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에서 나는 산타가 숨겨둔 선물을 찾는 소년이 되었다
여행 둘째날, 컨디션이 무척 좋았습니다. 그치지 않을 것 같던 비가 언제 그랬냐는 듯 그쳤고 날씨가 봄처럼 포근해 졌거든요. 깔끔하고 깨끗한 호텔에서 비행의 악몽을 떨쳐낼 수 있었고 조식 역시 만족이었습니다. 매 여행마다 그렇듯 일찍 일어나 아침을 먹고나니 시간이 남아 호텔 주변을 한 바퀴 산책 했는데 땀이 날 정도의 아침 산책이 컨디션을 더 좋게 해준 것 같습니다. 어쨌든 본격적인 홍콩 크리스마스 여행이 시작됐고, 오늘 하루를 보낼 홍콩 오션 파크 (홍콩 해양공원 : 香港海洋公園)에 닿았습니다.
홍콩 오션 파크 (Ocean Park Hong Kong, 香港海洋公園)
홍콩해양공원(香港海洋公園, Ocean Park)은 홍콩 애버딘의 동쪽 딥워터베이에 면하는 구릉지대에 조성된 종합 레저랜드로 동양 제일의 규모를 자랑한다. 북쪽 산 위에 위치한 헤드랜드 공원에는 돌고래, 물개의 쇼를 구경할 수 있는 해양극장과 산호초 속을 열대어가 헤엄치는 해양관, 바다표범, 돌고래 등의 자연 그대로 이 상태를 보여주는 웨이브코프 등이 있고, 해안을 향해 펼쳐진 로랜드 공원에는 워터 월드라는 이름의 수상낙원이 있다. 또 로프웨이, 제트 코스터, 에스컬레이터 등 스릴이 넘치는 탈 것이 설치되어 있으며, 산 위에서의 조망도 뛰어나다. - 출처 : 위키백과
http://kr.oceanpark.com.hk/kr/home
동양 최대 규모의 테마파크인 홍콩 오션 파크는 이름 때문에 한국의 오션월드 같은 물놀이 테마파크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수영장은 물론 동물원과 놀이동산, 체험관, 전망대 등의 시설을 모두 갖춘 대규모 공간입니다. The Waterfront와 The Summit 두 지역으로 나뉘어 산과 바다 모두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함은 '인간이 즐길 수 있는 모든 것이 있다'는 평가가 아깝지 않습니다. 실제 체험한 오션 파크는 이틀의 시간에도 결국 전체 시설을 다 볼 수 없을 정도로 컸습니다.
이번 여행의 주무대인 홍콩 오션 파크, 고등학교 졸업 이후 처음 찾는 테마 파크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이 곳이라 행운입니다. 이 곳에서 이 날부터 시작될 크리스마스 세리머니를 맘껏 즐기는 것이 제 첫 홍콩 여행의 목표였습니다. 대규모 시설에 맞게 입구 역시 매우 크며 입구 앞 익살스런 전시물, 분수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는 인파로 아침부터 붐볐습니다. 세계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이 곳도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많았습니다. 물론 저와 같은 외국 관광객도 종종 눈에 띄었고요.
- The Waterfront의 대형 분수 -
- The Summit의 놀이동산 Thrill Mountain -
홍콩 오션파크는 크게 두 지역으로 나뉘는데, 입구쪽의 The Waterfrontt 그리고 산 꼭대기에 위치한 The Summit입니다. Waterfront에는 수영장과 아쿠아리움, 동물원, 어린이 테마파크 등 주로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아이를 중심으로 한 활동을 제공합니다. The Summit은 즐길거리가 한층 강조된 지역으로 롤러 코스터 헤어레이저(Hair raiser) 등 놀이 기구가 있는 Thrill mountain, 열대 우림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Rain forest, 펭귄과 바다표점 등 극지방 동물들을 볼 수 있는 Polar adventure가 있습니다.
- 두 지역을 연결하는 케이블 카 -
제법 먼 거리가 있는 두 지역 사이는 40년 전통의(?) 케이블카로 짜릿하게 이동하거나 초고속 열차 오션 익스프레스(Ocean Express)로 빠르게 오갈 수 있습니다. 물론 두 구간 사이를 이동하는 데 별도의 비용은 들지 않습니다. 두 이동수단 모두 이용해 보았는데 케이블카는 삐걱대고 흔들거리며 가끔 덜컹하고 내려앉는 스릴이 있더군요. 발 아래로 보이는 해안 풍경이 기가 막히지만 발 아래는 떨어지면 무척 아플 것 같은 돌길의 연속입니다. 그래도 이 스릴을 저만 느끼긴 아쉬워 추천하고 싶습니다.
