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전투식사를 해서인지 배는 고픈데 입맛은 또 없는 그런 날이 있잖아요,
그럴 때 양은 많지 않지만 입맛 돋우는 -요약하면 비싼 거- 그런 음식이 좋습니다.
어제 저녁에 다녀온 홍대 앞 소년 식당의 메뉴같은 것들요.
홍대는 종종 가는 편인데 이 식당은 처음 보았습니다. 생긴지 오래되진 않은 것 같아요.
한적한 서교동 골목길 반지하에 위치한 곳이고 테이블도 많지 않아 분위기가 여유롭고 소박합니다.
이런 게 제가 좋아하는 '홍대 스타일'인데 말입니다.
역시나 소박하게 걸려있는 사진과 설명
- '오빠 진지하다' -
대표 메뉴라는 연어 덮밥과 간장 새우밥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진지하게 설명 드립니다'
가게 내부 인테리어가 전반적으로 예전 '국민학교' 시절을 생각나게 합니다. 물주전자며 저 스테인리스 물컵, 목재 걸상까지.
게다가 이 메뉴판은 정말-
갑자기 예전 독후감 쓰던 숨막히는 압박감이 몰려옵니다.
비커를 비이커로 늘이고 주인공 이름을 문장마다 쓰며 원고지 장수를 늘려가던 그 시절 저의 독후감.
메뉴는 이렇습니다. 녹차에 밥을 말아먹는 오차즈케는 서울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메뉴라 인상적이더라고요.
제가 주문한 연어 덮밥의 가격은 만원, 아무래도 가격이 조금 있죠?
눈치를 보아하니 오늘은 제가 계산을 안 해도 될 것 같아 힘차게 외쳐봅니다.
연어 덮밥, 저도 연어 덮밥 달라고.
소담스럽게 담겨 나오는 것이 일본 가정식 느낌입니다. 간단한 반찬에 후식이지만 이렇게 담으니 분위기가 있네요.
물론 주인공은 이 연어
가격이 있어서 그런지 연어 상태가 좋아 보입니다. 젓가락으로 눌러보니 살도 탱글탱글 하고...
맘 같아서는 두 점씩 집어 입한 가득 채우고 싶지만,
진지한 그의 설명에 따라 무순과 와사비를 연어에 올려 먹고 밥을 이어 넣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러니 말입니다,
아-
그게 글쎄
.
.
.
고추냉이 무지 매워요
ㅠㅠ
그래도 연어 상태가 좋아서 만족스러운 식사였습니다.
물론, 양은 적습니다. -애초에 한국에서 연어로 배를 채운다는 것이..-
여성분들에겐 아주 좋은 양이 되겠네요. 저는 전날 뷔페를 먹지 않았다면 무척 아쉬웠을 양입니다.
물론 이 날의 계산은 제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척 좋은 기억으로 남은 식사 였습니다.
소박한 분위기에서 품질 좋은 연어 덮밥을 드시려거든 이쪽 소년 식당도 한 번 도전해볼만 하겠습니다.
- 돈 주고 사 먹고 쓴 후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