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
오늘따라 유독 으슬으슬하다 싶으면
이 곳을 떠올립니다.
다행히 동네에 있어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집에서 5분 거리에 맘에 드는 식당이 있는 건 생각보다 꽤 큰 행운입니다.
더불어 가끔 멀리 사는 친구가 놀러 왔을 때, 술집 아닌 밥집을 찾을 때 데려갈 수 있다는 안도감(?)도.
마침 비가 와서 다행이었죠.
저도 오랜만에 찾았습니다. 수유역에서 조금 멀지만, 수유 3동 한 귀퉁이에 있는 수유 손칼국집입니다.
메뉴는 이것뿐, 나머지는 마음대로 주문해서 가능하면 만들어 주는... -심야식당-
이건 아니고 이곳은 칼국수'만' 팝니다.
가게에 들어서면 인원수대로 자동으로 주문되는 편리하다면 편리한 시스템이죠.
주문 즉시 만들기 시작하기 때문에 칼국수가 나오는 데 시간이 좀 걸립니다.
십분 조금 넘었나요, 칼국수가 나왔습니다.
음, 어째 점점 양이 줄었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건 그냥 기분 탓일 겁니다.
바지락도 오늘따라 조금 적은 것 같지만 배가 고픈 탓일 겁니다.
김가루를 뿌리다 주문 받으러 가신 것 같지만 그건 제 몸에 염분이 부족하기 때문이겠죠.
국물을 한숟갈 떠 먹으니 '그래 이거야' 싶습니다.
비 오는 날엔 역시 칼국수.
근데 이 곳 칼국수 제 기준에선 조금(많이) 짭니다.
이 칼국수가 너무너무 맛있는 분들은 앞으로 싱겁게 드시는 연습을 하셔야 합니다.
반면에 김치는 다소(많이) 단 편입니다.
어찌보면 짠-단-짠-단 황금 조합입니다.
얼큰한 맛을 살리기 위해 양념장은 가급적 넣지 마시고, 고추를 듬뿍 넣으면 칼칼 칼국수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고추가 별로 맵지 않으니 다 털어 넣으시고 더 달라셔서 또 넣으셔도 됩니다.
참고로 저는 매운 걸 잘 먹는 편입니다.
다른 곳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이 곳 칼국수는 드시고 밥을 말아 먹는 전통 아닌 전통이 있습니다.
말아먹기 좋게 밥그릇에 절반만 채운 아기밥, 가격도 500원입니다.
말아서 떠먹어보니 왜 다들 이렇게 드시는지 잘 알 수 없지만
곧 라면국물에 밥을 말아먹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고개를 끄덕입니다.
제 입맛에 아주 좋지는 않지만,
이 칼국수는 비가 오면 꼭 생각이 납니다.
먹을 것 없는 수유 인근에서 한번쯤 가보시면 좋을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