- 홍콩 오션 파크 티켓 -
이것이 오션파크의 입장권입니다. 입장권 가격은 성인 345 홍콩 달러로 한화로 환산하면 5만원이 조금 넘는 가격입니다. 홍콩 오션월드는 국내 테마파크처럼 입장권/제한 이용권/자유 이용권이 따로 있지 않고 단일 티켓으로 판매하며 입장 후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자유 이용 시스템입니다. 11세 이하의 아이들의 경우 절반 가격인 173 홍콩 달러에 티켓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처음 방문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비싸게 느껴질 수 있는 가격이지만 항공사 및 여행사와의 프로모션을 이용하면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국내 테마파크 입장권을 가져가도 할인은 받을 수 있다고 하네요. 더불어 한국 통신사 할인도 된다니 재미있죠?
홍콩 오션 파크의 크리스마스 축제 풍경
제가 방문한 날이 12월 10일, 크리스마스가 보름 남은 날이었는데요. 그래서인지 이미 오션 파크 이곳 저곳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겼습니다. The Waterfront 중심가인 워터프론트 플라자(Waterfront Plaza)에 세워진 20m의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는 봄날씨 같은 홍콩의 12월 하늘과 어색한 듯 썩 어울리고 그 주변으로 축제를 알리는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대형 트리 옆에서 잠시 머물고 계신 산타 클로스 할아버지. 잔뜩 기른 흰 수염과 두툼한 털모자가 홍콩 겨울 날씨엔 무리였는지 얼굴이 붉게 달아 오르셨지만 특유의 웃음과 넉살로 오션 파크를 찾은 이들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어디에서 왔냐'며 '한국'이라 답하자 이내 '불고기와 김치를 좋아한다' 그리고 '곧 한국에 갈거야'라고 친근하게 다가온 산타 클로스. 아마 제가 27년쯤 어렸으면 할아버지 앞에서 방방 뛰고 저 상자 중 어느 것을 가져갈까 고민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날씨에 저 분 저대로 괜찮을까 걱정하는 삼십대의 아저씨가 되어 버렸습니다.
트리와 산타 클로스를 만날 수 있는 The Waterfront 중심가는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질수록 더욱 화려한 모습으로, 많은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을 것입니다. 트리 앞에서 그리고 할아버지와 함께 사진을 찍으며 남녀노소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겠죠. 저는 한 발 앞서 특별한 시간을 보냈고 희미하나마 제 안의 동심이 깨어난 시간이었습니다. 왜냐면, 아무 것도 없는 거 알면서도 저 상자 속에 무엇이 있을까 잠시 호기심이 생겼거든요.
그 외에도 다양한 장소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풍길 수 있는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만화경 만들기, 페이스 프린팅, 대형 반사경을 이용해 익살스러운 인증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 스폿까지. 아직도 이 날씨가 과연 크리스마스에 어울릴까 의문이 들긴 했지만 축제 분위기는 겨울나라 못지 않습니다.
- 크리스마스 이벤트로 열리는 만화경 아이스 쇼 -
이 날 오션 파크의 메인 이벤트는 크리스마스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크리스마스 센세이션 이벤트'였습니다. 오션파크 회장과 홍콩 유명 셀럽, 스케이팅 메달리스트 등이 참여하는 아이스 쇼 이벤트가 하이라이트였는데요 간단한 맛보기 정도 보여주겠지 했던 스케이트 공연이 30분이 넘게 계속됐고 하늘을 날고 얼음 위에서 비보잉을 하고, 불붙은 훌라후프를 돌리는 무희들의 환상적인 공연에 저도 모르게 푹 빠졌습니다. 만화경을 테마로 제가 본 어떤 스케이트 쇼보다 화려했던 이 날의 '만화경 아이스 쇼' 이벤트는 다음 포스팅에서 조금 더 자세하게 보여드리겠습니다.
오션 파크를 찾은 관람객과 함께하는 크고 작은 체험 역시 쭉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션 파크의 마스코트들을 발견하면 달려가 이렇게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고,
곳곳에서 벌어지는 거리 공연을 감상하기도 합니다. 문득 지난 크리스마스의 러시아 축제가 얼마나 추웠는지 떠올라 이 포근한 겨울 축제가 더 가볍게 느껴졌습니다. 대규모 오션파크 곳곳에서 이런 이벤트를 마주할 수 있고 이렇게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 매력입니다.
