족한 실내 촬영에서의 대응 능력이었습니다. 별도의 조명이 없는 환경에서 종종 높은 ISO 감도를 사용해야 할 때가 많은데, 그동안 사용한 마이크로 포서드 카메라의 가장 큰 약점이 바로 이 고감도 이미지 품질에 있었거든요. 이날 촬영 역시 그리 밝지 않은 카페 실내 조명에서 이뤄졌고, 후에 노트북 키패드 라이팅을 촬영할 때는 암전 환경에서 스팟 측광을 활용해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촬영 이미지 중 ISO 3200 이상의 고감도를 사용한 이미지는 아쉽게도 제가 우려했든 깔끔한 결과물이 되지 못했지만 25mm F1.2 PRO 렌즈의 개방 촬영을 적극 활용한 덕인지 고감도의 이미지가 많지 않아 사진을 추려내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최근 올림푸스 카메라가 F1.2 조리개 값을 갖는 PRO 단렌즈군을 계속 확충해나갈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저와 같은 기준으로 촬영을 하는 분들에게는 무척 반가운 소식입니다.
암튼 이 날 제품 촬영 결과는 생각보다 만족스러웠습니다. 아직 스튜디오 조명에서 촬영해보지 않았지만 이미지 센서와 렌즈의 광학 성능이 과거에 비해 크게 향상된 것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앞으로 이런 가벼운 촬영을 시작으로 조금씩 촬영 영역을 넓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미러리스 카메라와 DSLR 카메라가 최근에는 대등한 관계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하는데, 후발 시스템인만큼 더 다양한 방법에서 개선이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 이것은 또 다른 촬영, 제가 좋아하는 히히하(hihiha)의 피크닉 매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