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만든 카메라 라이카 M (LEICA M Typ240) 전체 보기 ]
단 하나의 렌즈, 라이카 M 마운트 렌즈
사실 라이카 M 시리즈의 주인공은 지금도 계속 개발/개선되는 수십종의 M 마운트 렌즈들입니다. 이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최초이자 가장 완벽한 M이라는 필름 카메라 M3 외에는 M 마운트 렌즈보다 결코 앞서 소개될 수 없다는 이야기가 결코 거짓으로 들리지 않는 것처럼요. 디지털 시대에 와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M 렌즈를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라이카 M 카메라를 구매한다는 이야기를 이 카메라를 일년쯤 사용하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 렌즈만큼 바디가 있으면 참 좋을 텐데요 -
아시다시피 라이카 M은 렌즈 교환식 카메라입니다. 그리고 이미 발매된 M 렌즈는 물론 스크류 마운트인 동사의 L 마운트 렌즈까지 사용할 수 있는 넓은 범용성이 최대 장점이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렌즈 교환식 카메라는 단 하나의 렌즈를 사용할 때 최고의 성능을 발휘합니다. 렌즈를 교환할 수 있는 이 카메라의 ‘형태’는 그 ‘단 하나’의 렌즈를 발견하기 위한 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 역시 이 카메라를 사용하면서 28mm, 50mm, 90mm 등 다양한 초점거리의 렌즈들 그리고 저보다 나이가 많은 수십년 나이의 렌즈부터 온갖 최신 기술이 적용된 현행 렌즈들을 다수 사용하는 ‘과정’을 겪었고 현재는 35mm 렌즈 하나만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느새 이 카메라가 ‘렌즈를 교환할 수 있는 카메라’라는 사실조차 잊었지만 그것이 딱히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저와 평생 함께 할 렌즈를 만나게 해 줬으니까요.
- 라이카 R 마운트와 어댑터를 통해 연결한 모습. 이쯤되면 RF 카메라의 기동성은 남의 이야기가 됩니다 -
단 하나의 렌즈 Summicron 35mm F2 ASPH.
- 초점거리 35.3 mm
- 최대 조리개 F2.0
- 최소 조리개 F16
- 렌즈 구성 5군 7매
- 최단 촬영거리 70 cm
- 필터 사이즈 39mm
- 53 x 34.5 mm
- 340g(실버) / 255g(블랙)
- Summicron-M 35mm F2 ASPH 렌즈의 MTF 차트 -
사실 이 카메라의 리뷰는 곧 이 LEICA Summicron 35mm F2 ASPH. 렌즈와도 같습니다. 마치 렌즈 일체형 카메라처럼 일년간 한 번도 떨어지지 않은 이 렌즈로 모든 장면을 기록 했으니까요. F2.0의 Summicron 35mm 렌즈만 해도 5종, F1.4의 Summilux나 F2.8의 Summaron, F2.5의 Summarit 등의 35mm 렌즈를 포함하면 수십 종의 렌즈가 있습니다. 그 중 제가 사용하는 Summicron 35mm ASPH. 렌즈의 장점은 Summilux보다 작고 가벼워 휴대하기가 쉽다는 물리적인 장점 외에도 뛰어난 콘트라스트 그리고 F2.0부터 매우 샤프한 해상력 등입니다.
- 이루 다 셀 수 없는 '에디션'들이 현재도 생산되는 렌즈이기도 합니다 -
가장 큰 이유는 역시 35mm 초점거리입니다. 사람의 눈에 보이는 것과 비슷해서 ‘표준’이라 이름 붙여진 35 - 50mm 내외의 렌즈는 왜곡 없이 정직한 시선을 제공하며 때문에 보는 사람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재미’가 덜하기도 하지만- 주제 몰입도와 심도 등의 이유로 35mm, 50mm의 선호도가 뚜렷하게 나뉘지만 어느 한 쪽에 쉽게 손을 들어주기는 힘듭니다. 둘 다 쓰면 좋고, 그 중 하나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면 가장 좋습니다. 저는 35mm Summicron과 50mm Summilux를 사용했는데 거리 스냅 사진과 여행지의 풍경을 담는 데 50mm가 좁은 느낌이 들었고, 뉴트럴한 컬러의 ‘도시적인’ Summilux의 톤보다 35mm Summicron 렌즈의 강한 콘트라스트가 주제를 표현하는 데 적합해 결국 이 렌즈를 선택했습니다.
