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고 싶은 건 가져야 하고, 어차피 갖게될 것이면 빨리 손에 넣어야 합니다. 일 년여만에 다시 라이카 M으로 돌아온 후 며칠간 머릿속은 렌즈 구상으로 가득했습니다. 사실 카메라보다 일찌감치 먼저 렌즈를 결정했습니다. 35mm SUMMILUX 렌즈가 무척 궁금했거든요. 사실 다시 M으로 돌아온 것은 카메라가 아니라 이 35mm 렌즈 때문입니다. 카메라는 선택지가 몇가지 있었지만 렌즈는 꼭 이것으로 점찍어뒀었습니다.
그리고 충무로, 남대문 샵을 수소문한 끝에 생각보다 일찍 손에 넣었습니다.
휴, 이제야 마음에 안정이 찾아옵니다.
이것이 당분간 제 단 하나의 렌즈가 될 것입니다.
LEICA SUMMILUX-M 35mm F/1.4 ASPH (FLE)
- 초점거리 35.6mm
- 5군 9매 구성
- 조리개 F1.4 - F16
- 초점거리 0.7m ~ ∞
- 필터 규격 E46
- 스크류 타입 스틸 후드
- 56 x 46 mm
- 320g
SUMMILUX 35mm 렌즈는 라이카 M 마운트 렌즈 중 가장 인기있는 렌즈 중 하나입니다. 광각과 표준 초점거리 사이에 위치해 적당한 시야와 원근감을 고루 느낄 수 있는 35mm 만의 매력에 F1.4-16 조리개별로 다양한 연출이 가능한 것이 최대 장점입니다. 현행 렌즈답게 최대 개방에서도 샤프니스가 높고 색을 세련된 느낌으로 표현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개인적으로 F1.4 최대 개방 촬영의 공간감과 묘사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 SUMMILUX-M 35mm F/1.4 ASPH Pre-FLE 렌즈 -
현행 SUMMILUX 35mm ASPH 렌즈는 동명의 전세대 SUMMILUX-M 35mm ASPH 렌즈의 포커스 시프트 문제를 플로팅 엘리먼트(FLE) 채용으로 개선한 버전입니다. 때문에 광학 구성은 물론 실제 결과물 역시 차이가 있다고 하네요. 한국에선 두 렌즈가 4,5세대로 구분됩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구형 ASPH 렌즈 구매를 고민했지만 조리개 값에 따라 초점이 미세하게 변경되는 포커스 시프트 현상이 역시나 마음에 걸렸고, 사용하는 동안 현행 버전에 대한 궁금증이 끊이지 않을 것 같아 결국 '한 방에 가기로' 했습니다. 함께 수업을 들은 선생님과 교수님들이 늘 말씀하셨죠. 한방에 가는 것이 절약하는 길이라고.
- 고마웠어, Q -
라이카 Q을 돌이켜보면, 라이카에서 이만큼 가성비가 뛰어난 카메라가 있을까 싶습니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라이카 카메라에 기대하는 이미지 퀄리티는 충분하게 뽑아주는 카메라입니다. 일 년간 함께 여행하며 무척 사랑하는 카메라가 됐지만 단 하나, 28mm 렌즈의 넓은 프레임에 결국 적응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여행이 반복될 수록 함께 모스크바, 프라하를 여행했던 Summicron 35mm 렌즈가 그리웠습니다. 제 시선이 35mm 렌즈에 맞춰진 탓이겠죠.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여전히 라이카 Q를 추천합니다. 28mm 프레임만 활용할 수 있다면 최고의 카메라라고 말이죠.
- LEICA M과 SUMMICRON 35mm ASPH -
저는 다시 그 불편함에 적응해야 함에도 결국 M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신제품인 M10은 예약 대기가 아직도 몇달이라기에 M240을 사용하며 눈여겨보았던 M-P로 구매했고요.
M-P 그리고 M240은 제가 사용해본 카메라 중 결과물이 저와 가장 잘 맞았던 카메라입니다. 다만 렌즈가 SUMMICRON 35mm ASPH에서 SUMMILUX 35mm ASPH로 바뀐 것이죠. 크론과 룩스는 이미지 표현에 제법 큰 차이가 있다고 하니 기대 반, 걱정 반입니다.
