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끔 연남동 일대를 다니다 보면 매일 출퇴근 하던 시절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에 놀라게 됩니다. 늘 텅 비어있던 한적한 놀이터와 늦은 밤까지 조용하던 동네가 이제 홍대 못지 않게 유명해져 버렸으니까요.
게다가 개성있고 다양한 맛집들이 모여있는 것이 연남동의 인기에 큰 몫을 했습니다. 제가 회사를 다닐 때는 점심 먹을 식당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불만이었는데 말입니다.
연남동 일대를 꿰고 있다는 그를 따라 작은 식당에 들어섰습니다. 작지만 깔끔한 식당을 그는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의외로 연남동에 이런 식당이 없어."
이국적인 음식과 퓨전 레스토랑이 즐비한 연남동에서는 의외로 한식 잘하는 곳이 없다는 그의 말. 한식을 그리 즐기지 않는 편이라 일부러 찾아먹지 않았지만 듣고 보니 그랬던 것 같습니다. 오우(OU)라는 이 식당은 국내산 중심의 좋은 재료로 정통 한식과 재해석한 한식 메뉴를 건강하게 제공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실내 분위기 역시 깔끔하고 곳곳에 소품이 재미있어서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좋을 것 같더군요. 요즘같은 때는 의외로 한식 데이트가 더 특별한 것 같기도 해요.
제가 주문한 메뉴는 명란과 들깨로 맛을 낸 국수 요리입니다. 새싹 채소와 토마토, 브로콜리를 올린 비빔면 같은 비주얼인데, 빛깔이 무척 곱고 담음새가 좋습니다.
가격은 11,000원. 한 끼 식사로는 만만치 않은 가격입니다만, 재료가 그만큼 좋다고 하니까요.
들깨 소스의 고소함에 명란이 감칠맛을 더하고, 고기와 채소가 입에서 조화로운 맛을 내는 국수 요리. 한 젓가락 먹는 순간 입맛이 살아나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봄과 어울리는 상큼한 맛입니다.
다만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양이 조금, 아니 제 기준으로는 무척이나 적었어요. 재료의 퀄리티가 좋다곤 하지만 면 요리니만큼 면 양을 좀 늘려도 좋을 것 같은데, 입맛 돋우면서 먹어도 배가 차지 않는 것이 꼭 샐러드 같은 전채 요리를 떠오르게 했습니다. 맛은 무척 좋았습니다만, 저같은 대식가에게는 근처 단골 들깨 칼국수 집에서 국수와 수제비를 푸짐하게 먹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좋은 사람과 한 번 다시 오고 싶은 곳이었어요.
어딜 가나 양 타령하는 것을 보니 저는 미식가 되기는 글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