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용해 본 수십여종의 카메라 중 단연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소니의 풀프레임 카메라 RX1.
지금은 다른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지만 압도적인 컴팩트 사이즈에 35mm 풀프레임 센서, 35mm F2 자이스 Sonnar T* 렌즈 이 셋만으로 제 이상형에 가장 근접한 카메라였습니다. 지금도 제 라이브러리에 RX1로 찍은 사진들이 좋은 기억으로 많은 수가 저장되어 있는 것을 보면 말이죠.
RX1을 사용하면서 몇가지 아쉬움에 후속제품을 참 많이 기다렸는데 3년쯤 되니 이제 안나오려나보다 하고 포기하게 됐습니다. 그 사이에 RX100 시리즈는 4개나 나왔잖아요. 포기하고 잊어갈 때쯤 반가운 소식이 갑작스럽게 들려왔습니다. 세번째 RX1이 나왔다고, RX1RII 말이죠. 검색을 통해 본 RX1RII의 사양은 RX1을 사용하며 제가 느꼈던 아쉬움들을 대부분 해결했을뿐더러 기대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들도 꺼내놓아 무척 흥미가 생겼습니다. 아마 또 한번의 기변을 하게 된다면 그건 반드시 이 카메라가 되겠구나, 라면서 말이죠.
관심을 가득 가지던 중에 좋은 기회로 RX1RII을 출시 전에 체험할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압구정 소니 스토어 3층의 소니 아카데미입니다.
오늘의 주인공 RX1RII가 써있는 것을 보니 이곳이 맞군요.
오늘 소개/체험회는 오직 이 세계 최소형 풀프레임 카메라 RX1RII을 위한 행사입니다.
작지만 풀프레임 센서를 박은 '고급 카메라'이자 소니에서 가장 비싼 카메라인만큼 주인공은 이 카메라 하나.
렌즈 교환식이 아니니 렌즈 소개도 필요가 없죠.
행사장 한켠에 전시되어 있는 RX1RII의 모습. 유리관 속에 홀로 자리하니 확실히 고급 카메라 답습니다.
처음 마주한 RX1RII을 멀리서 본 소감은 무엇보다 눈에 띄는 팝업 뷰파인더입니다. 그 외에는 외관이 거의 동일하니까요. 특별히 전면은.
제품명 역시 전면엔 RX1R로 인쇄되어 있습니다. 상단에 RX1RII라는 풀 네임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그 외에 빨라진 AF 덕분에 AF-C 모드가 추가된 AF모드 전환 다이얼이 한 눈에 보이는 변화입니다.
행사장에는 총 세대의 RX1RII 시제품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 중 한대에는 RX1과 함께 발매되었던 Zeiss 광학 뷰파인더와 엄지 그립, 철제 후드가 부착되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동일한 디자인와 슈 시스템을 사용하는 제품이다보니 대부분의 액세서리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기존 RX1 사용자들에게는 작지 않은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팝업 EVF 탑재로 저 광학 뷰파인더의 수요는 크게 줄겠지만요. RX1 시리즈가 나온지 3년 지난만큼 케이스와 그립, 후드 등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은 예비 구매자(?)로서 반가운 소식입니다.
요즘 인기몰이(?) 중이시라는 소니코리아 직원분의 안내 멘트로 행사가 시작됐습니다. (전에 뵀을 때보다 한국어가 조금 느셨습니다.)
행사마다 오시는 소니 코리아 관계자분, 그리고 RX 포토그래퍼로 안면이 있는 소니 코리아의 RX 담당자분의 한말씀으로 본격적인 RX1RII 소개가 시작됩니다.
사실 이전의 소니 소개회는 그냥 '신기하다' 정도였는데 RX1RII 소개는 집중해서 감상했습니다. 워낙에 관심이 많은 제품이라서요.
