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팅은 PEN-F와 함께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는 M.ZUIKO DIGITAL 17mm F1.8 렌즈에 대한 두 번째 이야기로, 지난 포스팅에서 다 맺지 못한 이야기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올림푸스 M.ZUIKO 렌즈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렌즈이자 PEN-F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렌즈라 되도록 오래 사용해보고 평가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지난 포스팅이 '제가 PEN-F에 이 렌즈를 사용하는 이유' 혹은 '이 렌즈를 잘 사용하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이었다면 이번에는 이미지 퀄리티나 광학 성능 등 실제 이 렌즈를 구매하고 싶어 비슷한 초점거리, 가격대의 다른 렌즈와 비교중인 분들에게 좀 더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올림푸스 M.ZUIKO DIGITAL 17mm F1.8
- 초점거리 : 17mm (35mm 환산 약 34mm)
- 구성 : 6군 9매 (DAS 렌즈 1매, 비구면렌즈 2매, HR 렌즈 1매)
- 조리개 : F1.8 ~ F22
- 화각 : 65도
- 최소 초점거리 : 25 cm
- 최대 촬영 배율 : 0.08배 (35mm 환산 0.16배)
- 조리개 매수 : 7매 (원형)
- 필터 구경 : 46mm
- 57.5 x 35.5 mm
- 120 g
지난 포스팅을 정리하면서 올림푸스가 PEN-F에 왜 17mm 단렌즈를 기본 렌즈로 추천하는지, 그리고 이 렌즈로 촬영했을 때 어떤 장점들이 부각되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광각 렌즈 성향을 갖지만 사람의 시선과 비교적 가까운 35mm 환산 약 34mm의 초점거리는 풍경, 정물, 인물까지 전천후로 담을 수 있는 장점과 F1.8의 심도 연출 그리고 외형의 조화 등을 고루 갖췄습니다. 이것들이 올림푸스가 이 렌즈를, 또는 이 렌즈와 함께 카메라를 판매하기 위한 '장점들'이었다면 이제 사용자 입장에서도 평가해 볼 필요가 있겠죠. 그래서 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는 이 렌즈의 구성상 특징과 조리개 별 화질 등을 한 편 비교해보려 합니다.
M.ZUIKO DIGITAL 17mm F1.8 렌즈에 대한 지난 포스팅은 아래 주소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PEN-F를 위한 렌즈, 올림푸스 M.ZUIKO DIGITAL 17mm F1.8의 매력
렌즈 구성과 이미지 품질
M.ZUIKO DIGITAL 17mm F1.8 렌즈는 6군 9매 구성으로 그 중 5매를 특수 렌즈로 배치했습니다. 그 중 대물렌즈부의 DSA 렌즈는 듀얼 슈퍼 비구면(Dual Super Aspherical) 렌즈로 렌즈 양쪽이 모두 비구면으로 된 것이 특징입니다. 이는 빛의 왜곡과 산란을 최소화해 주변부 해상력을 향상, 색수차는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 외에 구면 수차 보정을 담당하는 HR(고굴절률) 렌즈와 후위 렌즈군의 비구면 렌즈 2매까지, 전체 렌즈 구성 중 절반 이상을 특수 렌즈로 배치한 것은 뛰어난 광학 성능을 기대하게 합니다. 최근 올림푸스의 PRO 렌즈군에 가려 그 빛이 바랜 면이 있지만 이 렌즈는 M.ZUIKO 프리미엄 렌즈군으로 그 이름에 맞는 렌즈 구성을 보입니다.
실제 이 렌즈의 MTF 차트를 보면 이 렌즈는 이미지 중심부와 주변부 화질이 비교적 균일하게 유지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올림푸스는 이 렌즈를 'High Grade 렌즈 ED 12mm F2.0과 동등한 수준의 광학 성능'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제가 해상력에서 매우 좋은 인상을 받은 12mm F2.0 렌즈에 근접한 중심부 해상력에 초점거리 특성상 주변부 이미지 품질은 좀 더 뛰어납니다. 작고 가벼운 렌즈지만 주변부 화질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F1.8 최대 개방 촬영을 마음놓고 사용할 수 있는 것이 MFT표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렌즈의 장점입니다.
개방 촬영의 연출 / 이미지 품질
- PEN-F | 17mm | F1.8 | 1/500 | ISO 200 -
기술의 발전에 따라 그 갭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렌즈의 물리적 크기와 화질은 무시할 수 없는 상관 관계가 있습니다. M.ZUIKO DIGITAL 17mm F1.8 렌즈의 경우 크기가 매우 작고 무게 역시 가볍기 때문에 이미지 품질에 대한 우려가 다른 렌즈보다 큰 편이죠. 게다가 이전에 출시했던 17mm F2.8 렌즈가 화질에서는 영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으니까요. 물론 M.ZUIKO DIGITAL 17mm F1.8 렌즈는 M.ZUIKO 프리미엄 렌즈군으로 광학 성능에도 공을 들인 렌즈입니다. 특히 개방 촬영에서 이 장점이 잘 드러납니다.
