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터블 SSD에 맞서는 외장 하드의 차별화
포터블 SSD를 사용한 후로 외장하드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다시피 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 광활한 대용량 때문에 장기간 여행이나 대용량 데이터 백업용으로 종종 기웃거리곤 합니다. 게다가 요즘은 무선 통신 기반 기능으로 포터블 SSD와 차별화를 꾀한 제품들이 속속 발매돼 눈길을 끄는데요, 최근 제가 관심을 갖고 지켜본 제품이 바로 이것, WD의 마이 패스포트 와이어리스 프로(My Passport Wireless Pro)입니다. Wi-Fi 무선 통신으로 스마트폰과 PC에서 무선으로 데이터에 액세스할 수 있고 내장 SD 슬롯이 있어 촬영한 사진을 즉시 백업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My Passport Wireless Pro
- 2TB / 3TB 저장공간
- Wi-Fi 듀얼 밴드 지원
- 내장 SD 슬롯 (읽기 60MB/s, 쓰기 45MB/s)
- USB 3.0 연결 (800MB/s)
- 표준 USB Type-A 포트를 통한 외부 장치 연결
- 최대 10시간 지속 가능한 배터리
- 외부 기기 충전 (6400mAh)
- 126 x 126 x 24 mm
- 450 g
WD의 무선 외장하드 제품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미 이 전작인 My Passport Wireless가 있습니다. 이번 Pro 버전은 용량이 3TB까지 확장되고 Wi-Fi 듀얼밴드와 SD 3.0 슬롯으로 데이터 액세스 속도를 향상시킨 것이 특징입니다. 이와 함께 USB Type A 포트를 추가해 내장 배터리로 스마트폰을 충전하거나 USB 메모리 스틱, 추가 외장하드를 연결해 여타 미디어의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내장 배터리는 6400mAh로 10시간 연속 사용이 가능하며 크기는 정사각형으로 바뀌며 기존 제품보다 커졌습니다. 두께는 24mm로 소폭 감소했네요.
- 전작 My Passport Wireless -
전작 My Passport Wireless는 전형적인 WD 외장하드 디자인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제가 현재 백업용으로 사용중인 WD My Passport for mac 역시 이것과 같은 디자인입니다. 기존 모델의 경우 1TB 모델의 두께가 24.4mm, 2TB 모델은 29.8mm 였는데 Pro 모델의 두께는 24mm로 1TB 모델과 비슷합니다. 두께에서는 어느정도 다이어트에 성공했지만 대신 옆으로 40mm 가량 넓어졌습니다. 무게역시 450g으로 전작에 비해 무거워졌습니다. Pro 모델만의 기능과 대용량 배터리가 무게를 증가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휴대하기에 크기보다는 두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터라 My Passport Wireless Pro의 디자인에는 큰 불만이 없지만 무게가 꽤나 묵직합니다. 배터리 사용 시간이 6시간 30분에서 10시간으로 증가했는데 무게가 증가한 것만큼의 가치가 있을지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SD 슬롯을 이용한 원터치 백업
제가 생각하는 My Passport Wireless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SD 슬롯을 이용한 백업입니다. 아무래도 사진 백업용이 휴대용 스토리지를 사용하는 주 이유이다 보니 노트북 없이 SD 카드 내 데이터를 즉시 외장 하드에 저장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유선에 비해 느릴 수 밖에 없는 무선 관련 기능과 편의성보다 제게는 이 SD 슬롯의 매력이 훨씬 큽니다. 무선 기능 없이 SD 슬롯만 있는 외장하드가 저렴하게 나오면 더 좋겠다 생각할 정도로요. -이미 그런 제품이 있던가요?-
휴대성과 충격에의 안전성 때문에 여행 사진 백업용으로 포터블 SSD를 사용하고 있지만 500GB의 용량은 종종 긴 여행에서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메모리카드와 PSSD를 연결할 노트북이 꼭 필요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외장하드에 SD 슬롯이 있는 것은 결과적으로 포터블 SSD와 노트북을 합친 것보다 휴대성 면에서 더 뛰어납니다. 사진 백업용으로만 사용한다면 이쪽이 더 가벼운 선택이 될 수도 있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3TB의 넉넉한 공간은 한달쯤 여행을 해도 걱정이 없겠습니다. 물론 충분한 '충전 방안'이 있어야겠지만요.
제품 왼쪽에 SD 카드 슬롯이 있습니다. 여기 SD 카드를 넣고 상단의 SD 백업 버튼을 누르거나 스마트폰 앱에서 미디어 가져오기를 실행하면 SD 카드 내의 데이터가 외장 하드에 백업됩니다. 물론 설정을 통해 SD 카드를 삽입하면 즉시 자동 백업이 실행되게도 할 수 있습니다.
상단 인터페이스는 위와 같습니다. 내장 배터리로 구동되기 때문에 전원 버튼이 있고 유선 연결을 위한 USB 3.0 MicroB 단자와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표준 USB Type A 포트, 그리고 배터리 잔량 확인과 SD 카드 백업 기능에 사용되는 버튼입니다. 버튼이 모두 제품 상단에 몰려있어 나름 효율적입니다.
제가 사용하는 64기가 메모리 카드를 넣고 전체 백업을 해 보았는데 시간은 약 20분, 배터리는 약 10% 정도 소모 됐습니다. 아무래도 SD 카드를 읽는 동안은 보통 때보다 배터리 소모가 크더군요. 진동과 소음은 기존 사용하던 My Passport for Mac보다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줄었습니다. 새로운 케이스 덕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SD 카드 백업으로 저장된 데이터는 SD CARD IMPORT라는 폴더에 있습니다. 메모리 카드별로 다른 폴더가 생성되고 백업된 날짜로 각 데이터를 구분합니다. 이후 유,무선 연결로 해당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처음엔 '사진 백업'이라는 이름 때문에 JPG 이미지만 백업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RAW 파일 역시 이상없이 저장됐습니다. 물론 스트리밍은 JPG 파일만 지원하고요.
