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아주 넓은 15-30mm 초광각 렌즈
그 특별함과의 첫만남
정말 오랫만에 쓰는 DSLR 카메라 이야기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카메라는 아니고 '렌즈' 이야기죠.
오늘 소개할 렌즈는 탐론에서 새로 발매한 35mm 풀 프레임 카메라용 초광각 렌즈 SP 15-30mm F / 2.8 Di VC USD 렌즈입니다.
풀 프레임에선 그야말로 기적에 가까운 초광각 15mm에 F2.8의 밝은 고정 조리개까지 갖춘 고급 렌즈군이죠.
거기에 손 떨림 보정 VC와 USD 초음파 모터까지 장착한, 탐론에선 가장 고급 렌즈군으로 꼽을 수 있는 제품입니다.
맨 앞에 붙은 SP가 바로 그 증거죠. Super Perfomance의 약자로 캐논의 L 렌즈와 같은 고급 렌즈군을 지칭합니다.
고급 렌즈라 그런지 박스가 카메라 박스만하죠?
이 렌즈는 15mm 부터 30mm까지, 초광각-광각에 이르는 넓은 초점거리로 활용 폭이 넓고
F2.8의 밝은 조리개를 이용해 어두운 실내, 야간 촬영 그리고 심도 표현에 능하며
손떨림 보정 VC를 이용한 결과물의 품질 향상, USD의 빠르고 정확한 초점 검출 등 장점이 많습니다.
물론 실제 사용하면서 느낀 성능이 SP라는 이름에 걸맞는지는 확인을 해 보아야겠지만요,
최근 시그마와 탐론 등 써드파티 렌즈가 오히려 메이저 제품을 능가하는 화질과 성능으로 전에 없던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래서 이 렌즈에 대한 기대도 큽니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높아지는 성능 따라서 가격도 메이저 브랜드와 비슷할 정도로 급상승 하고 있다는 점이죠.
-써드파티가 이제 싼 맛에 쓰는 렌즈가 아닙니다-
렌즈의 길이가 145mm, 무게가 1.1kg으로 웬만한 고급 망원줌 렌즈 못지 않게 크고 무겁습니다.
초광각 초점거리와 F2.8 고정 조리개 구현을 위한 구조상의 특징 때문이라고 생각되는데요,
때문에 DSLR 카메라에 마운트 했을 때 전문가 같은 '폼'은 납니다만 이건 해도해도 너무 크고 무겁긴 하네요.
요즘 미러리스 카메라에 웬만한 고사양 렌즈를 마운트해도 1kg이 되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에 이녀석은 좀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뭐, 이것이 SP, 슈퍼 퍼포먼스를 위한 것이라면 감수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요.
F2.8을 위한 대구경 설계로 대물렌즈가 그야말로 시원시원합니다.
게다가 렌즈가 볼록해서 필터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관리에 주의 해야겠습니다.
15-30mm의 광학 2배 줌으로 외부 경통 길이가 변화하지 않는 이너 줌 구조를 채택했습니다.
줌에 따라 렌즈 모양이 흉하게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환영할만 합니다.
외부 경통 길이에는 변화가 없지만, 줌에 따라 내부 대물렌즈가 전/후진을 하는 형태입니다.
위 사진이 15mm였을 때의 모습으로 외부 후드와 내부 후드가 겹쳐지는 순간, 그리고 대물 렌즈가 가장 앞으로 전진하는 모양새이고,
30mm에선 이렇게 후퇴하는 형태이지요.
동그란 대물 렌즈 보관이 까다로운 편이다보니, 촬영이 끝나면 이렇게 30mm로 변경해서 렌즈를 최대한 보호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물론 캡도 꼭 씌워야겠죠.
렌즈가 커서 먼지와 이물질에 취약하고, 15mm 상태로 전진해 있을 때는 이물질이나 지문이 묻을 위험도 커지니까요.
고급 렌즈군답게 재질과 완성도 역시 기존에 사용했던 탐론 렌즈들의 '가벼움'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높았습니다.
물론 무게가 묵직해서 더 그렇게 느낄 수도 있었겠지만, 시그마와 탐론 렌즈들이 유난히 카메라와 어울리지 않게 못났던 옛 시절에 비하면
요즘 이 두 브랜드의 렌즈들은 확실한 자사의 디자인 언어를 이제 구축하고, 고급화를 계속 진행시키는 느낌이랄까요?
이 15-30mm 렌즈에서도 물론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거리계 창도 있으니 한결 더 '비싸 보이는' 효과가 있어요.
고급스러워 보이려고 채택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싼티가 났던 금테도 톤을 죽인 덕분에 이제 좀 벗었습니다.
경통에 붙은 AF/MF 전환 레버와 손떨림 보정 VC On/Off 레버는 이렇습니다.
그리고 고급 렌즈군에만 붙는다는 SP 로고가 그 아래.
