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년이 지나 새로운 M이 출시되었습니다. 3년마다 메이저 업데이트가 이뤄지는 라이카 전통의 RF 카메라 시리즈 LEICA M의 신제품이 출시되었는데요, 어째 이번에는 전처럼 흥분되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전작 M typ 240 사용자인 저도 신제품에 대한 내용을 한 번 훑어본 이후로는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게 되었습니다. Typ 262로 발매된 새로운 LEICA M은 '본질로의 회귀'를 선언하며 라이카 M의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한 사양으로 발표되었습니다. 하지만 신제품을 보는 '구제품 사용자' 입장에선 그 '본질'이란 것이 대체 무엇인지 좀 더 상세하게 듣고 싶은 마음입니다.
LEICA M (Typ 262)
- 2400만 화소 CMOS 이미지 센서
- 라이카 M 마운트 렌즈 시스템
- 셔터속도 1/4000 - 60 초
- ISO 200-6400 (확장감도 ISO 100)
- 3인치 92만 화소 LCD
- 1GB 버퍼 메모리
- 라이브뷰 / 동영상 미지원
- 셔터음을 줄인 새로운 셔터유닛 채용
- 상판 소재를 알루미늄으로 변화
- 80 x 138.6 x 42 mm
- 600 g
- 5195 달러
M 시스템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한 눈에도 알아 보실지 모르겠습니다. 검정 부분은 기존 Typ 240 모델과 동일 혹은 동등한 사양, 푸른색이 향상된 부분, 붉은색이 하향된 내용입니다. 3년만에 출시된 신제품으로서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인 이미지 센서가 Typ 240과 동일한 것이 가장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셔터 속도와 감도 지원 역시 동일하며 LCD 디스플레이도 같은 사양입니다. 연속 촬영에 영향을 미치는 버퍼 메모리 용량은 1GB로 Typ 240과 같고, M-P Typ 240의 2GB 보다 적습니다.
숫자 네이밍을 없애고 LEICA M으로 라인업을 리부트하며 새로운 세대의 M을 상징하는 기능으로 채용됐던 라이브 뷰와 동영상 촬영 기능은 아예 삭제되어 모습을 감췄습니다. 전통적인 황동 소재는 경량화를 위해 알루미늄으로 대체됐습니다. 무게가 80g 가량 가벼워졌고 가격도 함께 다이어트해 5195달러로 출시됐습니다.
라이카는 Typ 262를 RF 카메라 그리고 라이카 M의 본질을 추구하는 카메라로 소개했습니다. 물론 저도 테스트용으로나 사용하는 동영상 촬영 기능이 삭제된 것에 대해서는 그 '본질'이라는 것에 동의할 수 있고, 높은 기동성과 스냅 사진에 최적화되어 있는 -뚱뚱한 디지털 M에선 의문이 들지만- RF 카메라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무게를 줄인 것과 정숙한 셔터 유닛의 도입에는 환영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본질에의 집중'이 정당화 되려면 최소한 이미지 센서의 개선 혹은 성능 향상이 이뤄졌어야 기존 사용자들이 납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3년만에 나온 후속 제품이라면 말이죠. 그리고 라이카를 대표하는 M 시리즈의 역사를 생각한다면 더더욱.
3년 전, 완전히 새로운 라이카 M과 함께 기존 M9, M9-P의 연장선 상에 있는 M-E가 출시될 때의 느낌이 이런 것이었을까 생각해보지만, 그 때는 라이카 M이 차세대 M으로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을 때였지 이 Typ 262 하나로는 역시나 전혀 임팩트가 없습니다. 최근 각종 최신 기술 도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라이카가 새로운 라인업인 SL 시스템을 발표한 것과 비교해보면 그 느낌이 틀린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제 라이카의 35mm 주력 시리즈가 M에서 SL로 이동했다는 생각 말이죠.