[ 조리개 값에 따른 연출 차이 ]
- F1.8(왼쪽) | F5.6(오른쪽) -
위 이미지는 동일한 환경에서 F1.8 최대 개방 촬영과 일반적으로 가장 좋은 샤프니스를 보이는 F5.6 촬영 이미지를 비교한 것입니다. 비교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역시나 심도, 즉 배경 흐림의 차이지만 주 피사체의 샤프니스에서도 작은 화면에서나마 그 차이가 제법 느껴집니다. 물론 F5.6 촬영의 샤프니스가 월등히 좋아 보입니다만, F1.8 최대 개방 촬영에서도 초점부위 해상력은 그리 크게 뒤지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밝은 렌즈의 최대 개방 촬영에서 우려되는 주변부 광량 저하 -흔히 비네팅이라 불리는- 가 눈에 띄지 않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조금 더 다양한 조리개 값 촬영 결과를 비교해 보면,
- 왼쪽부터 F4 | F5.6 | F8 -
F1.8 최대 개방 촬영부터 비교적 높은 F8 조리개 값으로 촬영한 이미지 여섯장을 비교하면 조리개 값의 변화에 따른 배경 흐림과 그로 인한 분위기의 차이가 분명하지만, 주변부 광량 저하의 약점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올림푸스, 파나소닉 등 마이크로포서드 시스템의 최대 강점을 주변부까지 균일하게 유지되는 이미지 품질로 꼽고 있는데, 17mm F1.8 렌즈는 작은 크기와 가벼운 무게로도 그 장점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APS-C 포맷 카메라는 되도록 렌즈를 작고 가볍게 만든 뒤, 주변부 화질 저하를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보정하는 방법을 채용하고 있는데, 올림푸스 렌즈의 경우 기본적인 광학 성능을 충분히 충족시키려는 노력이 보입니다. 아마 동일한 수준의 비네팅을 감안하고 제작했다면, 이 렌즈는 좀 더 작고 가벼워질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개방 촬영에서의 주변부 화질을 좀 더 잘 비교해보기 위해 비교적 어두운 주변부를 확대해 보았습니다.
- F1.8 최대 개방 촬영 -
- F2.8(왼쪽) | F5.6(오른쪽) -
렌즈의 화질이 가장 좋지 않은 모서리 부분을 확대해서 비교하면, 당연히 F5.6의 결과물이 가장 샤프하고 광량 역시 균일하지만, F2.8은 물론 F1.8 최대 개방 촬영 역시 샤프니스는 조금 부족할지언정 광량 분포는 부족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PEN-F에 이 렌즈를 주력으로 사용하며 해상력보다는 전체적인 이미지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는데, 아마 비네팅 없이 이미지 전 영역에 균일하게 빛이 분포됐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이 렌즈는 제가 그동안 사용했던 APS-C, 35mm 풀 프레임 포맷 카메라에서 갖게 된, 그리고 쉽게 바뀌지 않았던 최대 개방 촬영의 다양한 약점들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게 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카메라와 달리 PEN-F를 사용하면서는 거리낌 없이 F1.8 최대 개방 조리개 값을 활용해 촬영하고 있습니다. 함께 사용중인 라이카 SUMMILUX 35mm F1.4 ASPH 렌즈는 최고의 35mm 렌즈로 손꼽히지만 그역시 최대 개방에서 주변부 광량 저하와 색수차 발생이 눈에 띄는데, M.ZUIKO 17mm F1.8 렌즈는 그 둘에서는 확실히 자유로웠습니다. 물론 강한 광원 아래 F1.8 최대 개방 촬영에서 발생하는 색수차까지 완전하게 잡아낼 수는 없지만 간단한 보정으로 충분히 제거 가능한 수준입니다. 상대적으로 작은 마이크로 포서드 포맷과 최적화된 렌즈의 광학 성능이 잘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 PEN-F와 M.ZUIKO DIGITAL 17mm F1.8 렌즈의 F1.8 촬영 이미지 ]
조리개 값마다 다른 다양한 장면 묘사
- PEN-F | 17mm | F6.3 | 1/2000 | ISO 200 -
하지만 이 렌즈를 F1.8 최대 개방값으로만 촬영하는 것은 절반도 채 못 사용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M.ZUIKO 렌즈는 다른 포맷의 렌즈에 비해 조리개 값에 따른 화질 편차가 적은 편이라고 해도, 엄연히 그 값에 따른 샤프니스의 차이가 존재하고 그것이 피사체와 촬영 의도에 맞는 연출의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이 렌즈가 가장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조리개 값을 확인하면, 밝고 화창한 여행지에서 최고의 한 장을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F1.8 개방 촬영과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를 확인하면 빛에 제약이 있는 환경에서 어떤 설정을 사용할지 결정하는데 참고가 될 것이고요.