전체 외관 재질이 이제 캐논, 니콘의 상급 DSLR 카메라와 이질감 없이 어울리는 것이 외관에서 느낀 만족감이구요.
마운트부에는 이렇게 고무로 방진방습 실링이 되어 있습니다.
이 렌즈를 사용하게 되는 사용자들의 카메라가 아무래도 풀 프레임의 상급 DSLR 카메라가 다수를 차지할 것이기 때문에 이런 설계는 필수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초점거리와 조리개, 손떨림 보정, USD 모터와 이 실링까지,
외관과 사양에서 이 렌즈는 캐논의 L 렌즈와 동등한 수준을 갖추고 있죠.
카메라에 마운트 하고 보니 광각 렌즈가 이렇게 큰 것이 있었나 싶습니다.
게다가 무게도 본체보다 훨씬 육중하죠.
뭐 이런 게 DSLR 카메라의 '뽀대'라고 생각하신다면 이 렌즈는 꼭 그만큼의 가치를 더 갖게 되겠지만
저는 일단 합 2kg의 이 조합이 조금 부담스럽기 시작해서요.
사용한 카메라는 캐논 5D Mark III입니다. 풀 프레임 카메라 중에는 다소 크고 무거운 편이죠?! 최근에 6D 같은 소형, 경량화 FF 카메라가 있으니까 말이에요.
렌즈가 크다보니 렌즈를 잡고 줌 링을 돌려가며 찍는 '맛'은 있습니다.
물론 어깨가 금방 아프긴 하죠.
크기와 무게 못지 않게 중요한 '조화' 면에서는 기존의 탐론 렌즈보다 확실히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과거 사용해 본 탐론 24-70mm F2.8, 28-75mm 렌즈나 90mm 매크로 렌즈가 카메라 모양새를 오히려 망칠 정도로 '싼티'가 났다면
이건 캐논 L 렌즈와 비교해도 외관 자체에서는 주눅들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잘 빠졌습니다.
모양을 포기하고 성능, 가격만 보고 사용했던 '써드파티 렌즈'에 대한 그 동안의 인식이 요즘 많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물론 싼 가격도 함께 옛날 얘기가 되는 것 같아서 아쉽지만요
이래나저래나 오랫만에 잡는 DSLR 카메라, 그리고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초광각의 즐거움을 맛 볼 설렘에 가까운 곳에 잠시 촬영을 다녀왔습니다.
아마도 처음 겪어보는 풀 프레임에서의 15mm는 놀랍고 신기할 정도로 넓어서 한참 동안 제대로 컨트롤 하기에는 물론, 수평을 잡기에도 어려웠지만
특유의 광활한 느낌과 주변의 왜곡이 재미있었습니다. 아마 오랫동안 35mm만 사용했던 최근 제 촬영에 오랫만의 자극이 되었던 덕분이겠죠?
반나절동안 이 카메라와 렌즈로 찍어본 사진 몇 장을 올려봅니다.
확실히 네 귀퉁이를 잡아 당기는 듯한 아찔한 '넓음'이 사진에서도 느껴집니다. RF 카메라에선 느끼기 너무나도 힘든 초광각이라 신선한 즐거움이었어요.
15mm 초광각, 그리고 F2.8 조리개임을 감안하면 화질 역시 특별히 나무랄 데 없어 보입니다.
몇몇 초광각 렌즈들은 확대 전에도 주변부 화질 저하나 광량 저하가 눈에 띄는데 적어도 이 날 촬영에선 이런 불만을 특별히 느끼지 못했으니까요.
USD 초음파 모터의 초점 속도 역시 기존 탐론 렌즈의 '느림'에 대한 선입견을 상당 부분 상쇄할 정도로 쾌적했습니다.
손 떨림 보정 VC는 이 날 날씨가 좋아서 그 효과를 제대로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더 찍어봐야 알게 되겠죠?
단점이라면 역시 크기와 무게입니다.
평소 DSLR 카메라의 멋에 대해 남다른 애착이 있으신 분이나, 큰 카메라가 좋은 사진을 안겨 준다는 믿음으로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분들에게는 감수할 만 하지만
역시나 그 동안 제가 사용해 온 RF나 미러리스 카메라와는 비교할 수 없이 크고 무겁기 때문에 조금 더 사용해 보면서 이 렌즈가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조금 더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어쨌든 오랫만에 손에 쥐어보는 DSLR 카메라와 초광각 렌즈의 조합은 그 동안 조금 지루하게 느껴졌던 반복된 35mm 촬영에 신선한 '전환'이 되고 있습니다.
마침 이제 봄을 맞아 이곳저곳 아름다운 풍경 찍을 일이 많으니 제대로 사용해 보면서 초광각의 즐거움을 만끽해 보아야겠습니다.
조금 더 촬영해 보며 이 시원 시원한 렌즈에 대해 다시 후기 포스팅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