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마다 수천 장의 사진을 찍고, 늘 작업을 위해 대용량 이미지 수천 장을 휴대하는 제게 이 포터블 SSD와의 만남은 2015년 최고의 발견이었습니다. 무려 512GB 대용량을 셔츠 주머니에 넣을 수 있고 더 이상 외장 하드의 불안한 구동음을 들으며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삼성 T1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해줬고 하반기에 만난 소니의 포터블 SSD SL-BG2는 '세상에, 외장 스토리지가 이렇게 멋져도 되는가'라며 흥분하게 만들었습니다. 현재는 두 제품을 용량과 용도에 맞춰 각자 사용하고 있지만 선뜻 두 제품 중 하나를 고르기는 무척 힘이 듭니다. 둘 다 매우 만족스럽기도 하고, 어느 한 쪽 손 들어주기 힘들 정도로 색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혹시 올해가 가기 전에 저처럼 이 '기적의 스토리지'를 만날 준비를 하고 계신 분들을 위해 이 두 제품을 간단하게나마 비교해 보려 합니다. 전문적인 지식 보다는 제가 사용하는 일반적인 용도에서 느낀 점들을 토대로 '만약 신이 둘 중에 하나를 빼앗아 간다고 한다면?'이라는 전제로 우열을 가려 보려고요. 물론 그럴 리가 없어 다행입니다.
사양
- 왼쪽 : 소니 SL-BG2 | 오른쪽 : 삼성 T1 -
SL-BG2 vs T1 사양 비교
[용량] 최대 256 GB | 최대 1TB
[인터페이스] USB 3.0 | USB 3.0
[속도] 최대 5Gbps / 450Mbps | 5Gbps / 480Mbps (USB 3.0/2.0기준)
[크기] 71.0 x 9.2 x 53.2mm | 78.2 x 37 x 9.4 mm
[무게] 35 g | 26 g
삼성 T1의 장점은 최대 1TB의 대용량 지원, 가벼운 무게이며 소니 SL-BG2의 장점은 작은 크기에서 오는 휴대성의 우위, 고급 메탈 소재입니다.
그 차이가 사용자 취향과 용도에 따라 크게 느껴질 수도, 무시할 수준이기도 하지만 개성이 뚜렷하니 선택하기도 쉽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전송 속도는 읽기 속도 기준 삼성 T1이 미세하게 앞서지만 기존 외장 하드 디스크와 비교하면 모두 무시무시하게 빠른 속도입니다. 소형화와 고급스러운 스타일을 중시한다면 소니, 대용량과 경량화 설계가 매력적이라면 삼성 제품을 고르시면 좋은 선택이 되겠습니다.
스타일 / 휴대성
- 삼성 T1은 좀 모던한 느낌의 디자인 -
- 소니 SL-BG2는 그보단 캐주얼한 느낌입니다. -
앞서 살펴 보았듯 두 제품은 크기와 무게에서 하나씩 스코어를 얻어 1:1의 팽팽한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흔히 휴대성을 크기와 무게를 종합하여 평가하는 것을 감안하면 두 제품의 휴대성은 수치로는 우열을 따질 수 없다고 하겠습니다. 디자인 역시 개인적인 선호도를 많이 타는 영역인데, 삼성 제품의 경우엔 플라스틱 소재의 한계를 독특한 패턴과 투톤 디자인으로 보완 했지만 소니 SL-BG2의 헤어라인 처리된 메탈 소재가 주는 고급스러움에는 아무래도 미치지 못합니다. 이 점은 플라스틱과 금속의 특성에 따라 사용하면서 내구성에서 더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소중한 데이터를 보관하는 스토리지 제품인만큼 속도 못지 않게 안전성이 중요한데 이 점에선 아무래도 소재를 따지지 않을 수 없거든요. 비록 그것이 큰 차이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말이죠. 삼성 T1의 이점인 약 9g의 가벼움보다 작은 크기와 신뢰도 높은 메탈 소재에 조금 더 점수를 주겠습니다.
저장 공간
하지만 외장 스토리지 본연의 목적인 '저장'에 초점을 둔다면 양상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소니 SL-BG2가 최대 256GB로 크기만큼 저장 공간도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삼성 T1은 조금 더 큰 크기에 용량은 무려 4배 많은 최대 1TB를 지원합니다. 우리가 256GB와 1TB에 저장할 수 있는 것을 각각 떠올려 보면 용량이 갖는 이점이 어쩌면 '조금 더 예쁘거나' 혹은 '조금 더 단단한' 장점을 쉽게 뛰어넘을 수도 있겠습니다. 저장공간에선 삼성 T1의 확실한 우위입니다. 최대 지원 용량을 고려하면 두 제품의 지향점이 다르다는 생각조차 들거든요. 삼성은 기존 대용량 외장 하드 제품군을 대체할 차세대 스토리지로, 소니는 최근 대용량으로 변화하는 멀티미디어 파일과 문서 파일을 저장할 수 있는 USB 메모리 카드의 고급/대용량화 제품으로 말입니다.
속도 비교
- 왼쪽 : 소니 SL-BG2 | 오른쪽 : 삼성 T1 -
뭔가 기대를 갖고 윈도우의 속도 측정 프로그램인 CrystalDiskMark를 실행해 두 제품을 비교해 보았지만 결과는 보시다시피 '그게 그거'입니다. 일부 결과가 미세하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있지만 실사용에 차이를 느끼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적어도 '속도'는 두 제품 사이에서 구매를 고려 중일 때 감안 요소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가격
인터넷 최저가에 익숙한 우리지만 동시에 일주일에도 몇번씩 최저가가 변하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 공식 스토어 판매가 기준으로 비교해 보았습니다. 256GB 동일 용량 기준 소니 SL-BG2의 가격은 279000원, 삼성 T1은 200000원입니다. 생각보다 큰 차이입니다. 어쩌면 앞서 열심히 비교한 크기와 무게, 디자인이며 속도같은 요소들이 무색할 정도로 가격 면에서는 삼성 제품이 매력적 입니다.
총평 - 스타일 vs 용량, 여행 전의 즐거운 고민
만약 여행을 갈 때면 넉넉한 용량의 삼성 T1을 선택할 것이고, 평소 포트폴리오나 작업 파일들을 휴대할 때는 소니 SL-BG2를 선택하겠습니다. 맞습니다, 결국 저는 결론을 내는 데 실패했습니다. 두 제품은 비교했을 때 확실한 개성과 장단점을 갖고 있어 사용자에 따라 혹은 용도에 맞춰 그 평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 용도에서 높이 평가하는 것은 최대 1TB의 저장 공간을 지원하는 삼성 T1의 대용량, 조금 아쉬운 용량을 상쇄하는 소니 제품 특유의 세련미였습니다. 소니 제품이 1TB까지 지원한다면 아니 512GB 모델이라도 나왔다면 아마 손쉽게 한쪽 손을 들어줬을 것 같네요. 아니, 만약 그렇다면 가격이 또 발목을 잡게 될까요?
결국 어느 한 쪽을 확실하게 추천하는 데에는 실패 했지만 그래도 비교를 통해 저도 이 두 제품의 특징과 개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둘 중 어느 제품을 사용하더라도 기존 외장 하드 디스크 제품과는 차원이 다른 속도와 휴대성, 안전성을 모두 경험하실 거라는 건 확실합니다. 제가 확실히 느끼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