렌즈와 구성품은 가죽 케이스에 들어 있습니다. 구성품이라봐야 별 것 없죠.
가죽 케이스는 렌즈 크기에 꼭 맞춰 제작돼서 가방에 넣어 휴대할 때 렌즈를 안전하게 보호합니다.
렌즈 본체와 캡, 철제 후드와 고무 재질의 후드캡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렌즈 무게는 320g으로 들었을 때 제법 묵직한 느낌이 듭니다. 사실 320g이면 웬만한 미러리스 카메라 본체 무게니 '제법'이라는 단어보다는 '상당히' 묵직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습니다.
대물렌즈부에는 렌즈의 이름과 시리얼 번호 등이 각인돼 있습니다. 그 주변을 철제링이 감싸고 있는데, 이 링을 풀어 스크류 타입의 철제 후드를 결합하게 됩니다. SUMMICRON 35mm 렌즈를 사용했던 저는 SUMMILUX 35mm 렌즈의 길이가 생각보다 꽤 길다고 느껴졌습니다. SUMMILUX 50mm ASPH 렌즈와 큰 차이가 나지 않겠더군요.
렌즈 컬러는 블랙/실버가 있습니다. 실버 컬러의 M-P를 사용하는 저는 실버 렌즈를 구하고 싶었지만 실버 버전은 블랙에 비해 늦게 발매됐고, 가격 인상까지 겹쳐 샵에서 구경하기가 어렵다고 하더군요. 신품 가격은 풀프레임 DSLR 카메라와 24-70mm F2.8 렌즈 구성의 가격보다도 더 높아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 렌즈를 꼭 사용해보고 싶었기에 외관상 언밸런스하더라도 블랙 렌즈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조리개는 F1.4부터 F16으로 구성돼 있고 1/2스톱 간격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현행 렌즈들은 조리개 링과 초점링이 상당히 부드럽고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이 렌즈 역시 힘을 주는 즉시 매우 매끄럽게 움직입니다.
후드는 이전 세대 렌즈들이 플라스틱 후드를 채용한 것과 달리 사각형의 메탈 후드를 채용했습니다. 체결 방식 역시 스크류 방식으로 풀리거나 떨어져 분실될 위험을 줄였습니다. 후드는 경통과 같이 원통으로 이어지다 끝부분이 사각형으로 퍼지는 형태인데, 외관상 아름답지 못하다는 평이 많습니다. 하지만 렌즈와의 일체감은 매우 좋습니다. 플라스틱 후드에 비해 무겁지만 흠집에도 더 강해서 저는 만족합니다.
전면을 보면 확연한 사각 후드 형태입니다. 오른쪽 위에는 후드가 뷰파인더를 가리지 않도록 홈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라이카 M-P에 장착해 보았습니다. SUMMICRON 35mm 렌즈보다 길이가 확연히 더 길어 전체 부피가 생각보다 많이 늘어납니다. 무게 역시 무겁다는 실버 크론 렌즈보다도 더 무거워 한 손으로 들기 쉽지 않습니다. M-P의 경우 전세대 디지털 M 카메라와 최신 M10 바디보다 폭이 두꺼운 편인데 그래서인지 SUMMILUX 35mm 렌즈와의 균형이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아, 그리고 무엇보다 우려했던 것보다는 실버 바디와의 매칭이 나쁘지 않습니다.
물론 화려한 오렌지색 볼커나이트를 두른 제 바디에서 블랙 렌즈는 그 이질감이 확연하고, 앞으로 볼때마다 실버 렌즈를 갈구하게 될 것 같지만, 오랜만에 다시 M 시리즈로 돌아왔다는 그리고 궁금했던 35mm SUMMILUX 렌즈를 사용하게 된것으로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이제 열심히 함께 다녀볼 일만이 남았습니다. 언젠가 했던 말처럼 훗날 멋진 여행을 떠올릴 때 이 카메라가 함께 생각나도록 뜨겁게 즐겨보아야겠습니다.
앞으로 M-P와 SUMMILUX 35mm로 담은 사진들을 포스팅하겠습니다. :)
- 그리고 언젠간 꼭 실버 렌즈를 손에 넣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