크게 흥미롭지 않은 디지털 카메라 시장 트렌드와 소니의 하이엔드 카메라 전략에 대한 설명이 첫번째입니다. 현재 소니는 DSLR(DSLT), 미러리스, 하이엔드, 콤팩트 카메라 이렇게 4가지 분류로 카메라를 분류하고 개발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 중 렌즈 교환식은 A(알파) 브랜드로, 렌즈 일체형 하이엔드 카메라는 RX 브랜드로 발매되고 있습니다. 콤팩트 카메라는 사실상 스마트폰에게 많이 잠식되어서 그 소식을 찾기 쉽지 않죠? 수많은 카메라 브랜드 중 소니만이 DSLR/미러리스/하이엔드 라인업에 풀프레임 라인업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드림 카메라'에 대한 이야기는 제가 가장 많이 공감한 이야기입니다. 저처럼 스냅,여행 사진을 주로 촬영하는 사용자에게 크기와 화질 사이에서의 고민은 현재까지도 카메라를 구매할 때 가장 큰 요소니까요. 작은 크기에도 프로급 화질, 그게 저와 같은 분들의 '드림 카메라'이고 현재 이 형태에 가장 가까운 것이 소니 RX 시리즈, 그 중에서도 RX1이라는 설명입니다. 최근 라이카 Q가 또다른 풀프레임 하이엔드 카메라로서 시장에 화제를 불러왔지만 비싼 가격과 제가 선호하지 않는 28mm 초점거리 때문에 현재는 관심이 사그라든 상태입니다.
최근 카메라 시장 동향에 대한 설명입니다.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이 크게 향상되면서 콤팩트 카메라는 그 수요가 줄어들고, 고화질의 대명사였던 DSLR 카메라의 수요를 고급 미러리스 카메라가 잠식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전자는 아이폰/갤럭시 등이 되겠고 후자는 A7 시리즈를 비롯한 미러리스 카메라들이겠죠. 그렇게 현재 가장 주목받는 카메라는 스마트폰/미러리스 그리고 휴대성과 화질의 합리적인 접점인 렌즈 일체형 하이엔드 카메라라는 설명입니다. 과거에는 '비싼 똑딱이'였던 하이엔드 카메라가 대형 센서를 채용하고 고급 단렌즈와 고성능을 탑재하면서 이제 기술력의 척도가 되고 있다고 과언이 아닙니다. 때문에 하이엔드 카메라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고, 소니는 RX100 시리즈의 대성공을 앞세워 이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무려 174% 상승이랍니다. 이 성공에는 아마 RX100 시리즈의 큰 인기가 가장 큰 몫을 하지 않았을까요?
RX1, RX10 시리즈는 어째 RX100 시리즈의 인기에 업혀가는 인상이 있지만 어쨌든 소니 RX 시리즈는 고성능, 콤팩트 하이엔드 카메라로 이제 그 인지도가 확실히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소개회는 그 '끝판왕'격인 RX1RII를 발표하는 시간이죠.
최초의 풀프레임 하이엔드 카메라였던 RX1에 대한 뒷이야기로 본격적인 카메라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2012년 말 예상치 못한 '풀프레임 똑딱이'가 나왔을 때의 그 충격을 저도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다. 정말 놀라웠고 아주아주 갖고 싶었습니다. 2013년 CES에서 최고의 발명품으로도 뽑힌 이 카메라에 매료된 사람이 저뿐만이 아니었는지, 이 카메라가 몰고온 큰 인기 때문에 함께 발표한 A99, VG900의 판매량은 울상을 지었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어쨌든 지금 돌이켜봐도 한 손에 들어오는 풀프레임 35mm F2 카메라는 대단합니다. 아직까지도 뚜렷한 경쟁작이 없으니 말이에요.
그 시절엔 이렇게 밤새워 '현판'을 하던 추억이 있었죠. 지금은 아이폰 판매나 H&M 콜라보 때나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만. 저도 참여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현판은 놓치고 1차 구매로 사용했습니다. 최초 준비했던 150대가 1시간만에 매진됐었다고 하네요. 출시가가 349만원이었으니 곱해보면...?
