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이 몹시 그리울 순간을 위해
여행을 하며 종종 '이건 말도 안돼'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것은 대부분 떠나지 않았다면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한 실루엣과 색을 바라보던 순간이었고 분명 다시 그리울 것이라는 것을 그 순간에도 알고 있었습니다. 이 순간을 영원히 간직할 수 없지만 두고두고 보고 싶어 누구나 사진과 영상을 찍습니다. 그리고 몇번씩이고 다시 열어보곤 합니다. 여기서 한가지가 더해지면 빛나던 여행의 순간을 더욱 생생하게 간직할 수 있습니다. GPS 좌표를 통해 촬영한 장소를 사진에 기록해 두는 것입니다. 이미 많은 분이 이 즐거움을 알고 있습니다.
- 5년간 고생한 소니의 GPS 로거 -
벌써 6년전, 오사카 여행을 떠나기 전 2만원에 구매한 소니의 GPS 로거는 제게 수십만원어치 가치를 해줬습니다. 당시에도 구형이었던 터라 구하기 쉽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AA 건전지를 넣고 전원을 켜면 약 15초에 한번씩 해당 위치의 GPS 정보를 기록하는 방식입니다. 당시에는 위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혁신적으로 느껴졌지만 지금 다시 보니 달랑 GPS 칩 하나 넣은 제품이 쓸 데 없이 크고 무겁습니다. 매 여행마다 이 녀석을 빼놓지 않고 챙겼는데 시간이 지나며 단점이 점점 크게 다가오더군요. 꼭 가방이 필요한 부피와 AA 배터리 하나로 약 7-8시간 지속돼 하루가 채 되지 않는 성능, 그리고 무시할 수 없는 AA 배터리 유지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무엇보다 아침에 출발하면 늦은 오후쯤 전원이 꺼져있어 온전히 GPS 정보를 기록할 수 없던 것이 아쉬웠습니다.
아쉽게도 지난 프라하 여행의 위치 정보를 제대로 기록하지 못해 이제 방법을 바꿔야겠다 생각할때쯤 스마트폰의 GPS를 이용해 위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앱을 찾아보게 됐습니다.
그렇게 타이페이 공항에 도착해서 부리나케 결정해 약 만원 가량 되는 돈을 들여 구입한 어플이 Geotag Photos Pro 2입니다. 급하게 검색할 당시 목록 상위에 있었고 비교적 최근까지 꾸준히 업데이트가 되었다는 점 때문에 선택하게 됐습니다.
왼쪽은 앱 실행 후에 나타나는 메인 화면입니다. 하단 빨간 버튼으로 GPS 기록을 시작하게 됩니다. 상단에 표시되는 시각을 카메라 설정 시각과 동기화 해야 나중에 GPS 정보를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에 정확히 입력할 수 있습니다. 하단엔 사용자가 여행/출장 이름을 입력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위치 정보 기록 간격은 최소 5초에서 1시간까지, 수동과 연속으로도 설정 가능합니다. 간격이 짧을수록 스마트폰 배터리 소모가 크고 넓으면 위치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적절히 선택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여행의 시작
여행을 시작할 때 새 목록을 생성해 여행별로 위치 정보를 관리할 수 있습니다. 이름을 직접 입력한 후 녹화를 시작합니다.
그렇게 설정한 간격에 맞춰 위치 정보가 기록됩니다. 이후 앱 화면에서 이동 현황과 현재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단에는 다음 기록까지 남은 시간과 여행 이름이 표시됩니다. 위치정보 기록중에는 상단 알림 표시창으로 정상 동작을 알립니다. 저는 이 앱을 타이베이와 멜버른 여행에서 사용했고 위 사진에서 보다시피 이동 경로와 위치 정보가 기록돼 사진에 기록하는 용도 외에 여행 경로를 정리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 종종 상당히 먼 거리로 위치정보 오류가 날 때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타이베이에 있던 저를 순간 싱가폴에 다녀온 것으로 표시하거나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걷고 있던 제가 순간 멜버른 시내에 있다던가 하는 오류 말입니다. 생각보다 이 오류가 자주 일어났고 때문에 여행 경로가 깔끔하지 않았던 것은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저장된 여행 목록은 Trip History 메뉴를 통해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여행별로 등록한 위치 정보는 날짜와 녹화 시작-종료에 따라 다른 항목으로 나뉘며 이동 거리와 포인트 수, 시간 등으로 표시됩니다. 해당 목록을 누르면 지도 화면을 통해 이동 경로와 기록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니 GPS 로거를 사용했을 때는 이렇게 종합적으로 위치 정보를 관리할 수 없었는데 앱을 활용하니 무척 편리해졌습니다. 더불어 하나의 여행을 하나의 GPX 파일로 통합해주는 것도 사진에 위치 정보를 삽입할 때 매우 편리했습니다.
클라우드 동기화 기능
앱을 이용한 GPS 로깅의 장점으로 온라인 연동 기능을 들 수 있습니다. Geotag Photos Pro 2 앱 역시 기록된 위치 정보를 온라인 서비스에 저장할 수 있는데요, 대표적인 클라우드 서비스인 드롭박스 서비스를 지원해 기록된 GPX 파일을 연결된 드롭박스 계정에 동기화하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별다른 업로드 기능 실행 없이 드롭박스 계정을 연동하면 폴더를 생성한 후 위치 정보가 기록된 gpx 파일이 자동으로 업로드 됩니다. 스마트폰 내부에도 파일이 저장 되지만 혹시나 모를 데이터 손실을 방지하고 클라우스 서비스를 통해 좀 더 편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라이트룸을 이용한 GPS 위치 정보 입력
앱을 통해 기록된 위치 정보는 라이트룸을 이용해 사진에 입력할 수 있습니다. 라이트룸의 '지도' 탭에서 입력할 사진과 GPX 파일을 선택하고 메뉴를 통해 위치 정보를 입력합니다.
오른쪽 버튼을 눌러 선택한 사진에 위치 정보를 입력하게 됩니다. 라이트룸을 이용한 지오태깅의 장점을 꼽는다면 무척 빠른 속도입니다.
정보가 입력되면 이렇게 사진 위에 이동 경로와 해당 위치에서 촬영된 사진의 수가 표시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위치 정보가 삽입된 이미지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SNS 서비스 등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지난 여행의 사진을 위치별로 둘러보면 사진으로만 어렴풋이 그 장소를 떠올릴 때보다 훨씬 생생하게 추억이 되살아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1만원 가량의 앱 가격은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스마트폰의 GPS를 이용해 간편하게 여행 경로를 기록할 수 있고 그 정보를 여행 사진에 덧붙여 추억을 더욱 생생하게 남겨 준다는 점에서 가격 이상의 가치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여행에서도 저는 내내 이 어플을 사용할 것입니다. 어느새 여행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가 되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