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척 하면서 어느새 저도 '스마트폰 중독'인가 봅니다. 해외 여행을 나가게 되면 카메라부터 챙기는 건 변함이 없지만 그 다음 순서가 '현지 인터넷 플랜'을 선택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SNS 이용도 그렇지만 주로 혼자 다니는 제 자유 여행에서 구글맵과 웹 검색의 의존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스마트폰 사용하기 전엔 어떻게 여행을 했나 싶어요. 그 땐 두꺼운 가이드북 들고 연신 도로 한복판에서 지도를 펼쳐들고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며 동서남북 방향을 찾곤 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 호주 멜버른 여행은 혼자 떠나는 여행이 아닌데다 일정 역시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했지만 역시 데이터 사용 계획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방법이야 요즘엔 해외 데이터 로밍에 현지 심카드 구매 등 선택권이 넓지만 데이터 로밍은 이미 몇 번의 이용을 통해 느린 속도와 불안정한 연결을 경험했던 터, 이번 여행에는 또 다른 방법을 찾아보기로 합니다. 무선 Wi-Fi 라우터로 여러명이 한번에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포켓 와이파이'입니다.
검색해보니 생각보다 많은 업체들이 영업중이었고 가격과 서비스 등에서 대부분 같지만 차별성이 있어 고민의 여지가 충분히 있었습니다. 대륙/국가별로 요금이 다른데 호주의 경우 하루 7천원에서 8천원대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출국 전날 급하게 포켓 와이파이를 신청하게 된 저는 길지 않은 고민 후에 '와이드 모바일'이라는 곳에서 신청을 하게 됐습니다. 가격은 타 업체보다 몇백원 비쌌지만 인천공항 1층에 전용 수령/반납 부스를 운영하기 때문에 왠지 조금 더 안정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비교 대상이었던 몇몇 업체의 경우 공항 내 서성이는(?) 직원과 연락해 접선을 하거나 편의점을 통해 수령/반납을 관리하는 곳이 있더라고요. 몇백원 비싸지만 이곳이 조금 더 믿음이 갔습니다.
당연히 웹페이지를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주문/결제 후 제품 배정이 되기 때문에 3-4일 전에는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하더군요. 다행히 저는 출국 24시간 전에 예약 신청을 하고도 제품을 배정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데이터 로밍이나 현지 유심 구매 사용은 실제 사용하는 기간 혹은 금액만큼 사용을 하는 시스템인데 반해 포켓 와이파이 대여는 실제 대품을 수령하는 출국일부터 반납하는 귀국일을 기준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이번 여행처럼 비행 시간이 긴 4박 7일 일정에는 하늘에서 버리는(?)돈이 만만치 않게 발생합니다. 전체 여행 일정과 실제 사용 시간을 고려해 선택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대여할 포켓 와이파이를 선택하고 여행 일자와 목적지, 그리고 수령/반납할 공항을 차례대로 선택합니다. 부족한 배터리를 보충하기 위한 보조 배터리를 하루 500원에 함께 대여할 수 있는 것은 좋은 선택권인 것 같습니다. 물론 많은 여행객이 스마트폰 사용을 위해서라도 보조배터리를 챙기시니 따로 대여할 필요는 없겠습니다만.
입력한 여행 일자와 지역에 맞게 책정된 금액을 결제하면 예약이 완료됩니다. 호주의 경우 하루 8100원, 10% 부가세까지 포함해 총 62000원 가량을 지불했습니다. 4박 7일 일정을 고려하면 데이터 무제한 로밍을 이용하는 것보다 오히려 가격은 더 높지만 함께 떠나는 일행이 나눠 부담하면 그만큼 더 저렴해질 것입니다. 제가 대여한 포켓 와이파이 제품이 최대 10명까지 동시에 사용 가능하다고 하니 10명이 나눠서 부담하면 무척 저렴하죠.
- 예약이 완료되면 확인 메시지가 발송됩니다 -
출국 당일, 포켓 와이파이 수령을 위해 인천공항 1층에 위치한 와이드 모바일 부스에 방문했습니다. 7번 출구쪽에 있어 찾기 어렵지 않습니다.
예약자 명과 간단한 개인 정보를 입력하면 제품을 수령하게 됩니다. 결제는 예약당시 미리 해 놓았기 때문에 바로 제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무사히 인천공항에서 포켓 와이파이를 수령해 4박 7일간 멜번 여행에서 사용했습니다. 카드 크기만한 포켓 와이파이 단말기는 예전 와이브로 에그를 사용할 때와 비슷한 사용 환경이며 가운데 버튼을 길게 눌러 전원을 조작합니다. 전면의 LED 표시를 통해 배터리와 신호 세기를 표시합니다. 현지에서 단말기 전원을 켜 Wi-Fi가 정상적으로 활성화 되면 스마트폰의 Wi-Fi 설정에서 라우터 이름을 선택해 직접 연결합니다. 패스워드는 제품 뒷면에 적혀 있습니다.