그리고 3년만에 후속 제품 RX1RII가 출시돼 이렇게 소개를 듣게 됐습니다. RX1 출시 후 로우패스 필터 제거 센서를 탑재한 RX1R이 출시됐지만 사실상 센서 외에는 동일 제품이었던만큼 이 RX1RII가 진짜 후속작에 해당합니다. 디자인은 똑같지만 그 세월만큼 많이 바뀌고, 좋아졌다고 하네요. 그 내용인즉슨-
새로운 이미지센서, 향상된 AF, 사용자 편의기능 추가
RX1RII의 변화는 이렇게 세가지로 정리된다고 합니다. 세가지 모두 3년만의 후속 제품에 '당연히' 이뤄져야 할 것들이면서, 어느 정도 달라졌을지 기대되는 것들입니다.
아무래도 화질과 촬영 성능, 그리고 활용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니까요.
첫번째는 역시 디지털 카메라의 기본인 '이미지 품질'을 위한 변화, 새로운 이미지 센서입니다. 설명에 따르면 '역사상 가장 뛰어난 풀프레임 센서'
(아마 이 문구를 다음 제품때도 그대로 보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기존 RX1, RX1R의 이미지 센서 역시 2000만 화소 이상의 고화소와 로우패스 필터를 제거한 고해상도 RX1R 등 센서 성능에서는 현재 사용하기에도 큰 불만이 없습니다만 역시나 3년만의 후속제품인만큼 화끈하게 업데이트가 됐습니다.
35mm 풀프레임 센서는 4240만 화소로 크게 향상됐습니다. 최고의 미러리스 카메라로 손꼽히는 A7RII와 동일한 센서입니다. 4000만 화소가 넘는 초고해상도에 로우패스 필터를 제거해 초고해상도를 내세운 센서입니다. 이 제품이 RX1II나 RX2가 아닌 이유도 이것입니다. 물론 이 카메라는 단순히 로우패스 필터를 제거한 것 외의 +@가 있다죠. 이 작은 카메라에 소니의 현존 최고 이미지 센서가 탑재된 것만으로 RX1RII에 대한 기대를 하게 됩니다.
DSLR/미러리스 카메라의 APS-C 규격 이미지 센서보다 약 2.3배, 콤팩트 카메라의 1/2.3형 이미지 센서보다 약 30배가 큰 대형 이미지 센서입니다. 새삼 35mm 풀프레임 센서가 크긴 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큰 센서가 그 작은 카메라에 들어갔다는 것이 RX1RII의 가장 큰 강점이 되겠죠?
역시나 이 카메라의 가장 큰 강점은 '한 손에 들어온다'는 것입니다. 4240만 화소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도 35mm F2 Zeiss Sonnar T* 렌즈와 뷰파인더, 틸트 LCD, Full HD 동영상 촬영 등 다른 모든 요소들은 이 휴대성의 장점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역할입니다. 이 카메라가 만약 A7 시리즈와 다름없는 크기였다면 이렇게 큰 관심을 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소형/경량화는 저를 포함한 많은 사용자들에게 가장 큰 매력이 되고있죠.
작은 카메라지만 소니의 가장 앞선 기술이 적용되는,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비싼 카메라인만큼 내구성에도 신경을 쓴 모습입니다. RX1과 동일하게 마그네슘 프레임을 사용해 손에 쥐었을 때 작지만 단단한 느낌을 줍니다. 가격을 생각하면 당연히 이래야 하겠지만요. 슬라이드 아래 표기된 '이 카메라 안에 정말로 풀프레임 센서가 들어갈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이 재미있습니다.