M Typ 262는 기존 Typ 240과 동일한 실루엣에 크고 작은 변화가 더해졌습니다. 때문에 단독으로 봐서는 그 차이를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 출처 :http://www.l-camera-forum.com/leica-news/2015/11/leica-m-typ-262/>
두 기종을 나란히 놓고 보면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차이가 조금씩 발견됩니다. 전면에서 가장 큰 점은 부담스러웠던 라이카 로고가 기존 M9 시리즈와 같이 작은 로고로 교체되었다는 점 -이건 환영입니다- 동영상 촬영에 유용하고, 노출 보정 등의 용도로 사용했던 전면 버튼의 삭제와 상판의 파인더 옆을 M9과 같이 다시 깎았다는 점은 나란히 보니 생각보다 큰 변화입니다. 저 깎은 부분의 무게까지 줄이려는 노력이었을까요? 아, 무엇보다 M 로고가 사라졌네요!
후면에는 라이브 뷰 기능 삭제에 따라 첫번째 버튼이 라이브 뷰에서 WB 버튼으로 변경되었고 외장 EVF 연결을 위한 단자가 삭제됐습니다. 이 정도면 M9의 껍데기에 M Typ 240의 내용물을 넣은 카메라라고 해도 되겠네요. 생각보다 많이 바뀌었네요. 무게가 줄었으니 손으로 들면 그 차이가 더욱 클 것 같습니다.
상단은 Typ 240과 대부분이 동일하며 동영상 버튼 삭제가 가장 큰 변화입니다. 상판 왼쪽 굴곡 역시 시각적으로 큰 차이이지만 손에 쥘 때 느껴지지는 않겠습니다.
동영상 기능 삭제는 많은 분들이 환영한 부분이지만 개인적으로 제게는 아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안 쓰는 기능이라도 아예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변화가 가격 인하에 반영 됐다면 좋은 선택이라고 하겠습니다만. 상단에 불필요하게 걸리적거리던(?) 버튼이 사라지니 오히려 깔끔하고 좋아 보이기도 합니다.
라이카 로고를 줄인 것 역시 좋은 선택입니다. 기존 로고가 마치 과시하듯 너무 컸는데 이제 좀 '정숙한' 카메라가 되었군요.
다음은 라이카 홈페이지에 공개된 M Typ 262의 샘플 이미지입니다.
가벼운 무게와 정숙한 셔터로 '스트릿 포토그래퍼'에게 영감을 준다는 제품의 기획에 맞는 자연스럽고 익살스러운 느낌이 좋습니다.
쓰다보니 가벼운 무게와 일부 기능 삭제 그리고 가격 인하 요소 때문에 자꾸 호평 쪽으로 흘러가는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그럼에도 Typ 262에 대한 제 평가는 '분명한 퇴보'이고 'M에 대한 모독'입니다. 단순히 동영상과 라이브 뷰 기능이 삭제되어서가 아니라 3년의 시간동안 조금도 발전하지 않은 새로운 M의 품질에서 그런 생각을 했고, M3 탄생 후 수십년간 언제나 라이카의 이미지에 대한 철학을 대표했던 M 시리즈의 품격을 새로운 SL 시스템으로 대체하려 한다는 움직임이 그렇습니다. 물론 이제 아날로그의 향수에서 벗어나 초고화소와 고성능, 각종 부가기능을 담은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필요가 컸겠습니다만.
백번 양보해 Typ 240에서 힘을 빼 잊혀질 뻔한 본질에의 집중을 외치려 했다면 소재 하나, 페인트 도장에도 예민한 마니아층에게 결코 환영받지 못할 알루미늄 소재를 적용한 것이 의문입니다. 무게와 함께 품격도 잘려나간 느낌이라서요. 가벼운 M은 기존 M 사용자에게는 환영받을 변화일지 모르나 새로 M을 구매하려는 예비 사용자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일지 의문입니다.
-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제 카메라는 이제 구형이라는 것 -
- 그나마 아직 첫꼭지에 있다는 것이 위안이랄까요 -
확실히 제 입장에선 이번 Typ 262는 라이카 M 사용자로서 시스템은 물론 이 회사의 철학과 미래 전략에도 의문을 갖게 만든 제품입니다. 물론 덕분에 지금 사용하는 Typ 240을 한동안 계속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다행이지만요. 이쯤 되면 다음 M 이 정말정말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