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는 비싸'
막연한 생각 때문에 학창 시절부터 현재까지 나이키 슈즈는 거의 신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것이 아마 제 인생 두번째 나이키 슈즈 같습니다. 세번의 여행을 연속으로 앞둔 2월 초, 그 중 혼자 떠난 타이베이 여행과 많은 사람들과 함께 떠나는 멜버른 여행은 '멋 부릴' 생각 없이 그저 편한 운동화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찾던 중 나이키 슈즈 치고는 비교적 저렴한 이 녀석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나이키 대표적 빈티지 스니커즈인 페가수스 83, 인터내셔널리스트 등 비슷한 디자인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격이 저렴한 축에 속합니다. 물론 저는 마침 가격 인하된 베이지 모델을 온라인 쿠폰까지 적용해 4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했죠. -알파벳마트 긋잡-
스우시(Swoosh)라고 하던가요? 나이키의 상징인 저 로고. 수십년 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남녀노소 모두를 가슴 설레게 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학창 시절에 이 쾌감(?)을 겪어보지 못한 저는 이제서야 고교생처럼 기뻐하고 있죠. 빈티지 스니커즈에 어울리는 베이지색은 조금 짙은 편이고 나일론과 스웨이드가 섞여 빈티지한 멋이 있습니다.
가만, 모델명이 페가수스 83인 것을 보니 이 녀석이 아마도 저랑 동갑...?
요즘 유행하는 '테크니컬'한 러닝화와 다른 전통적인 디자인, 쉽게 말해 옛날 디자인이지만 이런 신발이 어느 옷에나 코디하기 좋죠. 모양과 형태가 재킷과 슬랙스 차림의 세미 캐주얼에도 매치하기 좋아 보입니다. 그야말로 전천후 신발입니다. 물론 이 신발의 가장 큰 단점으로 '착화감이 후지다'는 이야기가 많아 과연 여행용으로 적합한지에 대한 의문이 있습니다만. 게다가 스웨이드 부분이 금방 때가 타고 더러워지면 모양새가 좋지 않을테니 말예요.
그래도 디자인 자체는 썩 맘에 들었습니다. 게다가 가격을 생각하면 더더욱. 늘 그렇듯 상자를 열어보자 마자 맨발을 구겨넣어 보았는데요, 기존에 수페르가 등 캔버스화를 주로 신어서인지 이 정도면 괜찮다 싶은 착화감이었습니다.
그렇게 이 신발과 타이베이를, 멜버른을 훑고 다녔습니다.
비가 많이 올 것이라는 예보에 새 신을 신을지 말지 한참을 고민했고 결국 김포공항에서 이렇게 첫 사진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어디에 문질렀는지 금방 더러워져 버렸네요. 그리고 단 하루만에 몇 달은 애용한듯한 빈티지한 모습으로 변신하는 이 신발의 매력 아닌 매력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제가 주로 신던 캔버스화보다는 쿠셔닝도 착화감도 괜찮은 편이라 일주일간의 타이베이 여행을 이 신발 하나로 하는데 무리가 없었습니다. 제 발이 평균보다 조금 높은 편이라 신발을 오래 신으면 통증이 있는 편인데 특별히 그런 일도 없었습니다. 참 사이즈는 조금 작게 나오는지 보통 265-270을 신던 제가 이 신발 270을 신으니 에누리 없이 '꼭' 맞더군요.
그렇게 일주일동안 타이베이 곳곳을 밤낮으로 누비고 비가오면 비 오는대로, 모래와 진흙을 가리지 않고 다녔습니다. 색상의 장점인지 흰 신발을 신었다면 흉하게 티가 났을텐데 베이지 색 슈즈는 때가 타고 그럭저럭 봐줄만 했습니다. 위 사진은 타이베이 여행 마지막날 찍은 것인데 일주일중 사나흘을 비를 맞고 다녔음에도 스웨이드 부분을 제외하면 그런대로 괜찮아 보입니다.
곧바로 이어진 멜버른 여행에선 이 스니커즈의 넓은 활용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셔츠부터 티셔츠, 청바지부터 치노 팬츠까지 다양한 옷에 두루 어울려 다른 신발을 챙길 필요가 없었던 것이 좋았습니다. 물론 두번의 여행동안 내내 이 신발을 신었던지라 그간 제가 신었던 것들보다 무척 빠르게 노화했지만 그래도 빡빡한 여행 일정을 큰 피로와 사고 없이 무사히 보내게 해 줬습니다.
- 최고는 아니라도 그럭저럭 중간은 간다는 것이 장점 -
그래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코디 가리지 않고 편하게 신을 수 있는 신발로 추천하려 이 포스팅을 작성하게 됐습니다. 사실 나이키는 아직 제게 너무 먼 존재라 이 외 특별히 할 이야기는 없어요.
멜버른 여행 마지막 날 찍은 사진. 이렇게 두 번의 여행을 다녀오니 일년쯤 신은 신발처럼 낡아 버렸습니다. 돌아온 후 한달간 이 신발을 다시 신지 않고 있지만 저렴한 가격에 구매한 이 스니커즈가 두 번의 여행에 작게나마 분명히 한 몫을 한 것은 분명합니다. 다시 세번째 나이키 신발을 신는 행운이 다시 올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때까지 가끔 이 낡은 신발을 신으며 그 두번의 여행을 떠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제게는 무척 의미있는 '발'이 되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