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날리는 봄날에
일 년에 열흘이나 될까요, 봄이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벚꽃 시즌이 반짝 하고 빛났다가 곧 사라집니다. 따가운 햇살에 파랗게 꽃잎이 나고, 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이 날리기 시작하던 날, 이제 이런 낭만에는 무뎌졌는지, 사진 몇 장을 후다닥 찍고는 점심 때가 지났다, 배가 고프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요맘때 한 번씩 가는 집이 있죠. 마침 홍대에 간 날이었거든요.
홍대에 출근할 때는 일주일에 두어 번은 왔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이제는 일 년에 한 두번 오는 집이 됐습니다. 홍대 부탄츄는 오픈 때부터 다녔던 집이라 종종 생각이 나는데요, 요즘은 양이며 맛이 그때보다 못하다는 평이 많지만 그래도 가끔 그 진한 돼지고기 육수를 먹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부탄츄는 계절마다 특선 메뉴가 있는데, 마침 4월 특선 메뉴로 마제소바를 판매하고 있더군요. 작년 가을이던가, 맛있게 먹은 기억이 나서 고민없이 주문했습니다. 4월 30일까지 판매한다고 하네요. 가격은 7000원입니다.
부탄츄의 다른 돈코츠 라멘과 달리 마제소바는 비빔면입니다. 소스에 버무려져 있는 면 위에 차슈와 파, 마늘, 달걀 노른자 등 고명을 화려하게 올린 모양새가 보기에 좋아서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 담았습니다. 국물이 없어 양이 다소 적어보이긴 하는데, 다행히(?) 마무리밥을 무료로 제공합니다. 하긴, 면 추가가 힘든 마제소바가 밥까지 없었다면 맛이 있어도 안 먹을 것 같아요.
모양이 예뻐서 이대로 한참을 바라보고 싶지만, 벽에 붙은 안내대로 사정없이 비벼야 제맛이 납니다. 젓가락과 숟가락을 함께 사용해서 비벼줍니다.
생양파와 가쓰오부시(로 추정되는) 가루, 그리고 다시마 식초는 취향에 따라 추가할 수 있게 함께 제공됩니다. 배가 고팠던 저는 저는 양파로라도 양을 늘리고자 푸짐하게..
면은 소스에 비벼져 나옵니다. 흡사 돈코츠 육수를 졸인 것 같은 색과 점도지만 짜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부탄츄의 라멘답게 먹고 나면 오후 내내 입에서 돈코츠 육수 향과 맛이 감돌 정도로 진합니다.
그래서 생양파를 많이 넣는 것을 추천합니다.
라멘의 돈코츠 육수를 농축시킨 소스 맛에 파와 양파, 부추 등이 씹히는 재미를 느끼는 것이 이 곳의 마제소바입니다. 면이 쫄깃해서 먹는 재미가 있지만 역시나 양이 적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래서, 면을 다 먹고 남은 소스에 밥을 비며 먹습니다.
마무리 밥을 주문하면 공기밥에 두 세 숟가락 정도 양의 쌀밥이 나옵니다. 이걸 남은 소스에 비벼먹으면, 비벼 먹으면..!!
이렇게 모양새는 좋지 않아도, 맛은 있습니다. 일부러 차슈까지 남겨뒀다가 한 입 가득 먹으니 면보다 이쪽이 더 맛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생채소의 상큼함과 돈코츠 라멘의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마제소바, 차슈도 라멘에 들어가는 것보다 두툼해서 씹는 맛이 있습니다. 저는 부탄츄에서 라멘보다 이 마제소바가 더 맛있는 것 같습니다.
4월이 가기 전에 한 번 더 가서 먹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