RX1의 후속 제품이 RX1II이 아닌 RX1RII 단독으로 출시된 것은 이 카메라에서 최초로 시도된 '가변 로우패스 필터' 때문입니다. 로우패스 필터가 없는 4240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탑재하고 전자식 로우패스 필터를 구현해 양 쪽의 장단점을 함께 또는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광학 로우패스 필터를 ON/OFF할 수 있어 해상력을 극대화할 때는 OFF로, 모아레 현상을 줄이고자 할때는 ON으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 이상의 상세한 설명 -예를 들어 구현 방식이나 시연 영상- 은 없었지만 설명만으로도 상당히 흥미로운 기능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촬영에선 4240만 화소의 표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로우패스필터 OFF를 사용하다 모아레가 신경쓰이는 상황에서 ON으로 설정해서 찍을 수 있도록 한 발상이 신선했달까요? 물론 기존 로우패스 필터에 비해 그 효과나 성능, 화질 저하가 어느정도인지는 실제 제품이 발매되고 많은 분들이 사용하면서 평가가 되겠지만 확실히 새롭고 의미있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호평을 받으면 A7 시리즈에도 확대 적용이 되지 않을까요?
다음은 센서보다 제가 좋아하는 렌즈 이야기였습니다.
이 카메라 가격의 절반은 이 Zeiss Sonnar T* 렌즈값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RX1 시리즈의 렌즈는 비교적 작은 크기에 뛰어난 화질을 보여줬습니다. 내구성에 대한 지적이 현재까지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성능 하나만큼은 이견이 없습니다. 저도 RX1을 사용하며 다른 어떤것보다 이 렌즈 성능에 가장 만족했으니까요. 많은 사진가들이 사랑하는 35mm 초점거리에 F2.0 조리개 값으로 스냅을 위한 표준과도 같은 렌즈이며 매크로 전환 레버를 통해 20cm 까지 접사 촬영을 지원하는 것도 무척 좋습니다.
RX1RII에서도 이 렌즈의 기본 사양은 동일합니다. 모양도 똑같아 보입니다. 다만 이전보다 조금 더 꼼꼼히 검수를 해 화질 최적화 수준을 높였다고 합니다.
센서와 렌즈의 거리를 그야말로 한치 오차없이 설계하고 제작해야 하는 렌즈 일체형 카메라의 특성상 RX1RII에는 다른 카메라보다 높은 수준의 검수가 들어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량 양산이 불가능하고, 그렇기 때문에 비싸다는 결론..? 제가 렌즈 일체형 카메라를 좋아하는 이유도 최적화된 화질과 구조상의 이점으로 소형화가 가능하다는 것인데요, RX1RII는 그 완성도가 조금 더 높아졌다니 기대해봅니다.
이 렌즈에 대한 자랑이 이 소개회에서 상당한 분량을 차지했습니다. 아날로그 조리개링과 초점링을 이용한 감성적인 조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첫번째, 매크로 모드를 통해 접사도 찍을 수 있다는 것이 두번째, 그리고 높은 광학기술의 대표격인 라이카의 35mm F2 Summicron ASPH 렌즈보다 해상력이 더 뛰어나다는 것이 세번째입니다. 마침 제가 저 35mm를 사용하고 있어서 관심을 갖고 보았습니다. 저 렌즈 화질도 정말 좋은데, 그것보다 더 좋다니 더 궁금해집니다.
진행하시는 분이 위와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 소개회에 모인 30여분의 참석자들이 일제히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만큼 이 시리즈에 대한 크고작은 불만들이 많았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만큼 기대하고 있다는 뜻도 되겠습니다. 물론 저는 후자 쪽에 가까웠습니다만 정말로 저 AF는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지적하던 것이었습니다. 정작 AF 성능에 둔감한 저는 그보다 뷰파인더의 부재가 가장 아쉬웠습니다만.
