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내가 어쩌다 삼성폰을 욕심 내게 됐지?
적지 않은 한국 '아버지 혹은 아저씨'들이 그러시듯 우리 아버지는 최신폰이 아니면 일단 디자인이 별로라고 하셨고 그 다음으로 성능이 떨어져 카카오톡이 느리지 않냐고 하셨습니다. 빌어먹을 단통법 시행 이후 그야말로 사는 게 전보다 몇배는 더 어렵고 고민스러워진 요즘은 차라리 그냥 제일 최신 그리고 제일 비싼걸로 해 드리는게 뒷탈이 없을거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 그러라고 만든 법이라고요? -
저만 해도 어느새 공기기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고, 3-6개월이던 교체 주기가 1년이 넘고 있습니다. 이런 게 자원절약이라면 뭐 그렇다고 하겠지만 GEEK에게는 즐거움 하나가 줄어든 셈이죠.
갤럭시 S4를 3년 가까이 쓰신 아버지, 2년 약정도 끝나고 6개월의 추가 요금할인 기간도 끝나 그야말로 '자유 of the 자유'인 번호가 오늘 드디어 새 통신사로 이동하게 됐습니다. 제가 정말정말 싫어하는 KT를 탈출(?)해 가족이 모두 같은 통신사를 쓰게 됐다는 것도 의미있는 일입니다.
고민 끝에 -사실 가격 말고는 고민거리가 없었습니다만- 삼성의 최신폰 갤럭시 S7으로 구매 했습니다. 번호이동 처리와 기기 수령을 하느라 제가 잠시 먼저 손에 쥐고 있게 된 갤럭시 S7, 그래서 번호 설정과 보호필름 부착을 핑계로 먼저 뜯어 보았습니다.
저처럼 당연히(?) 블랙이실 줄 알았던 컬러를 아버지는 어떻게 아셨는지 '실버가 낫지 않냐'고 하셨습니다. 아버지의 자동차 색상이며 평소 취향을 떠올리니 여쭤보길 잘했다 싶습니다. 아버지들은 왜 '진주색'을 그리 좋아하실까요?
갤럭시 노트5가 판매량이 시들할 때 실버 모델을 발매하며 한 번 반등을 했는데 이번에는 실버 티타늄 모델이 초기 출시 컬러가 됐습니다. 물론 컬러는 미묘하게 다르다고 하네요.
용량은 32GB 모델인데 제가 노트5 용량을 선택할 때 32GB와 64GB 사이에서 몹시 고민하던 것과 달리 S7은 그럴 고민이 없어졌습니다. microSD 카드를 지원하니까요.
너무 부럽습니다.
태블릿의 스마트 커버를 연상 시키는 마그네틱 덮개의 케이스는 그동안 특정 회사의 것을 베꼈다는 인식에서 벗어났다는 것으로 일단 합격점을 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일단 그냥 종이상자보다 고급스럽잖아요. 덮개를 열면 필름으로 보호받는 본체가 나타납니다.
노트5를 쓰고 있는 제게는 왠지 아담한 느낌입니다. 더불어 지금 사용 중이신 S4와 별 차이 없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아, 작다고 싼 게 아닌데 말예요. 저도 어느새 대화면 폰을 좋아하게 됐나 봅니다.
덮개를 열어 구성품을 봅니다. 충전기와 케이블, 이어폰이 있고, 마치 제가 슬쩍 끼워 넣은 듯한 가운데의 작은 플라스틱은 무려 OTG 젠더입니다.
USB 포트를 통해 USB 메모리나 외장 하드 등의 스토리지를 연결할 수 있고 키보드, 마우스같은 입력 장비도 지원합니다.
충전기는 퀵차지를 지원하는 최신 모델이라 배터리 일체형의 단점을 어느정도 상쇄해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자, 다음은 본체-
저녁시간 방 안 조명 때문에 골드처럼 보이니 색에 대한 설명은 미루고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 해 보자면, 상단의 'SAMSUNG' 로고가 사라진 것만으로도 전체 디자인이 세련된 인상을 주지만 실상 모서리 곡률이나 버튼 형태, 스피커와 센서 위치 등이 조금씩 변했을 뿐 S3/S4와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듭니다. 이것은 아마 S3 이후 해당 시리즈를 제가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설마 그대로일라고- 이 디자인을 선호하시는 분들께는 '패밀리 룩'으로 '믿고 쓰는 갤럭시'가 될 수 있겠습니다만, 역시나 삼성 스마트폰 디자인은 제 취향은 아닌 것 같습니다.
반면에 후면 디자인은 제 맘에 쏙 듭니다. 노트 5와 비슷한 곡면 유리 소재로 카메라와 플래시, 심박 센서 배치 역시 동일합니다. 카메라 돌출도 비슷한 것은 아쉽습니다만 그만큼 성능이 향상됐다니 기대해 보리고 하고,
저 곡면 유리가 휴대폰을 쥘 때 상당히 기분 좋은 느낌을 주는데다 플라스틱과 다른 고급스러움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메탈 소재보다도 좋아합니다. 아이폰 5,6 시리즈보다 아이폰 4 시리즈 디자인을 좋아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지문에 의해 미관상 보기 좋지 않을 때가 많고 떨어뜨렸을 때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단점도 있죠. 개인적으로 노트 5의 뒷면을 무척 좋아하는만큼 S7에 이 디자인이 적용된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티타늄 실버 컬러는 매우 맑고 청량한 느낌으로 유리 소재의 반짝이는 느낌과 무척 잘 어울립니다. 사진 속 모델은 S7 엣지이지만 컬러는 동일합니다. 실버 컬러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저도 실제로 보고 '괜찮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정작 제 폰을 산다면 주저없이 블랙을 선택할 것입니다. 아, S6 엣지에서 출시된 그린 색상이면 한 번 써보고 싶습니다. 노트 5에서 실버 티타늄 모델이 화제가 됐던 만큼 S7 시리즈의 실버도 골드, 블랙, 화이트 모델 사이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어 보입니다.
