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과연 크리스마스 센세이션!
홍콩 오션 파크의 만화경 아이스 쇼
이제 막 축포를 터뜨린 홍콩 오션 파크의 크리스마스 축제. 그 시작을 알리는 이벤트가 제가 오션 파크를 처음 방문한 날 열렸습니다. 오션 파크 전역과 홍콩 부촌의 해안선이 내려다보이는 더 베이뷰(the Bayview) 레스토랑에서의 멋진 식사를 촉박한 행사 시작시간 때문에 느긋하게 즐기지 못해 못내 아쉬웠지만 -그래도 등갈비 한 접시를 다 먹었습니다- 화려한 아이스 쇼를 보며 남기고 온 식사의 아쉬움을 잊었습니다.
오후 두시, 2015년 홍콩 오션파크 겨울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크리스마스 센세이션 이벤트가 워터프론트 플라자(Waterfront Plaza)에 위치한 대형 공연장 어플로즈 파빌리온(Applause Pavilion)에서 열렸습니다. 홍콩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만화경'을 테마로 Kaleidoscopic Christmas로 이름 붙여진 이번 축제는 어릴적 만화경 속에서 보았던 환상적인 색채와 형태를 현실에서 보여줄 축제로 기대합니다. 겨울 축제에 맞게 무대 전체는 빙판으로 되어 잠시 후 펼쳐질 스케이팅 쇼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바깥의 포근한 날씨와 대비되는 조금은 쌀쌀한 기운이 겨울 느낌을 물씬 풍기며 축제에 대한 기대감을 더합니다.
아시아 최대 테마파크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축제인 만큼 홍콩의 여러 매체뿐 아니라 아시아권 국가의 다양한 미디어에서 취재를 나오셨습니다. 저는 운 좋게도 우측 앞쪽 자리에 앉아 생각보다 쾌적하게 이벤트와 아이스 쇼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사진을 찍느라 눈보다 뷰파인더로 더 많은 시간을 보았지만요.
누구나의 동심 속에 있는 '만화경'을 테마로 한 축제인만큼 행사장 뒷편 메인 스크린에는 만화경 속 거울을 연상시키는 배경이 연속해서 표시되어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마치 만화경 속으로 들여다보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워터프론트 플라자의 만화경 오두막집에서 보았던 산타 할아버지와 요정이 무대에 나서 축제의 흥을 돋웠고 사회자와 오션 파크 회장의 자화자찬 그리고 홍콩식(?) 썰렁한 개그들이 무대 빙판을 더욱 단단하게 했습니다.
이런 대규모 축제에는 역시 시선을 모아줄 '셀럽'이 필요했던지 홍콩의 유명 배우라는 여성 두 분이 아장아장 스케이트를 타고 나오셨습니다. 곧 멋진 -그분들 기준에선- 포즈로 포토 타임을 가졌는데요 제 취향인지는 몰라도 역시 미모는 한국 배우들이. 그리고 이 분들 어렸을 때 피겨 스케이트를 했다고 인터뷰를 하셨는데 아무래도 거짓말 같습니다. 입장하고 퇴장할 때 도우미 스케이터의 손을 잡고 아슬아슬 걷는 모습이 영락없는 유소년반이었거든요. '피겨 스케이팅 복장이 예뻐서'라는 멘트가 어쩐지 다분이 행사용 멘트 같았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회장-셀럽으로 이어지는 평범한 행사 도입부가 지나고 이벤트의 메인인 만화경 아이스 쇼가 시작됐습니다.
만화경 아이스 쇼 (Kaleidoscope Ice Show)
아이스 쇼의 시작을 알리며 사회자가 퇴장하자 무대가 암전이 되며 동그란 하이라이트 하나가 남습니다. 그리고 등장한 스케이터들의 화려한 몸짓과 배경 스크린의 현란한 색채가 이 쇼의 제목인 '만화경 아이스 쇼'와 꼭 들어맞습니다. 공연장 전체가 커다란 만화경이 된 듯 이 곳에 모인 모든 이의 시선이 한 점으로 모였고 배우들은 일만가지 움직임으로 화답했습니다.
