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를 늘 꿈꿨지만 정작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으면, 별다른 것은 없었습니다. 지나고보니 무엇이 그리 특별했는지 몰라도, 그저 '오키나와'가 가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제법 긴 기다림 끝에 꿈꾸던 오키나와에 닿은 첫째날, 가장 먼저 간 곳은 슈리 성이었습니다. 아열대 기후의 후텁지근한, 하지만 선명하고 화창한 날씨에 성이 무척 예쁠 것 같다는 생각에, 그리고 나하 시에서 비교적 가까운 관광지라 모노레일을 타고 다녀왔죠. 오키나와 슈리 성은 오사카, 고베, 교토, 후쿠오카 등 일본 여행을 하는동안 본 건축물과 다른, 이색적인 건축물이었습니다.
일본 〒903-0815 Okinawa-ken, Naha-shi, Shurikinjocho, 1 Chome−2
영업시간 8:00 - 19:30
류큐국의 왕성으로, 오키나와 현 내 최대 규모의 성(구스쿠)이다. 전쟁 전에는 세이덴 등이 국보였지만, 1945년의 오키나와 전투과 전쟁 후의 류큐 대학 건설에 의해 완벽하게 파괴되어, 얼마 안되는 성벽이나 건물의 기초등의 일부가 남아있다. 1980년대 전말의 류큐대학의 니시하라 정으로 이전과 함께, 본격적인 복원은 1980년대 말부터 행해져, 1992년에, 세이덴 등 옛 유적을 묻어서 되돌리는 형태로 복원되었다. 2000년 12월, “구스쿠 유적 및 류큐국 유적”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지만, 등록은 “슈리성 터”(しゅりじょうあと)로, 복원된 건물이나 성벽은 세계유산이 아니다. (출처 : 위키백과)
슈리 성을 훑어보며 일본의 성과 형태와 양식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 오키나와는 비교적 최근인 1879년까지 일본의 영토가 아닌 독립왕국 '류큐'였다고 합니다. 거리 상으로도 일본 본토보다는 대만에 가까울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죠. 일본의 침략으로 강제 병합돼 오키나와 현으로 바뀌었다고 하는데, 아픈 역사 때문인지 현재는 언어와 문화 모두 일본의 영향 아래 있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일본 사람이 아니라 오키나와 사람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괴리가 있다고 합니다. 슈리 성은 류큐 왕국의 가장 큰 성으로, 무역의 요충지였던 나하 항구가 보이는 언덕 위에 위치합니다.
만만하게 생각했던 오키나와는 생각보다 무척이나 큰 섬이었습니다. 총 면적 2,281km²로 1,845km²인 제주도보다도 더 큰 섬입니다. 쿠메지마(久米島), 이에지마(伊江島) 등 주변 부속섬까지 포함하면 더 차이가 나겠죠. 규모에 비해 대중 교통 시스템이 그리 좋지 않아서 오키나와를 제대로 여행하기 위해서는 차가 꼭 필요합니다. 시내 이동 수단인 모노레일이 있지만 구간이 매우 짧아서 차가 없으면 나하 시를 벗어나는 것조차 쉽지 않거든요. 다행히 슈리 성은 모노레일을 통해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습니다. 모노레일의 종점 이름이 슈리 역입니다. 슈리 역에 내려 약 15분간 걸으면 슈리 성 입구에 도착합니다.
입구에 있는 선명한 빨간색의 성문은 아쉽게도 원형이 아닌 복원된 건축물입니다. 태평양 전쟁으로 파괴된 성을 1980년대 이르러 본격적으로 복원하고 있는 중인데, 제가 방문하던 날도 유료 관람 구역인 세이덴에 복원 작업이 진행중이었습니다. 하지만 경복궁을 떠올릴 정도로 큰 규모와 비교적 원형이 보존된 건축물을 통해 류큐 왕국의 화려함의 충분히 엿볼 수 있습니다. 오키나와의 대표적인 관광지인만큼 일본 본토와 해외에서 온 단체 관광객의 가이드 투어를 여럿 볼 수 있었습니다.
화창한 날씨 아래 슈리 성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운이 좋게도, 제가 슈리 성에 간 날은 그림에 나온 것처럼 깨끗한 하늘, 선명한 구름의 모양 덕분에 성의 위용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내부 건축물과 정전들은 상당수 파괴됐지만, 성벽은 비교적 잘 보존돼있어 성벽을 따라 내부를 관람하기 좋습니다.
지리적 이점으로 류큐왕국은 중국,일본과 동남아에 이르는 다양한 문화권이 교류하는 중심축의 역할을 했습니다. 무역을 통해 번성한 류큐 왕국의 슈리 성은 무역의 중심지였던 나하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위치합니다. 성곽을 따라 언덕 위에 오르면 탁 트인 시내 전경과 항구까지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슈리 성은 유/무료 관람지역이 나뉘어 있습니다. 성곽 내 대부분의 지역은 무료로 자유롭게 관람이 가능하지만, 슈리성 정전과 남전, 번소는 입장권을 구매해야 하는 유료 관람 구역입니다. 일본 중요 문화재와 류큐 왕국의 유적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좋지만 입장료는 성인 기준 820엔으로 만만치 않습니다.
- 내가 언제 또 여길 오겠어 -
마침 정전 보수 공사중이어서 사진에서 본 늠름한 자태를 온전히 볼 수 없었습니다만, 건축물의 규모와 아마도 대신들이 정렬하기 위해 표시됐던 바닥의 타일 방식 등에서 류큐 왕국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 광장이 정전 외부 관람의 전부이며, 남전, 번소 내부에 들어가면 류큐 왕국의 역사와 관련된 유적과 영상 자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대부분의 구간은 촬영이 불가능합니다.
호화로운 왕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내부 규모와 성 가장 높은 층에 위치한 그림같은 정원, 그리고 왕이 주로 거소했을 실내의 화려한 장식들이 인상적인 곳입니다. 관람로 마지막 구간, 가장 화려하게 꾸며진 공간에서 사진 촬영이 가능하며, 왕관 등 유적들도 전시돼 있습니다.
- 호화로워 보이는 성 내부의 정원 -
정전을 관람한 후 슈리성 공원방향으로 걷다보면 나하 시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습니다. 사방으로 탁 트인 나하 시내 전망은 화려하지 않지만,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있고 곳곳에 류큐 왕국의 이색적인 건축물이 보여 다른 도시와 다른 인상을 줬습니다. 오키나와를 다니며 제주도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제주도에 슈리성 같은 궁궐은 없지만 전망대에서 시내 전경과 그 너머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으면 절로 제주가 떠오릅니다.
류큐성의 유적인 슈리성은 어느 도시에나 있는 '관람용 코스'에 가깝습니다. 오키나와의 낭만적인 이미지를 즐기고 싶다면 성에 갈 시간에 바닷가나 수족관에 가는 것이 만족도는 더 높겠지만,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오키나와의 역사를 품고 있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한번쯤은 가볼만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