RX1RII에서 가장 신경을 쓴 변화 중 이 AF 시스템의 개선이 있었습니다. 여기에선 많은 분들이 집중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이미 A7RII를 통해 입증된 이 4240만 화소 이미지 센서는 위상차+콘트라스트 AF를 모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FAST AF 시스템으로 현존 카메라 중 가장 빠른 수준의 AF 성능을 보입니다. 위상차 AF 영역이 총 399개로 전체 촬영 영역의 약 45%를 커버한다고 합니다. 싱글 AF는 물론이고 동체추적 AF 성능 역시 뛰어나 A7RII의 가장 큰 매력으로 손꼽히고 있죠. RX1RII 역시 같은 센서를 사용하기 때문에 AF 성능의 비약적인 향상이 기대됩니다.
이렇게 AF 포인터 수와 분포를 비교해보니 이 하이브리드 FAST AF 센서가 얼마나 대단한 기술인지 느끼게 됩니다. 아직 직접 사용해보지는 못했지만 A7RII의 고속 AF와 동체추적 AF 성능에 대해선 많은 분들에게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물론 렌즈에 따라 AF 속도도 차이가 있는만큼 A7RII과 동등한 성능을 보일지는 미지수입니다만 기존 RX1 시리즈에서 지적됐던 AF 문제에서는 이제 완전히 해방될 것 같습니다.
이 AF 성능에 대해선 역시나 확실한 믿음과 자신감이 있는지 현장에서 직접 AF 시연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직 정식 제품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AF 속도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크게 향상됐습니다. 현장에서 구제품인 RX1과 함께 비교해가며 시연을 해서 그 효과를 더욱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움직이는 사람을 촬영할 때의 AF-C 촬영 성능도 역시 좋았습니다. 이제 RX1 시리즈로도 아이를 찍을 수 있습니다! 라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또 하나의 큰 변화는 이 작은 카메라에 뷰파인더를 넣어버렸다는 것입니다. 팝업 방식의 240만 화소 전자식 뷰파인더로 RX1에 대한 제 가장 큰 불만사항을 한방에 날려주는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베율은 0.74로 A7 시리즈보다 조금 작지만 이 카메라의 크기를 생각하면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이 작은 카메라에 저는 내장 뷰파인더를 기대하지도 않았거든요. 이 변화 하나만으로도 RX1 사용자들은 RX1RII을 보고 두근거리지 않을까요?
처음 발매 소식에서 팝업 뷰파인더가 탑재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크기의 한계로 RX100IV에 탑재된 작은 EVF를 떠올렸는데요, 실제 체험해본 파인더는 상당히 크고 밝아서 파인더로만 촬영하기에도 무리가 없어 보였습니다. 물론 이것때문에 내장 플래시가 삭제된 것이 아쉽지만 둘 중에 하나를 고르면 저는 주저없이 이 뷰파인더를 고르겠습니다. 뷰파인더에도 Zeiss T* 코팅이 적용됐고 RX100IV와 달리 뷰파인더 팝업 후 아이피스부분을 당겨주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RX100IV 사용하면서 그게 꽤나 불편했는데 정말 잘됐습니다.
디스플레이에는 틸트 조작이 추가됐습니다. 하이,로우 앵글 촬영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편의 기능으로 환영할만합니다. 180도 회전 디스플레이가 들어가면 더 좋겠지만 그건 왠지 이 고급 카메라 콘셉트에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역시나 혹시나 하며 기대했던 터치 조작은 역시 채용되지 않았습니다. 상단 109도, 하단 41도 틸트 조작이 됩니다. 제 경우 특히 로우앵글 촬영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어느 카메라나 다 있다는 Wi-Fi 무선 통신 기능과 어쩐지 자신없어 보이는 Full HD 동영상 촬영 기능은 간단한 소개로 마무리됩니다. 개인적으로 동영상 촬영을 자주 하지 않음에도 4K 영상 촬영 기능이 빠진 것은 못내 아쉽습니다. 하지만 아쉬웠던 무선통신 기능이 추가되면서 여행용으로 좋은 기능이 하나 추가 됐네요.