이 아이스 쇼는 올림픽 스케이트 선수인 빌리 비에탁(Willy Bietak)과 국제대회 수상 경력을 보유한 안무가 사라 카와하라(Sarah Kawahara)가 함께 기획했으며 참가한 배우들이 이십여명에 달하는 총 30여분간의 대규모 공연입니다. 이 날 이벤트 이후 연말까지 매일 이 홀에서 아이스 쇼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연시에 홍콩 여행 예정이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새해 행사가 끝난 1월 4일부터 2월 5일까지는 주말에만 열린다고 하네요.
로맨틱하고 또 우아한 공연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이벤트의 한 순서라고 해서 두세곡 하고 끝나겠지 한 공연이 좀처럼 끝나지 않고 계속됩니다. 콘셉트도 무척 다양해서 우아하거나 로맨틱하고, 활동적이며 박진감이 넘칩니다. 공통점이 있다면 '만화경'이라는 주제에 맞게 무대 연출이나 배우들의 의상, 움직임들 모두 다른 아이스 쇼보다 화려했다는 것입니다. 제법 큰 무대를 모서리까지 빈 곳 없이 거닐며 달리고 뛰어 오르는 움직임이 저는 난생 처음 보는 풍경이라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특히나 반짝이는 예닐곱 배우들이 반짝이는 옷을 입고 나와 그 못지 않게 번쩍이는 천을 흔들었던 이 공연은 만화경이라는 테마에 가장 잘 부합하는 것이라 기억에 남습니다.
'초등학교 때 한번쯤 만들어 보지 않아?' 라는 질문에 저는 쉽게 대답을 못했습니다. 그만큼 제게는 이미 잊혀진 동심의 한 조각이었는데요, 홍콩 사람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이 만화경을 참 좋아 한다고 합니다. 특유의 환상적인 색채와 움직임을 좋아하는 것인데요, 한국에서 만화경을 보려면 초등학교 앞 문방구나 가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비춰보면 이곳 사람들 생각보다 순수한 것 같습니다.
오션 파크 크리스마스 이벤트 테마가 '만화경'인 만큼 아이스 쇼 외에도 곳곳에서 이 만화경을 접할 수 있습니다. 커다란 반사경을 천장에 둬 바닥에 누우면 마치 하늘을 날고 지붕에 거꾸로 매달린 듯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 '착시현상의 집'이 워터프론트 플라자에 마련돼있어 재미있는 인증샷을 찍을 수 있고 키즈파크인 위스커스 하버(Whiskers Harbour)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만화경을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 행사도 진행됩니다. 물론 저는 어른이지만 '이번이 아니면'이라는 생각으로 만화경을 만들어 보았고, 생각보다 요즘 아이들이 똑똑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멋진 음악들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배우들의 의상도 끊임없이 바뀌며 그야말로 제대로 된 볼거리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간간히 익숙한 K-POP 음악도 들려서 지루하지 않고 더욱 집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처음엔 이렇게 보통의 아이스 쇼처럼 간단한 춤사위(?)로 시작됐지만 이내 축제의 흥이 더해지며,
하늘을 날고,
하늘과 땅에서 빙글빙글 돌기도 하다
마침내는 통 안에 들어가 무대 전체를 빙글빙글 도는 묘기도 선보입니다. 처음엔 박자 맞춰 짝.짝.짝.짝 박수를 치던 사람들이 이 때부터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서커스에서나 보던 묘기를 얼음판 위에서 보여주신 누님(?)
나중에는 아예 여성 배우분을 얼음 위에서 들고 돌리시더군요. "저러다.. 저러다.."하며 조마조마 했지만 보기엔 정말 멋있었습니다.
물론 사진으로도 현장의 박진감과 환상적인 색채가 보이지만 역시 이런 공연은 동영상으로 봐야 제 맛입니다.
