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전통적인' 짬뽕을 먹고 왔습니다. 맛집 없다고 무시했던 명동인데 얼마 전부터 이 곳에 있는 오랜 맛집들을 하나 둘씩 찾고 있네요.
중국 대사관 앞 골목길에 있는 많은 중화요리 집 중 한 곳으로 외관부터 내부 인테리어까지 어린 시절 찾던 '중국집'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이 골목엔 화교분들이 하는 중국 음식점이 꽤 많았죠. 그래서 어디를 가던 기본 이상의 중국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타일 벽이나 벽에 걸린 인테리어 소품들, 일하시는 분들의 모습들까지 8,90년대 중국집에 와 있는 느낌이 물씬 납니다.
일하시는 분 중에는 한국말이 서툰 분도 계신 것을 보니 아마 화교분들이 운영 중이신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러고보니 중국집에선 한국말이 통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반가운 것 같습니다. 왠지 더 제대로 된 중국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탓이겠죠?
- 물론 짜장면, 짬뽕 모두 중국 전통 음식은 아닙니다만-
맛도 아마 그 때 그대로일 것이라 기대해 봅니다. 중요한 날에 짬뽕을 먹던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지금 아무리 맛있는 짬뽕이라도 그만큼 맛있을 수는 없겠지만요.
짬뽕이 나왔습니다. 가격은 7천원으로 기억하는데, 아무래도 짬뽕 한 그릇의 가격으로는 조금 비싼 것이 사실입니다.
저 어렸을 때 짜장면 가격이 2천원 남짓이었으니, 세월이 정말 많이 흐르긴 했어요.
이 곳 짬뽕의 모습은 군더더기 없이 오래 전부터 우리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짬뽕'입니다.
빨간 국물부터 올려진 해물까지 다를 것 하나 없는데요, 요즘 크림 소스나 맑은 국물 등 색다른 짬뽕이 인기가 많은 가운데 이런 오리지널이 오히려 보기 힘든데,
그래서 이 일품향의 짬뽕이 반갑기도 했습니다. 어딘지 이건 수십년간 그대로였을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대로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맛도 역시 그렇습니다. 면을 먹으면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강제로 떠오르는 경험을 하실 분도 계실거에요.
면은 물론이고 국물까지 '짬뽕'하면 떠올리는 그 맛 그대로입니다.
다만 재료의 상태가 흔히 먹어온 중국집의 짬뽕 보다는 신선하고 잘 손질되어 있어서 그야말로 제대로 '스탠다드'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오랫만에 즐기는 베이직한 맛이 즐거웠어요.
무엇인가 색다른 것을 기대하신다면, 이 일품향의 짬뽕은 '그냥 짬뽕'이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어느새 '잊혀진' 짬뽕 그대로의 모습과 그 맛에 깃든 기억들을 함께 즐기시는 분들께는 가격이 아깝지 않은 한 끼 식사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이 곳의 짬뽕은 변하지 않고, 언제든 찾아 추억을 다시 느낄 수 있는 다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