마지막은 역시 가격 발표가 제 맛입니다. 이미 알려진대로 가격은 389만원. RX1이 349만원이었으니 40만원이 오른 셈입니다. 성능 향상도 있겠습니다만 무엇보다 환율 문제가 걸림돌이 됐던 것 같습니다. 기존 가격에도 선뜻 주머니를 열었던 파워 유저들도 이 정도 가격이면 확실히 큰 고민이 될 것 같습니다. 예약판매는 19일부터 바로 시작한다고 하네요. (아 사고싶다)
비싼 Zeiss 렌즈가 기본 제공(?)되는 고품격 카메라이긴 하지만 최고의 미러리스 카메라 A7RII보다 40만원이 비싼 가격은 확실히 쉬운 가격이 아닙니다. 물론 이런 류의 카메라는 그 가치를 아는 분들에겐 가격 상관없이 팔리는 제품이겠지만요.
이렇게 가격 발표를 끝으로 제품 소개가 끝나고, 1층 소니 스토어에서 직접 제품을 체험해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사실 소개회 중간쯤부터 이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대량 생산이 불가능한 제품인데다 정식 판매를 앞두고 있는 제품인만큼 체험할 수 있는 제품 수도 한정적이었습니다. 총 5대가 전시되어 30여명의 참석자들에게 큰 인기를 누렸는데요, 다행히 조금 일찍 도착해 기다림 없이 바로 체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같은 스토어에 전시된 RX1, RX1R과 헛갈릴만큼 외관은 똑같습니다. 뷰파인더까지 들어가 있으니 더욱 그렇습니다.
체험 제품이 부족한지라 많은 분들이 어깨를 맞대고 분주히 제품을 보고, 만지고, 찍고 대화를 나누는 풍경이었습니다.
파인더가 쏙 나오니 이제 알아 보겠네요. 남의 손(?)에 있으니 어쩐지 더 작아 보입니다.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변함없는 '컴팩트함' 다행히 RX1에 비해 조금도 커지지 않았고, 크게 만족하진 않았지만 딱히 불만도 없었던 디자인도 그대로입니다.
뷰파인더가 올라온 모습이 생각보다 거부감이 없었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파인더 크기가 저것보다 작았으면 쓸모 없는 장식물이 되었을텐데 눈에 대기엔 조금 작지만 카메라와의 균형을 생각하면 적절한 크기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기본 구성품에 눈을 감싸는 아이피스가 제공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몇 번 보고 만져보니 왠지 아이폰 6에서 6S를 만지는 기분입니다. 다르긴 한데 새롭지 않은.
부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Zeiss Sonnar T* 렌즈의 존재감도 여전합니다. 이렇게 보니 신제품 같지 않습니다.
그다음 확인한 것은 4240만 화소의 묘사력, F2 최대 개방으로 스토어 내 장식물을 촬영한 후 100% 확대해보니 이 초고화소와 로우패스 필터리스 센서의 위력을 알 것 같습니다. RX1R에서 느꼈던 섬세함 이상이고, 4000만 화소에 대한 제 기대보다도 더 뛰어났습니다. 예전엔 고화소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이미지 트리밍 작업이 늘어나면서 2000만 화소에 조금씩 아쉬움을 느끼고 있는터라 이 4240만 화소 이미지는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다음은 뷰파인더, RX100IV과 달리 팝업후 아이피스 부분을 잡아당길 필요가 없어서 사용하기 무척 편리했습니다. 다만 RX100IV는 파인더를 빼고 넣는 것으로 전원 ON/OFF를 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 무척 유용하게 활용했는데 RX1RII에선 이 기능이 보이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짧은 체험시간이라 상세히 설정 메뉴를 보지 않아 이 부분은 확인이 필요하겠네요.
파인더는 생각보다 크고 밝아서 놀랐습니다. RX100IV의 아담한 전자식 뷰파인더에 익숙한 눈이 이녀석을 보니 든든한 A7시리즈의 파인더에 눈을 댄 것처럼 시원해서 좋았습니다. RX1 시리즈에서는 처음으로 내장 뷰파인더를 탑재한 제품이지만 팝업 방식이나 파인더 크기, 밝기 등 완성도가 생각보다 뛰어난 것이 만족스러웠습니다. 일단 이 작은 카메라 어디에 이 파인더를 욱여넣은건지.