그래서 홍콩 오션 파크 만화경 아이스 쇼의 공연 현장 영상을 간단히 편집해 보았습니다.
- 홍콩 오션파크 2015 크리스마스 센세이션 이벤트 - 만화경 아이스 쇼 영상 -
공연에 몰입했던 긴장이 풀리며 웃음이 지어지는 이 마지막 세리머니 시간이 개인적으로 정말 좋습니다. 연기했던 배우들이 번갈아 혹은 다같이 나오며 소개와 함께 개인기를 뽐내던 시간. 이 때부터는 한마음으로 짝/짝/짝/짝.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축포가 터지며 화려한 만화경 아이스 쇼가 마무리됩니다. 30분 정도의 꽤 긴 공연이었는데도 곧바로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시간이 있었다면 다음날 한 번 더 보았을텐데 말입니다. 특히 무대 정 중앙의 저 익살스런 포즈의 배우분이 얼음 위에서 비보잉까지 하시며 가장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취재온 미디어를 위한 포토 타임이 이어지고,
오션 파크 회장 및 관계자들의 인터뷰로 취재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이렇게 2015년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시즌으로 이어질 홍콩 오션 파크의 크리스마스 센세이션 축제가 정식으로 시작됐습니다. 당장 공연장 밖으로 뛰어나가면 환상적인 세상이 펼쳐질 것 같습니다. 물론 나가보니 아까 들어오기 전보다 날씨가 더 흐려져 있어 아쉬웠지만요.
아이처럼 박수치며 환호했던 공연
사실 연극이던 뮤지컬이던 공연문화에는 큰 관심이 없는 편입니다. 차라리 스크린 속에서 어마어마한 스케일을 경험할 수 있는 영화를 더 좋아하죠. 그래서인지 아이스 쇼는 난생 처음 보는데 단순히 무대가 '얼음'으로 바뀌고 신발에 스케이트 날이 추가된 것 만으로 일반적인 댄스 공연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얼음 위에서 비보잉이며 공중 부양, 서커스같은 묘기에 K-POP에 맞춰 단체 군무까지 보여준 이 날 공연은 크리스마스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데 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무척 잘 짜여진 몰입도 높은 만화경 아이스 쇼, 혹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더 보고 싶습니다. 물론 직접 홍콩 오션 파크의 어플로즈 파빌리온(Applause Pavilion)에 앉아서요.
[2015 겨울, 홍콩 여행] 전체 보기
떠나기 전날의 이야기, 미리 크리스마스 @홍콩 & @오션파크 (Ocean Park)
#2 동심을 깨운 오션 파크의 축제 - 홍콩 오션 파크의 크리스마스
#3 이것이 크리스마스 센세이션! 홍콩 오션 파크의 만화경 아이스 쇼
#4 오션 파크 그랜드 아쿠아리움을 배경으로 한 환상적인 디너 @넵튠스 레스토랑
#5 현대식 인테리어의 세련된 호텔 L'Hotel Island South
#6 홍콩에서 만난 바닷 속 세상, 오션파크의 그랜드 아쿠아리움
#7 홍콩 오션파크를 즐기는 비결 1/2, 워터 프론트(The Waterfront)
#9 홍콩 오션파크를 즐기는 비결 2/2, 즐길거리 가득한 서밋(The Summit)
#10 그림같은 뷰의 베이뷰(The Bayview) 레스토랑
#12 홍콩 오션파크 관람을 더욱 즐겁게 하는 특별한 체험들
#14 홍콩 타임스퀘어 Pak Loh Chiu Chow 레스토랑에서의 디너
#15 홍콩여행 첫날밤, 비 오던 코즈웨이 베이 거리 풍경
#17 마지막 밤. 소호 그리고 란 콰이 펑, 그날의 분위기
위 포스팅은 홍콩 오션파크(http://kr.oceanpark.com.hk)의 도움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