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프레임과 볼커나이트로 구성된 클래식 디자인의 카메라는 대개 어느 액세서리나 특별히 가리지 않고 잘 소화하는 편이라 케이스와 스트랩을 구성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입니다. 제가 RF 스타일로 된 카메라를 좋아하는 이유기도 하고요. 후지필름 X100 시리즈와 올림푸스 PEN-F, 니콘 DF는 디자인만으로 소장하고 싶은 욕심이 든 카메라로 여전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브라운, 블랙 아니면 좀 과감한 올리브나 레드 계열까지 케이스도 다양하게 사용해 보았는데, 모양새가 예뻐 사진찍을 일이 없는 날에도 들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이번 라이카 M-P는 액세서리를 선택하는 데 있어 전에 없는 고민을 해야했는데, 에디션 제품의 아이덴티티를 완성하기 위한 '오렌지색 볼커나이트' 때문이었습니다. 이게 실버 상,하판과의 조화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데 반해, 하프 케이스나 스트랩 등을 선택하는 데 있어 제약이 생각보다 크더군요. 물론 가장 큰 문제는 35mm Summilux 렌즈를 실버 컬러로 구매하는 것이었습니다만, 사정상 현재는 블랙으로 '참고 쓰는' 중입니다.
- Rally 컬러의 JNK 케이스는 이 카메라에겐 너무 와일드한 느낌의 옷입니다 -
함께 구매한 JNK의 가죽 케이스는 핏감이나 가죽의 품질 등 모든 면에서 마음에 들었습니다만, 실버/오렌지의 여성스러운 컬러 조합에는 좀 투박하고 거친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케이스를 찾아보았지만 역시나 M-P의 케이스는 가격대도 높고, 이 카메라에 맞는 컬러의 가죽으로 제작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예 볼커나이트를 블랙 컬러로 교체해 평범한 M-P로 돌아갈까 했습니다만, 당분간은 이 기분을 좀 더 즐기고 싶더군요. 그래서 절충안으로 고려한 것이 코냑 색상의 라이카 정품 하프케이스였습니다.
JnK나 루이지 등에서 제작한 하프 케이스를 많이 사용하지만 라이카 브랜드의 하프 케이스도 제품마다 꾸준히 출시되고 있습니다. 저는 얼마전 지인의 D-LUX용 가죽 케이스를 선물하면서 코냑 색상의 정품케이스를 경험해보았는데, 퀄리티는 공방의 제품보다 떨어지지만 고풍스러운 코냑 색상이 매력있더군요. 시간이 지나며 태닝되는 맛까지. 실제로 라이카 브랜드의 정품 액세서리 중 대부분은 이 코냑색상과 블랙 색상을 기본으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오렌지 볼커나이트의 부드러운 인상을 그나마 가장 무난하게 받아줄 수 있는 케이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격도 그나마 저렴하고요.
- 라이카 M, M-P용 하프케이스 14886 -
- 라이카 M, X용 스트랩 18777 -
그렇게 코냑 색상의 하프케이스와 스트랩을 구매했습니다. 케이스는 라이카 M Typ240과 M-P Typ240 전용이며 스트랩은 M, X 시리즈용으로 적혀 있습니다만 다른 카메라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케이스는 M, M-P 카메라에 맞춰 디자인 됐습니다. 같은 디자인의 M-D, M Typ262, M 모노크롬 Typ246 등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부드러운 느낌의 코냑 색상은 가죽 액세서리를 이야기할 때 가장 기본으로 손꼽히는 컬러입니다. 저도 시계 스트랩과 카드 지갑 등의 제품을 이와 같은 색상으로 선택하고 있습니다. 처음 사용할 때는 부드럽고 세련된 느낌으로, 시간이 지나면 손때가 타며 태닝돼 색다른 느낌을 선사한다죠. 매우 간결한 형태의 케이스입니다만, RF 카메라의 빈약한 그립을 보강하기 위해 그립부에 약간의 돌출 처리가 되어 있습니다.
최근 카메라용 하프 케이스는 클립도어 등의 방식으로 케이스를 벗기지 않고도 배터리/메모리 카드를 교체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지원하지만 이 케이스에서는 그런 것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매끈하게 막힌 하단에 라이카 로고를 음각으로 새겨놓았을 뿐입니다.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마감은 그리 좋지 못합니다.
스트랩은 케이스와 같은 코냑 색상으로 '깔맞춤'을 한 것에 의의를 뒀습니다. 일반적인 스트랩이지만 길이 조절을 할 수 있고, 어깨 부분에 패드를 덧대 착용감을 향상시킨 것이 특징입니다. 하프케이스는 군더더기와 디테일을 최대한 억제한 것과 달리 스트랩은 제법 이런저런 장치들을 넣어 두었습니다.
스트랩 길이는 두 단계로 조절 가능한데, 가죽에 뚫어놓은 홈에 플라스틱 브라켓을 끼우는 방식으로 조절의 폭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다만 쉽게 풀릴 일은 없어 보이네요.
라이카 M-P에 코냑 색상의 케이스와 스트랩을 장착한 사진입니다. 여전히 화려한 오렌지 컬러를 제대로 살려주지는 못합니다만, 이전 JNK 케이스보다는 확실히 카메라 고유의 여성스러운 느낌을 잃지 않고 유지하고 있습니다. 자꾸 보니 썩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라이카 정품 케이스의 경우 바느질이나 단추 체결부의 마감이 대단히 불만족스러웠습니다. 바느질이 제 눈에 보기에도 다소 조악하게 느껴졌고, 내피와 가죽을 접착제로 붙인 부분이 쉽게 분리될 것 같더군요. 단추를 결합하는 부분은 가죽이 특히나 얇은데, 케이스를 자주 결합/분리할 경우 끊어질 것 같다는 우려까지 들더군요. 물론 전문 가죽 공방 수준의 솜씨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이 케이스의 가격 역시 20만원 가까이 하는만큼 이 점은 확실히 아쉽습니다.
그리고 라이카 M Typ240에서 삭제됐다가 M-P Typ240에서 부활한 프레임 셀렉트 레버 부분을 배려한 디자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레버 부분을 감싼 케이스 일부분이 들뜨는 것도 구매 당시에는 고려하지 못한 단점입니다. 역시나 이 케이스의 장점은 '색상' 그리고 브랜드의 오리지널 액세서리라는 것뿐입니다. 반면 스트랩은 어깨 패드와 체결 고리 등의 완성도가 기대 이상이라 다른 카메라를 구매해도 쭉 사용할 것 같습니다.
대부분은 케이스를 사용하지 않은 그대로 사용하겠지만, 아무래도 길고 짧은 여행을 떠나게 되면 장비를 아끼지 않는 저는 이런 최소한의 보호 장치가 필요합니다.
곧 떠날 수 있기를,
케이스를 구입한 것은, 역시나 다음 여행을 기대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