틸트 LCD 역시 위 둘만큼은 아니더라도 확실히 촬영 편의성을 향상시켜 줄 요소입니다. 스냅사진이 많은 분들에겐 하이/로우 앵글에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편의성을 맛보실 수 있을테고 밝은 야외에서 디스플레이가 잘 보이지 않을때도 틸트 조작을 이용해 시인성을 확보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역시 터치가, 터치가.. 터치가.
참 다들 기대하셨던 AF는 확실히 이제 RX1 시리즈의 단점에서 빠져도 되겠습니다. 이제 몇몇 카메라 외에는 RX1RII보다 AF가 뛰어난 카메라가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AF 속도와 정확성이 향상됐습니다. 동체추적 성능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만 제 용도인 스냅 촬영용으로는 이제 이 이상을 바라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전시된 제품이 베타 버전이라 AF 성능과 화질은 더 향상될 여지가 있다고 하네요.
개인적으로 RX1 시리즈는 최초 기획때부터 렌즈에 조리개 링을 채용한 것은 정말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급 사용자의 경우 보다 직관적이고 효율적인 조작, 그리고 사진을 찍을 때의 '손 맛'에도 가치를 두는데 이 기계식 조리개 링이 자칫 잘빠진 전자제품처럼 느껴질 수 있는 이 비싼 카메라를 고급 카메라로 보이게 하는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노출 보정 다이얼도 같은 이유로 좋아합니다. 상단의 C1 버튼은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배치할 수 있어 무척 편리하게 사용했던 기능입니다. 다만 저 모드 다이얼의 경우 파노라마 모드, SCN 모드 등 똑딱이의 그것을 연상시키는 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Full HD 동영상 촬영 성능은 역시 못내 아쉽습니다. 물론 XAVC S 코덱으로 기존 Full HD 동영상보다는 화질이 확실히 향상 됐겠지만 콤팩트 시리즈인 RX100IV가 4K 동영상을 지원하는 것을 생각하면 역시나 아쉬움을 감출 수 없죠. 고품질 사진 촬영에 특화된 모델이라는 설명이 이해는 갑니다만, 가격을 보면 다시 이해가 되지 않고 그렇습니다. 5축 광학 손떨림 보정은 적용되지 않았지만 동영상 촬영에서 전자식 손떨림 보정은 적용 된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그 외에도 14비트 무압축 RAW 촬영이나 무선 통신기능, 동영상 촬영 성능 등을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만, 한정된 제품에 많은 참가자들이 몰리다 보니 적당히 체험하고 빠지길 두어번 반복하며 짧게 짧게 만져보았습니다. 체험했다기보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봤다는 표현이 적당할 정도로요. 참가한 분들은 DSLR부터 미러리스, 하이엔드까지 다양한 브랜드와 형태의 제품들을 사용하고 계셨지만 다들 이 작은 풀프레임 카메라에는 관심이 많으셨습니다. 그만큼 특별한 제품이라는 뜻이겠죠.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시리즈다보니 기대감과 흥분이 섞여 다소 후한 평가가 됐을 수도 있지만, 저와 같은 유저들에겐 고성능의 대형 미러리스 카메라보다 이 RX1RII이 훨씬 매력적인 제품이라는 것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더불어 무척 만족하고 사용했던 RX1에서 느꼈던 몇 가지 단점과 한계를 3년의 기다림 끝에 발매된 신제품에서 상당부분 해결, 보완한 점이 인상적이었던 설명, 체험회였습니다.
직접 체험해보니 언젠가 인연이 된다면 꼭 사용해 보고 싶은 카메라입니다. (언제쯤 가격이 떨어질까요?)
이 작고 좋고 비싼 카메라 RX1RII에 대해 궁금하셨던 분들께 도움이 됐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