옆에서 조용히 충전 중이던 갤럭시 노트5가 의문의 1패를 당하러 나왔습니다. 화면 크기의 차이 때문에 두 기종의 크기 차이 역시 상당한 편입니다. 다만 이렇게 보니 S7의 상단 베젤이 더욱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네요. 상/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인 것 같은데 제 눈에는 그냥 로고만 지운 것처럼 보입니다. 저 베젤을 줄여 높이를 줄였다면 상/하 베젤이 달라 어색해 보였을까요? 저는 그보다 크기가 작아진 것을 더 좋게 평가했을 것 같습니다. 하단을 보면 알 수 있듯 두 제품의 상/하 베젤은 비슷한 수준입니다. 하단의 경우 홈 버튼을 통해 지문 인식을 이용하게 되므로 그 폭이나 홈버튼 크기를 줄이는 것은 좋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후면 디자인은 제가 삼성 스마트폰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컬러는 블루 블랙 느낌의 노트 5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어서인지 실버 티타늄 모델이 크게 욕심나지 않았습니다. 노트 시리즈 사용자로서 전반적인 S7을 평가하자면 6개월여의 출시 간격을 고려해 그 이상의 성능 향상이 있었지만 역시 화면 크기와 S펜의 활용성을 선호하는 사용자에게는 '쩝, 좋네' 정도의 느낌입니다. 혹은 '야, 노트6 진짜 잘 뽑겠다' 라던지요.
하지만 S6와 노트5가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바로 이 MicroSD 슬롯입니다. 외장 메모리 지원이 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히는 지난 시리즈를 보완해 이번에는 유심 슬롯에 외장 메모리카드를 함께 삽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쯤되면 작년에 왜 안했냐는 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어쨌든 그렇게 갤럭시 S7 시동 부릉부릉 -
- 이러니까 아저씨들이 좋아하지 -
개인적으로 잠금화면과 배경화면 정말 형편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품 디자인까지 해치는 칙칙한 색과 2000년대 윈도우 배경화면 같은 느낌.
화면이 작으니 아이콘이 무척 커보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별다를 것 없는 삼성 터치위즈 화면이고 위젯과 아이콘 디자인 역시 여전히 재미 없습니다. 저야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런쳐 설치라지만 아버지는 그냥 이대로 쭉 쓰시겠죠.
삼성의 드롭박스/에버노트 프로모션을 무척 유용하게 활용해서 이 마이크로소프트 앱들이 그리 반갑지 않습니다. 앱 서랍 화면을 한페이지로 압축해 놓은 것이 반갑더군요. 폴더로 잘 정리해 놓았습니다. 예전 폰들은 이게 서너 페이지 돼서 부모님이 한참 찾으셔야 했죠. 최근 출시된 스마트폰은 기본 설치된 통신사 앱도 지울 수 있으니 시럽, 옥수수 같은 서비스는 아버지 손에 가기 전에 제가 미리 지워둡니다.
안드로이드 6.0 마시멜로 기반으로 출시된 S7의 주요 인터페이스는 제가 사용하고 있는 노트5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멀티 태스킹 화면과 알림바 역시 다소 재미없는 삼성폰 특유의 그것을 충실하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제 스마트폰이 아니니 사용 후기를 남기기는 어렵고, 가장 궁금했던 카메라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방에서 사진을 몇 장 찍어보았습니다.
1200만 화소로 노트 5의 1600만보다 화소는 적지만 더 뛰어난 화질의 카메라가 탑재 되었죠.
-촬영 화면-
-100% 확대-
아, 이건 나란히 놓고 비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노트 5보다 확실히 좋아졌습니다. 노트 5 카메라가 '아주아주 좋은 스마트폰 카메라'인 반면 S7의 카메라는 100% 확대 디테일이 수년전 콤팩트 카메라 같은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 밝지 않은 조명임에도 노이즈 없이 깔끔하게 찍을 수 있는 것도 인상적이더군요. 이슈가 된 광각 렌즈의 요상한 왜곡은 짧은 시간이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아마 등산을 좋아하시는 아버지께서 '이거 사진이 왜 이러냐'고 하시면 왜곡이 있다고 후기 덧붙이겠습니다. 다른 건 다 욕심이 나지 않는 S7이지만 외장 메모리 슬롯과 카메라는 매우 매력적입니다.
- 아마 몇년 전부터 매년 하는 말이지만 '이 정도면 카메라 필요 없겠는데?' 소리가 또 나오겠죠?-
아, 또 한가지. AMOLED의 특성을 활용해 시간과 주요 알림을 계속 표시하는 올웨이즈 온 디스플레이(AOD) 역시 노트5 사용자로서 부러운 기능 중 하나입니다. 이 기능을 S7 시리즈의 핵심 기능으로 정의해 이전 기종에 제공하지 않는다는 소식이 아쉽습니다.
여기까지가 '아, 그리 부럽지 않아' 하면서 몇가지가 사무치게 부러운 갤럭시 S7의 간단 개봉기였습니다. 갤럭시 노트 5 사용자가 느낀 S7의 매력은 외장 메모리 지원, 향상된 카메라, 올웨이즈 온 디스플레이 이렇게 세개가 되겠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아버지의 등산 사진을 소개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역시 최신폰으로 해드리길 잘한 것 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