구성품은 단말기와 충전기, 충전 케이블로 충전 규격이 스마트폰과 동일한 microUSB라 활용하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4박 7일간 데이터 로밍을 끄고 포켓 와이파이로만 데이터를 이용했습니다. 제가 여행한 멜번은 LTE 망이 아직 널리 보급되지 않아 3G 통신 기반 서비스가 제공됩니다. 따라서 한국의 LTE 데이터에 익숙한 분들은 다소 답답함을 느끼실 수 있겠습니다. 물론 간단한 웹서핑과 SNS에는 부족함 없는 성능이지만 사진과 영상을 전송할 때는 조금 굼뜨더군요. 그래도 덕분에 날씨 확인, 구글맵, 여행지 검색 등 여행에 꼭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하나의 포켓 와이파이 신호로 함께 떠난 일행이 무선 통신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좋았습니다. 스마트폰의 핫스팟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배터리 소모가 워낙 커서 잘 사용하지 않게 되더군요. 함께 사용한 일행 모두 여행 사진을 SNS로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라 유용하게 활용했습니다.
다만 이 포켓 와이파이가 데이터 로밍이나 현지 유심 구입 등의 다른 방법보다 좋다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 3G 기반의 통신 속도 자체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단말기 배터리 성능이 생각보다 떨어져 4-5시간 정도면 방전이 되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때문에 아침에 숙소에서 나와 밤 늦게까지 계속되는 하루 투어를 위해서 점심을 먹은 후에는 늘 보조 배터리를 통해 단말기를 충전해야 했습니다. 최대 10명의 일행이 함께 무선 신호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포켓 와이파이의 가장 큰 장점이지만 이 역시 거리 제한이 존재하는지라 정말로 모두가 '바짝' 붙어있지 않고 이곳 저곳 각자의 여행을 즐긴다면 곧 무선 통신의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도 각자 원하는 여행 스팟에 맞춰 잠시 떨어질 일이 왕왕 있었고 자유 여행을 하는 날에는 서로 다른 취향에 맞춰 다른 곳을 여행하다 보니 함께 사용하는 장점을 살리지 못했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4박 7일의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인천 공항에 도착하게 됐습니다. 반가운 귀국에 맞춰 휴대폰 전원을 켜니
단말기 반납을 위한 와이드 모바일의 카카오톡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고된 비행 때문에 자칫 반납을 잊고 집으로 갈 뻔했는데 알림 메시지가 와서 다행이었달까요. 출국일에 방문했던 1층 와이드 모바일 부스에 들러 단말기를 반납했습니다. 수령과 반납 과정은 체계적으로 잘 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 다음부터는 가급적 현지 심카드를 구매하는 것으로 -
일행이 함께 포켓 와이파이 사용 금액을 부담했던 이번 여행에서는 이런저런 아쉬움과 불편에도 유용하게 데이터를 사용했지만 역시 배터리 관리의 불편이 무척 컸습니다. 포켓 와이파이의 경우 가까운 친구들이 일행이 되어 대부분의 일정을 함께할 때, 인원이 5명 이상인 대단위의 경우 유리하겠지만 그 외의 경우에는 현지 심카드를 구매하는 편이 가격과 속도 더불어 배터리 관리 면에서도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언젠가 또 사람들과 함께 떠날 기회가 생긴다면 한번 더 포켓 와이파이 대여를 고려할지 모르겠지만 역시나 가장 좋은 방법은 현지 통신사 심카드를 사용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얻게 됐습니다. 우선은 최소 10시간 가량은 지속되는 배터리의 단말기가 필요하겠습니다.
[감각적인 도시 멜버른, 첫 여행기 전체보기]
#1 호주 멜버른 여행의 첫번째 준비물 소개, 올림푸스 OM-D E-M10 Mark II
#2 떠나기 전 밤에 적는 이야기, 멜버른 여행 D-Day
#3 감각적인 도시 멜버른, 여행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4.1 떠날 준비 첫번째, 멘도자 STAR-LITE 23" 캐리어 가방
#4.2 떠나기 직전, 롯데면세점 선불카드로 구매한 선물
#4.3 멜버른 여행을 위해 준비해 본 포켓 와이파이 (와이드 모바일)
#5 올림푸스 E-M10 Mark II로 담은 멜버른, 그 시선의 평가
#6 첫날,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기까지 (호주 여행 간단 정보)
#7 첫 멜버른 여행의 추억을 담은 3분 30초 동영상
#8 멜버른 여행의 시작과 끝, 페더레이션 광장 (Federation Sqaure)
#9 멜버른의 커피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디그레이브 스트리트(Degraves Street)
#10 멜버른의 대표적인 축제, 푸드 앤 와인 페스티벌 (Food & Wine Festival)
#11 먹고만 오기에도 짧은 멜버른 여행 (먹거리 소개)
#12 누군가에겐 인생의 버킷 리스트, 호주 그레이트 오션 워크
#12.2 그레이트 오션로드 그리고 로치아드 협곡 (Loch Ard Gorge)
#13 그레이트 오션로드 12사도상 (12 Apostles), 하늘 위에서 본 호주의 대자연
#14 올림푸스 터프 카메라 TG-870으로 담은 호주 패들보드 체험
#15 지구 남반구 최고의 전망대, 멜버른 유레카 스카이덱 88 (Eureka Skydeck 88)
#16 '미사거리'로 유명한 멜버른 예술거리 호시어 레인(Hosier Lane)
#18 금빛 시대로의 시간 여행, 소버린 힐 (Sovereign Hi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