[ 조리개 값에 따른 해상력 차이 ]
- F1.8(왼쪽) | F2(오른쪽) -
- F2.8(왼쪽) | F4(오른쪽) -
- F5.6(왼쪽) | F8(오른쪽) -
- F11(왼쪽) | F16(오른쪽) -
- F22 -
중심부 이미지 품질을 보면, 비교적 좋은 개방 촬영 결과물이지만 역시나 세부 묘사에서 다소 부족함이 느껴집니다. PEN-F와 E-M1 Mark II 등 최근 올림푸스 미러리스 카메라가 2000만 화소의 이미지 센서를 탑재하기 시작했는데 17mm F1.8 렌즈의 경우 최대 개방에서 이 고화소를 온전히 표현하기엔 다소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그래서 최근 PRO 렌즈군에 단초점 렌즈 시리즈가 속속 추가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이것은 F2.8 이하의 비교적 낮은 조리개 값을 사용했을 경우이고, F4 이상의 조리개 값을 설정하면 해상력이 눈에 띄게 좋아집니다. 가장 좋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구간은 F5.6-F8로, 풍경 사진에서 이 값을 사용하면 이 카메라와 렌즈 조합의 최대 성능을 끌어올 수 있겠습니다. F16 이상의 조리개 값에서는 회절 현상으로 인한 화질 저하가 확연히 눈에 띕니다. 광량이 충분한 날에도 조리개 값은 가급적 F14 이하로 설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 F1.8(왼쪽) | F2(오른쪽) -
- F2.8(왼쪽) | F4(오른쪽) -
- F5.6(왼쪽) | F8(오른쪽) -
- F11(왼쪽) | F16(오른쪽) -
- F22 -
주변부 화질이 가장 뛰어난 구간은 F4-F5.6으로 중심부와 조금 다르게 나타납니다. 이는 어느 정도 오차를 감안해야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이 렌즈가 F5.6 내외의 조리개 값에서 가장 좋은 성능을 보이는 결론을 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사실 이 렌즈의 이미지 품질을 비교하면서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 이 주변부 해상력이었는데, F1.8 최대 개방 촬영끼리 비교해보면, 중심부와 주변부 차이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이미지 경계면에 색수차가 다소 발생하는 것 외에는 중심부와 비교해도 샤프니스 자체는 그리 뒤쳐지지 않습니다. 앞서 확인했듯 개방 촬영에서 흔히 발생하는 주변부 광량 저하 역시 육안으로는 느낄 수 없는 점, 그리고 왜곡이 없는 점 역시 중심부 못지 않은 품질로 평가하는 데 한 몫을 합니다.
[ PEN-F와 M.ZUIKO DIGITAL 17mm F1.8 렌즈의 높은 조리개 값 촬영 이미지 ]
위 평가를 토대로 높은 샤프니스가 필요한 풍경 등의 촬영에서는 주로 F5.6 내외의 값을, 그보다 광량이 충분한 환경에서는 F8 정도까지 조리개 값을 조절하며 촬영을 하고 있습니다. 배경 흐림보다는 이미지 전체가 선명한 풍경 사진이 필요할 때 마이크로 포서드 시스템은 F5.6 내외의 값으로도 충분한 팬 포커스 촬영이 가능한 것이 다른 포맷과 다른점입니다. 그리고 F5.6의 비교적 낮은 조리개 값에서 최고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이 렌즈의 장점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이 렌즈의 단점과 한계도 명확합니다. F1.8 개방 촬영에서의 해상력이 PEN-F의 2000만 화소 이미지를 온전히 표현하기에 다소 부족하게 느껴지고, 이는 앞으로 현재 화소 이상으로 높아질 차세대 제품에서 이 렌즈의 평가를 지금보다 떨어뜨리는 요소가 될 것입니다. 다른 렌즈보다 덜하다고는 하지만 색수차 역시 완전히 억제하지는 못했고요. 이 렌즈의 크기와 무게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17mm F1.8은 기대 이상의 광학 성능을 갖췄지만, 최고의 결과물을 위한 PRO 렌즈로 현재의 지위를 빼앗길 우려가 있습니다. 곧 17mm F1.2 PRO 렌즈가 출시된다고 하니, 이 렌즈는 머지않은 장래에 2등 렌즈로 내려앉을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PEN-F를 기준으로 하면, 이 렌즈가 PEN-F와 가장 잘 어울리는 렌즈라는 것은 더 크고 무거워질 17mm F1.2 PRO 렌즈 출시 이후에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카메라는 저마다 '용도'가 있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PEN-F를 사용하는 동안은 앞으로도 쭉 이 17mm 렌즈와 12mm F2.0 렌즈를 사용할 것입니다.
PEN-F와 17mm F1.8 렌즈 조합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에게 도움이 됐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