My Cloud APP
WD My Cloud 앱은 외장 하드 내의 데이터에 무선으로 액세스하기 위해서 필요한 어플리케이션입니다. 당연하게도 안드로이드와 iOS 버전이 제공됩니다. 물론 무료고요.
앱을 실행하면 귀찮은 회원가입, 로그인 절차가 있지만 가까이 있는 외장 하드 데이터에 접속하는 데에는 굳이 회원 가입이 필요 없습니다. 로컬 기기와 연결을 선택해 무선 연결을 진행합니다. Wi-Fi 설정에서 외장하드의 무선 신호를 선택하고 비밀번호를 입력합니다.
앱을 실행하면 현재 연결된 장치와 연결 가능한 장치 목록이 표시 됩니다. 연결된 Wireless Pro를 선택하면 파일 탐색기 방식으로 내부 데이터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사용 빈도가 높은 멀티미디어 파일은 사진/음악/영상 탭을 따로 나눠 효과적으로 표시한 것이 눈에 띕니다. 저장한 이미지는 약 2400만 화소의 JPG 이미지인데 무선 스트리밍 기반 표시라 불러오는 데 다소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앱에서 파일을 이동/복사/삭제하는 것 역시 가능합니다. 스마트폰에 있는 사진을 외장하드에 업로드하거나 반대로 외장 하드에 저장된 미디어를 스마트폰으로 내려받는 것 역시 가능하고요.
사진뿐 아니라 동영상 실시간 스트리밍도 가능합니다. 굳이 외장 하드에 저장된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옮기지 않아도 실시간으로 감상이 가능합니다. 제원상으로는 HD급 영상 스트리밍이 지원된다고 했는데, 테스트로 넣어본 Full HD MP4 영상도 끊김 없이 감상이 가능했습니다. 플레이어는 스마트폰의 영상 플레이어를 사용합니다.
모든 저장 매체를 무선 스토리지로
My Passport Wireless Pro에는 전에 없던 USB Type A 포트가 새롭게 생겼는데요, 이 표준 포트와 무선 기능을 함께 활용하면 이 외장하드의 활용도가 크게 향상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USB 메모리, 다른 외장하드를 이 포트에 연결해 무선으로 데이터에 액세스할 수 있는 확장 기능입니다. My Cloud 앱을 통해 장치에 연결하면 My Passport Wireless Pro 내부 저장공간 뿐 아니라 USB 포트와 SD 슬롯으로 연결된 저장매체의 내용 역시 무선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My Passport Wireless Pro에 연결된 모든 저장매체를 무선 스토리지로 격상 시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쓰임새로 무척 다양할 것 같고요.
스마트폰뿐 아니라 PC 연결도 무선으로 이뤄집니다. PC의 Wi-Fi 설정에서 제품을 선택하고 패스워드를 입력하면 원격 디스크로 외장하드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상없이 2TB의 저장공간이 모두 표시되고 내부 데이터 전부 액세스가 가능합니다.
EXFat 방식의 파일 시스템으로 OS X와 윈도우 모두에서 호환성 문제 없이 사용 가능합니다. 처음으로 장치를 연결하면 루트 경로에 각 운영체제에 맞는 매니저 앱 설치파일이 있습니다. 펌웨어 업데이트나 장치 정보 확인 등에 사용됩니다. 단순 데이터 관리만을 위해서라면 굳이 설치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무선 연결의 속도는 물론 유선보다 느리지만 폴더 목록과 내부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은 유선과 차이가 없습니다. 디스크 내의 모든 파일에 접근 가능하고, 복사/삭제/이동/이름변경 등 유선 환경과 동일한 기능이 지원됩니다.
물론 문제는 '속도'겠죠. 유선 연결은 최대 800MB/s 의 USB 3.0 규격이라 아무래도 대용량 데이터를 사용할 때는 유선 연결이 유리합니다.
PC에 있는 약 3.2GB의 데이터를 무선으로 외장 하드에 전송해 보았습니다. 약 4분 정도가 소요됐습니다. 1분에 1GB가 조금 넘는 속도입니다. 제가 사용하는 USB 메모리가 USB2.0으로 조금 답답하지만 쓸만한 속도인데 그것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빠른 느낌입니다.
외장하드에 있는 데이터를 PC에 저장할 때도 속도는 비슷했습니다. 이 정도면 10 GB 미만의 데이터는 케이블 없이 무선 연결로 간편하게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가방에서 꺼낼 필요도 없이 전원 버튼만 눌러주면 되니까요. 무선이 유선의 속도를 뛰어넘을 일은 없겠지만 유선의 편의성이 점점 커지면서 이제 충분히 감수할만큼 매력적인 인터페이스가 되었습니다.
크고 무겁고 충격에 약하다는 것 때문에 한동안 포터블 SSD에 밀려 고려조차 하지 않았지만 WD의 마이 패스포트 와이어리스 프로는 SD 슬롯과 무선 데이터 액세스 그리고 USB 포트를 통한 확장이라는 특별한 기능으로 다시 한 번 외장하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였습니다. 노트북 없이도 촬영한 이미지를 편리하게 백업할 수 있다는 것은 여행짐의 무게에 대해 그 동안과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2,3TB의 넉넉한 용량은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어쩌면 이 정도면 다시 한 번 외장하드를 들고 떠나도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용량과 가벼움, 무선의 편리함.
데이터 관리에 즐거운 고민이 하나 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