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자주 가는 연남동. 주로 밥을 먹으러 갑니다. 언제 이렇게 멋진 식당들이 잔뜩 늘어섰는지 갈 때마다 신기하기만 합니다. 한 턱 내겠다는 그를 따라 들어선 곳은 연남동 골목 안쪽에 위치한 오코와. 실내가 좁아 예약을 하지 않으면 식사하기가 힘들고, 그마저도 점심 시간엔 딱 세 팀만 예약을 받는다고 합니다. 메뉴판부터 일본 느낌 물씬 나는 이곳의 주 메뉴는 일본 가정식. 거기에 제철 재료의 '건강함'을 내세웠습니다.
실내는 복도 형식으로 좁고 길어 양보 없이는 걷기 힘들고, 테이블 수가 많지 않습니다. 홍대-연남동 인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일본풍 소품이 이 식당의 분위기를 만듭니다. 점심 시간이 시작되기 조금 전에 도착했지만 이미 빈자리가 많지 않습니다. 작고 아늑한, 소박하고 웃음 나오는 아기자기한 느낌이 이 곳의 건강식과 잘 어울립니다.
점심에는 런치 메뉴만 판매한다고 합니다. 매일 메뉴가 바뀌는 클래식 정식을 중심으로, 채소찜요리인 건강식과 국물요리인 나베 메뉴로 구성돼 있습니다. 사실 제게 이곳을 안내한 그는 일반 메뉴가 더 매력 있다면서 아쉬워했습니다만, 요즘 저는 이렇게 선택 폭이 좁은 쪽이 더 좋더군요. 게다가 클래식 메뉴는 점심 메뉴 고민 없이 매일 와도 되지 않습니까?
일본 느낌 물씬 풍기는(이라고 쓰고 음식 양이 적을 것 같은) 테이블 세팅만 바라보며 시간이 갑니다. 메뉴가 시간이 좀 걸리는 편입니다. 건.강.식 이기 때문이겠죠?
그렇게 잠시 후 테이블 가득 차려진 한 상..! 고민하기 싫어서 세 가지 런치 메뉴를 모두 주문했다는 그의 말.
어둑어둑한 실내 조명이 보기에도 얼큰한 나베 요리를 비추고, 밖에는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니 지금부터 술을 마셔야 할 것 같은 기분입니다.
이 날 클래식 메뉴는 크로켓을 올린 일본식 카레. 그동안 일본 카레집에서 먹던 것보다 야채가 큼직하고 상태가 좋았습니다. 갓 튀겨 올린 크로켓도 맛이 무척 좋았지만 정작 카레 소스는 평이한 맛이었습니다. 게다가 함께 제공되는 두 가지 밥의 양이 카레를 먹기에는 사실 너무 부족했어요. 우려대로 이곳은 양이 적은 곳이었습니다.
이 날 가장 만족스러웠던 메뉴는 '건강식'으로 나온 찜요리. 고기와 해산물, 채소, 버섯을 찜기에 쪄낸 요리인데, 잘 익혀 식감이 좋은데다 재료의 향이 모두 살아있어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나마 양도 클래식 메뉴보다는 훨씬 든든했죠. 새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제게는 고기와 버섯, 그리고 숙주가 입맛을 돋우더군요.
아재가 있는 자리에 빠질 수 없는 나베요리. 토마토를 넣은 얼큰한 해물 나베요리입니다. 국물이 빨간 것이 보기에는 매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칼칼하고 시원한 맛이고, 토마토를 넣어 감칠맛이 있습니다. 새우와 홍합, 게가 들어있어 해물 좋아하시는 분들이 좋아하실 메뉴입니다. 제게는 고기보다 못한 메뉴이고요. 껍질을 벗긴 새빨간 토마토가 꼭 참치 같아서 '이건 참치인가요?'라고 질문했다가 무척 창피했다는 후문.
런치 메뉴에는 두 가지 영양밥이 함께 나옵니다. 찜기에 담겨 나오는 모양새가 무척 좋고, 향과 맛이 모두 건강건강한 느낌인데, 양이 무척 좋습니다. 웬만한 여성분들도 아쉬움이 남을만큼 '맛보기' 정도만 주는 게 아쉽더군요. 좀 덜 건강해도 수북한 공기밥을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비오는 금요일, 네 명이 둘러앉은 식사는 그렇게 한 시간 가량 이어졌습니다. 전반적으로 음식이 깔끔하고 조리법 역시 건강한 느낌이 들어 만족스러웠습니다. 양이 적은 것 빼고는 흠 잡을 것이 없는 곳이었어요. 다음에도 그를 졸라서 한 번 더 가볼까 합니다. 그 땐 더 다양한 메뉴가 있는 저녁 식사 시간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