- 다함께 치-즈! -
- 넵튠스 레스토랑 -
- 턱시도스 레스토랑 -
오션파크 내 레스토랑에도 크리스마스를 맞아 특별한 분위기로 옷을 바꿔 입었습니다. 그랜드 아쿠아리움을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넵튠스 레스토랑의 테이블엔 빛나는 보석으로 된 크리스마스 장식이 놓여 있어 로맨틱한 축제 분위기를 자아내고, 펭귄 수족관을 배경으로 한 턱시도스 레스토랑의 테이블엔 깜찍한 펭귄 장식이 아이들을 환호하게 합니다. 오션 파크의 레스토랑들은 이렇게 오션파크에서 할 수 있는 경험들을 식사 때도 공백없이 이어준다는 점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 크리스마스 한정판 상품 -
즐거움의 마무리인 오션 파크 내 기념품 상점에도 크리스마스 축제 분위기가 한창입니다. 겨울옷을 입은 펭귄 인형과 크고작은 크리스마스 장식품등을 판매하고 있고, 기념품으로 인기가 많은 기와병가의 쿠키 세트는 이렇게 크리스마스 한정판 케이스에 담겨 판매됩니다. 선물용으로 제격인 저 쿠키를 보자마자 짝꿍과 가족들 생각이 나서 염치 불구하고 선반에 있는 것을 냉큼 집어 안았습니다. '상술'에 지기 싫어 기념품은 거의 구매하지 않는 편인데 이런 기념품은 의미도 있고 주는 마음도 받는 마음도 좋을 것 같아 기분좋게 환전한 돈을 털었던 기억입니다.
해가 지면 오히려 이 축제는 더 화려해집니다. 20m 대형 트리는 조명이 들어오니 까만 밤 하늘 위에서 더욱 그 존재감이 빛을 발하는군요. 알록달록 저마다 강한 색을 가진 오션 파크의 각종 건물과 정원, 조각품들이 잠시 잠을 자는 시간동안 이 트리 홀로 축제의 흥을 돋울 것으로 기대합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 트리 앞에서 데이트를 하면 정말 좋을 것 같네요. 물론 같은 생각을 하는 수많은 연인들 때문에 제대로 대화나 사진 찍는 것조차 쉽지 않겠지만요.
그랜드 아쿠아리움의 넵튠스 레스토랑에서 멋진 저녁 식사를 마치고 모두가 돌아간 오션 파크 안을 잠시 걷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화려한 조명과 분수 등이 낮에 보았던 모습과 완전히 다르고 색다른 매력을 갖고있어 종종 뒤를 돌아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 오션 파크가 크리스마스 시즌동안 야간개장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무척 안타까울 정도였으니까요. 크리스마스 시즌 오션파크의 영업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라고 합니다. 여섯시부터는 해가 뉘엿뉘엿 지며 이 멋진 야경을 맛볼 수 있겠지만 역시 진짜 밤의 축제를 즐기기엔 영 아쉽습니다. 20도의 포근한 날씨, 이 넓은 환상의 공원 그리고 20m의 초대형 트리라면 밤새 이 오션 파크에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션 파크에서 보낸 하루는 '테마 파크'에 익숙하지 않은 제 예상과는 달리 지루할 틈 없이 시각, 청각, 촉각 등의 만족을 빈틈없이 선사하며 빠르고 즐겁게 흘렀습니다. 특히나 크리스마스를 맞아 새 옷을 입은 트리 장식과 제 동심 속 그 모습 그대로 나타난 산타 클로스, 돌아가 선물할 기대로 벌써부터 설레는 크리스마스 한정판 쿠키까지, 축제같은 하루를 보내기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물론 아직 많이 남은 밤이 아쉬워 이 날 저녁 홍콩 시내로 달려가긴 했지만 오션파크에서 보낸 하루 그 자체로도 충분했던 기억입니다.
더 늦기 전, 오랜만에 어린 아이가 되어 대형 테마 파크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되어 무척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2015 겨울, 홍콩 여행] 전체 보기
떠나기 전날의 이야기, 미리 크리스마스 @홍콩 & @오션파크 (Ocean Park)
#2 동심을 깨운 오션 파크의 축제 - 홍콩 오션 파크의 크리스마스
#3 이것이 크리스마스 센세이션! 홍콩 오션 파크의 만화경 아이스 쇼
#4 오션 파크 그랜드 아쿠아리움을 배경으로 한 환상적인 디너 @넵튠스 레스토랑
#5 현대식 인테리어의 세련된 호텔 L'Hotel Island South
#6 홍콩에서 만난 바닷 속 세상, 오션파크의 그랜드 아쿠아리움
#7 홍콩 오션파크를 즐기는 비결 1/2, 워터 프론트(The Waterfront)
#9 홍콩 오션파크를 즐기는 비결 2/2, 즐길거리 가득한 서밋(The Summit)
#10 그림같은 뷰의 베이뷰(The Bayview) 레스토랑
#12 홍콩 오션파크 관람을 더욱 즐겁게 하는 특별한 체험들
#14 홍콩 타임스퀘어 Pak Loh Chiu Chow 레스토랑에서의 디너
#15 홍콩여행 첫날밤, 비 오던 코즈웨이 베이 거리 풍경
#17 마지막 밤. 소호 그리고 란 콰이 펑, 그날의 분위기
위 포스팅은 홍콩 오션파크(http://kr.oceanpark.com.hk)의 도움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