이 35mm 렌즈는 그야말로 ‘스탠다드’입니다. 그런대로 담고 아쉬운대로도 담습니다. 모스크바 성 바실리 대성당이 프레임 안에 다 들어오지 않아 수십 발짝 뒤로 물러났고 프라하 천문 시계탑의 익살스러운 해골 장식물을 담기엔 너무 멀고 넓어서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 렌즈 하나로 모스크바의 빛나는 크리스마스 풍경이나 프라하의 그림같은 일출, 남산 인파 속의 따뜻한 노부부의 뒷모습까지 모든 장면을 촬영했습니다. 그리고 돌아와서 이미지를 확인할때 언제나 기대 그리고 제 능력 이상의 만족감을 안겨 줬습니다.
저를 감동시킨 이 작지만 매력적인-그리고 무척 무거운- 35mm Summicron ASPH 렌즈에 대해서 상세히 소개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네요.
이 카메라 못지않게 할 이야기가 많은 렌즈입니다.
수동 초점이 불편하지 않을 리 없습니다.
- 아니, 저 그게.. 어떻게 하는 거냐면.. -
- 음...? -
처음엔 얼마나 당황 했는지 모릅니다. 셔터만 반쯤 누르면 알아서 초점이며 노출을 자동으로 담아주니 그저 사각 틀만 만들면 됐던 ‘쉬운 사진’이 이 카메라를 만나면서 처음 DSLR 카메라를 샀을 때보다 더 어려워졌거든요. 게다가 초점을 맞추려면 뷰파인더 안 두 개의 장면이 만날 때까지 렌즈 초점링을 이리저리 돌려야 하는 ‘이중 합치’ 방식은 한동안 헛웃음을 짓게 했습니다.
- 이중 합치 방식에 적응하는 데 2년쯤 걸린 것 같습니다, 사실 아직도 편치는 않아요 -
< 출처 : http://www.meechu.co.kr/B&W/equipment/camera_body_small.php >
- 원치 않는 곳에 초점이 맞기도 하고 -
- 어쨌든 아직 어렵습니다 -
호기심에 제 카메라로 셔터 한 두번 눌러보려는 지인에게 설명하기도 어려운 이 괴상한 초점 방식을 삼사년 사용해보니 나름 요령이 생기기도 했고 심지어는 수동 초점이 더 편한 상황도 몇몇 마주했습니다. 특히 조리개를 F8 이상 조이고 피사체와의 거리를 계산해 렌즈의 거리계로 초점을 대강(?) 맞추는 과초점 촬영이 그나마 건진 편의성 중 하나입니다. 야간이나 어두운 실내에서 AF 카메라가 초점을 잘 잡지 못할때 직접 눈으로 초점을 한 번 설정하면 그 후부턴 노출만 맞춰 셔터를 원없이 눌러도 된다는 것은 밤의 도시 모스크바에서 느낀 장점입니다.
- 조리개를 잔뜩 조이고 무한대로 펑펑 눌러댈 때는 정말 편합니다 -
- 야간에는 느린 AF보다 MF가 낫고요 -
사실 이 수동 초점이 가장 편할 때는 F11 이상의 높은 조리개, 무한대 초점거리로 거리 스냅이나 풍경 사진을 초점 걱정 없이 ‘마구 눌러댈' 때입니다. 이런 용도르는 확실히 초점 걱정 없는 수동 초점이 좋습니다. RF 카메라 특유의 기동성과 맞물려 여행에서의 거리 스냅 사진을 촬영하니 제 성향에는 DSLR 카메라보다 만족스러워 현재까지 불편함을 꾹 참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 나를 만든 카메라 라이카 M (LEICA M Typ240) 전체 보기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