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 달 넘게 보고 또 보는 책입니다. 심지어 매일 가지고 다닙니다. 매일 다른 내용을 볼 수 있어서 좋고, 재킷 주머니에 쏙 들어가니 언제든 꺼내서 볼 수 있어 더 좋습니다. 이 책 한 권이 고등학교 졸업 후 본 책을 손에 꼽을 정도였던 제게 독서의 즐거움을 알게 해줬고 생활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 줬습니다. 십만원이 훌쩍 넘는 이 책을 저는 올해 가장 만족스러운 지출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 요즘도 그렇지만 구하기가 힘들었어요 -
크레마 카르타의 출시 가격은 149000원으로 종이책 열권 정도의 가격입니다. 물론 이 전자책 안에는 아무 책이 들어 있지 않으니 구매해야 하는 전자책 가격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비싼 가격이긴 합니다. 물론 전자책 특유의 가벼움과 활용도를 생각하면 그 정도 가치는 충분히 한다는 것이 한 달가량 사용하며 느낀 제 소감이지만 선뜻 구매하기 쉬운 가격은 아닙니다. 많이 고민하다 든 생각은 '그래, 충분히 보고 중고로 팔면 절반은 돌려 받을 테니까.'
그리고 이제 저는 이 책을 아침에 어떤 소지품보다 먼저 챙기게 됐습니다. 매일 알라딘과 반디앤루니스 사이트를 들낙이며 전자책 목록과 적립금 이벤트를 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물론 종이책을 잘 가지고 다니지 못하는 제게 1차적인 잘못이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가방에 책 한 권 넣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몇 컷 찍지도 않으면서 매일 들고 다니는 카메라를 빼면 꽤 두꺼운 책도 가지고 다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저는 그런 선택 대신 이 가벼운 전자책을 집었습니다.
가벼움이 주는 매력은 꽤나 큽니다. 요즘같은 가을/겨울철엔 재킷 주머니에 들어가는 장점 덕분에 카페에서 미팅 약속 전 자투리 시간에 꺼내 책을 읽거나 버스와 지하철 이동 중에도 한 손에 책을 들고 페이지를 하나씩 넘기는 번거로움 없이 편하게 보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작은 차이인데, 그것이 이 토막 시간에 '책'을 보느냐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느냐의 큰 차이로 이어져 제 생활 습관을 바꾼 것이 만족스럽습니다.
- 자기 전에 침대에서도 읽습니다, 이전에는 바로 잠이 들었는데 말이죠 -
전보다 책을 가까이 하게 되니 그만큼 TV나 미디어와 멀어지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전에는 지나치면 큰일 나는 줄 알았던 수요일 맛집 소개 프로그램도 '그거 봐서 뭐해'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 글자들이 만드는 장면들을 상상하는 것이 훨씬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물론 무한도전은 여전히 챙겨 봅니다-
좋은 글솜씨를 가진 사람들의 멋진 문장과 표현들을 만나게 된 것도 무척 기쁜 일입니다. 문장을 '가지고 노는' 솜씨와 좀처럼 상상할 수 없는 단어로의 비유, 그것들은 내용과의 상관 관계를 떠나 단어와 문장 자체가 주는 감흥이 있었습니다. 종종 멋진 문장을 보게 되면 이렇게 사진을 찍어 짝꿍에게 보여주거나,
- 300 ppi의 선명함 덕분에 이제 가독성으로는 이북 리더를 흠잡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
내장된 하이라이트, 메모 기능으로 보관해 두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아직 종이책에 비해 전자책으로 출간되는 책의 양은 무척 부족하지만 베스트셀러의 경우 대부분 전자책으로도 구매할 수 있어 서점에 들러 책을 훑어본 후 돌아오는 길에 전자책으로 구매하는 것이 일주일에 두어번 거치는 일상이 되었죠. 이전엔 손에 쥐고 책장을 채우는 형태도 없이 파일 만으로 만들어진 전자책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요즘은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이 전자책이 한 번 읽은 후 '짐'이 되는 종이책보다 오히려 더 효율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물론 가격도 상대적으로 더 저렴 하고요.
그래서 한달간 적잖은 전자책을 구매했고 읽고 있습니다. 크레마를 사용하기 전 제가 일년에 책을 몇 권이나 구매 했는지 떠올려보면 눈에 보이는 큰 변화입니다. 게다가 온라인 이벤트를 잘 활용하면 적립금으로 전자책을 매우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으니 머지 않아 크레마 가격 정도 보전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십 년쯤?-
저는 알라딘과 반디앤루니스를 주로 사용하는데, 여러 서점사에서 구매한 책을 하나의 라이브러리로 관리할 수 있는 것도 크레마 카르타의 큰 장점입니다. 경쟁 제품인 리디 페이퍼의 경우 리디북스 서비스를 주력으로 이용하는 분들에게 유리한데, 기존 유저가 아닌 저는 이렇게 적립금과 이벤트에 맞춰 여러 서점사를 활용할 수 있는 크레마가 더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 열린 서재 서비스를 이용해 전자 도서관도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신간보다 전자 도서관의 '밀린 책'들을 더 많이 읽고 있습니다.
- 9불 주고 케이스도 샀죠 -
버스와 지하철, 카페에서 몇 분 가량의 토막 시간을 SNS가 아닌 책 읽는 데 사용하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이 전자책은 이미 가격 이상의 긍정적인 변화를 제게 안겨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는 장시간의 비행과 같은 생각만 해도 '멍'한 시간들을 이 책이 가득 채워주길 기대해 봅니다.
책을 읽고 싶으나 쉽지 않았던 분들은 저처럼 과감하게 '전자책'을 선택해 보세요. 아주 멋진 변화가 일어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